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홈런' LG 박동원, 홈런 단독 선두 등극
[양형석 기자]
LG가 화끈한 타격쇼를 펼치며 '잠실 라이벌' 두산을 10점 차로 완파했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몰아치며 11-1로 대승을 거뒀다. 5일과 6일 이틀 연속 내린 비로 어린이날 시리즈를 한 경기 밖에 치르지 못한 LG는 투타의 조화로 일요일 경기에서 두산에게 대승을 거두며 선두 SSG 랜더스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유지했다(18승11패).
▲ 7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LG 박동원이 5회초 1사 1루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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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남 떠난 날 LG 유니폼 입은 박동원
조인성(LG 잔류군 총괄·타격·배터리코치)이라는 확실한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던 LG는 2011 시즌이 끝나고 조인성이 SK와이번스와 FA계약을 체결하면서 순식간에 포수난에 빠졌다. LG는 2012년 김태군(삼성 라이온즈)과 윤요섭(LG 2군 배터리코치), 2013,2014년 최경철(롯데 자이언츠 배터리 코치), 현재윤 등을 기용하며 포수 자리를 메우려 했지만 조인성의 존재감을 채우기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3년 연속 포수 문제로 고민하던 LG는 2015년 이 선수의 등장과 함께 포수문제를 한 번에 해결했다. 상무에서 병역의무를 해결하고 팀에 복귀한 포수 유망주 유강남(롯데)이었다. 서울고 시절 청소년 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인정 받았던 유강남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50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지명순위는 다소 아쉬웠지만 꾸준한 성장속도를 보인 유강남은 군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1군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다.
유강남은 커리어 내내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은 없지만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1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 뛰어난 장타력을 자랑했다. 도루저지능력이나 블로킹에서는 다소 약점을 보이기도 했지만 살짝 빠지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프레이밍' 능력 또한 리그 정상급이었다. 프레이밍이 좋은 포수가 앉아 있으면 투수는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포수로서 유강남의 최대강점은 역시 뛰어난 체력과 내구성이다. 유강남은 주전으로 올라선 2015년부터 작년까지 무려 1014경기에 출전했고 2018년부터 작년까지는 5년 연속 130경기 이상 출전하는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한 때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LG는 유강남이 주전으로 활약한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 동안 5번이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으며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도약했다.
작년 시즌이 끝나고 유강남이 FA자격을 얻었을 때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유강남의 잔류를 예상했다. 유강남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LG에서 유강남이 팀을 옮긴다면 당장 2023 시즌 주전으로 활약할 포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도 유강남은 4년80억 원을 제안한 롯데와 FA계약을 체결했지만 LG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유강남이 롯데로 떠나던 날, 4년65억 원의 조건에 KIA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FA포수 박동원을 영입한 것이다.
시즌 7홈런 중 잠실에서만 4홈런 폭발
개성고 출신의 박동원은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3라운드 전체19순위로 우리 히어로즈에 지명돼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정확성보다는 장타력에 강점이 있는 데다가 2015년부터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는 점에서 유강남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박동원은 주전으로 도약한 2015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었던 작년까지 8년 동안 6번이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사실 LG입장에서 박동원 영입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유강남을 놓친 상태에서 포수를 보강하지 못하면 2023 시즌 LG의 전력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LG는 옵션이 전혀 붙지 않은 4년 65억 원의 조건에 박동원을 데려와 주전포수 자리를 채웠다. 물론 만33세 시즌을 맞는 베테랑 포수를 최소한의 안전장치(옵션)조차 걸지 않고 영입했을 때만 해도 너무 위험한 선택이라고 우려하는 야구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LG가 29경기를 치른 현재 박동원 영입이 무리였다고 이야기하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박동원은 올 시즌 LG가 치른 29경기 중 24경기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며 유강남이 없는 LG의 안방고민을 깨끗하게 씻어 주고 있다. 때론 중심타선에서 활약하기도 했던 히어로즈, KIA 시절과 달리 LG에서 주로 6~8번타자로 나서고 있는 박동원은 하위타선에서 쏠쏠하게 장타를 생산하며 타선의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6일까지 5개의 홈런으로 홈런 부문 공동 2위에 올라있던 박동원은 7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6일까지 홈런 1위(6개)를 달리던 양석환이 보는 앞에서 멀티 홈런을 터트리며 홈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2회 1사 후 두산 선발 곽빈의 빠른 공을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린 박동원은 5회에도 두산의 3번째 투수 김명신을 상대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홈런 단독 선두에 등극했다.
작년 키움과 KIA에서 18홈런을 쳤던 박동원이 KBO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로 이적했을 때 아무래도 장타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동원은 시즌 개막 후 28경기에서 이미 7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그 중 절반이 넘는 4개를 잠실에서 기록했다. 이제 LG팬들은 최소 2026년까지 박동원이 지금처럼 '공포의 하위타자'로 활약하면서 건강하게 LG의 안방을 지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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