민들레는 천연항생제, 출산 후에도 좋아요

윤소정 2023. 5. 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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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염, 요로감염 등 다양한 염증에 효과

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윤소정 기자]

봄이면 화려하고 예쁜 꽃들이 이곳저곳 피어난다. 민들레 역시 봄에 피는 꽃인데,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피어있는 꽃은 서양 민들레로 우리나라 고유의 민들레와는 다르다.

서양민들레는 20세기 초 유럽에서 도입된 것으로, 자생 민들레보다 짙은 노란색을 띠며 꽃받침이 아래로 쳐져 있다. 민들레는 주로 곤충에 의해 타가수정을 하지만, 서양민들레는 자가수정 혹은 수정과 상관없는 단위생식을 한다. 이렇게 번식력이 강한 탓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는 서양민들레가 많다.

민들레 하면 바람이 불면 날아가는 씨앗이 인상적인데, 이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옛날 노아의 대홍수 때의 일이다. 온 세상에 물이 차오르고 다들 도망을 가느라 바빴지만, 민들레는 발이 빠지지 않아 움직이지 못했다.

홀로 남은 민들레는 두려움에 떨다가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렸다. 민들레는 마지막 기도를 했고 하나님은 이를 가엾게 여겨 씨앗을 바람에 날려 멀리 산에서 다시 피어날 수 있게 해주셨다고 한다.
 
▲ 이탈리아 여인(L'Italienne) 빈센트 반 고흐, 1887∼1888년, 캔버스에 유채, 81×60㎝, 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
ⓒ 공유마당(만료저작물)
 
노란 배경이 강렬한 이 그림은 고흐의 작품이다. 작품의 모델은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이국적 외모의 이탈리아 여인으로, 카페 르 탐부랭의 주인인 아고스티나 세가토리이다.

이 여인은 고흐를 만나기 전 마네를 비롯하여 몇몇 화가들의 모델을 했으며, 그림을 좋아해 자신의 카페에서 일본 판화전과 고흐의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고흐는 식사비 대신 그림을 그려 그녀에게 주었으며, 사랑에 빠져 짧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이 그림 외에도 그녀를 그린 작품 몇몇이 있다.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노란색의 단일한 배경은 그림의 위쪽과 오른쪽에 있는 띠 장식, 그리고 여인이 앉아있는 의자 등받이의 위쪽과 왼쪽이 시각적인 균형을 이루어 리듬감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대칭의 테두리, 단색의 배경은 일본 판화의 특징과도 연결된다. 

여인은 손에 두 송이의 민들레꽃을 들고 있는데, 문헌에 따라 패랭이꽃이라는 해석도 있다. 
 
▲ 화조도 : 목련과 공작 (부분) 전 이영윤, 비단에 채색, 53.9 x 160.6 cm
ⓒ 국립중앙박물관
 
이영윤의 화조도 <목련과 공작>의 일부이다. 공작의 화려한 깃털 주위로 하얀 목련이 피어있고, 목련 나무의 뿌리 쪽에 가까운 밑동 옆으로 민들레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초충도8곡병: 가지와 방아개비 신사임당, 16세기, 종이에 채색, 34x28.3cm
ⓒ 국립중앙박물관
 
신사임당의 초충도 <가지와 방아깨비>이다. 잘 익은 가지를 중심으로 위에는 아름다운 나비가, 아래에는 방아깨비가 오른쪽을 향해 있다. 개미는 그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를 따라가보니 바닥에 붙어있듯이 핀 민들레가 보인다. 
자료에 따라 민들레가 아닌, 뱀딸기라는 설명도 있다. 뱀딸기는 꽃이 노란색, 열매가 빨간색으로 이 역시 약용으로 쓰이는 식물이다.
 
▲ 뱀딸기의 열매와 꽃 풍경_0346, 심재춘(좌)/식물_0642, 박우미(우)
ⓒ 공유마당(CC BY)
 
민들레는 현재도 한의원에서 다용하는 약재로, 포공영이라 불린다. 봄과 여름, 꽃이 피기 전후에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이다.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차다. 열을 내리고 해독하여, 열독으로 인한 증상에 중요한 약으로 쓰인다. 급성 결막염, 폐렴, 급성 간염과 담낭염, 요로감염, 십이지장 궤양 등 다양한 염증 질환에 치료 효과가 좋다.

배뇨 시 요도에 작열감이 있고 소변이 붉고 껄끄러우며, 소변을 조금씩 자주 보면서 잘 나오지 않을 때도 도움이 된다. 피부 건선과 아토피에도 응용할 수 있다.

또한 울체된 기를 풀어주며, 출산 후 젖이 나오지 않거나 적게 나올 때 사용한다. 해산한 뒤에 유방이 단단하고 멍울이 지고 부어오르고 아프며 젖이 잘 나오지 않는 유옹, 유선염 증상에 효과가 있다.
 
 포공영
ⓒ 윤소정
이렇게 항균, 항염, 항암 작용이 뛰어난 민들레는 천연 항생제로 불릴 정도로 그 효능이 뛰어난 약재이다. 다만 그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열로 인한 염증이 아닐 때, 겉으로 보았을 때 발갛게 부어오르지 않는 피부질환에는 맞지 않는다. 

장기간 또는 과량을 복용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민들레처럼 쓰고 찬 성질을 지닌 대부분의 약들은 증상이 있을 때에 한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허약한 몸, 부족한 부분을 보익해 주는 보약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보약의 대명사인 녹용은 맛이 달고 짜며, 성질이 따뜻하다.

모든 한약재가 이 같은 기준에 따라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쓰고 찬 성질을 가진 약재들은 청열, 항염 효과가 있어 현대의 해열제, 소염제, 항생제와 비슷한 약효를 지니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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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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