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랠리 못 낄까 두려워" 美증시 지배하는 'FOMO'

조유진 2023. 5. 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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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와 은행권 위기로 미국 증시가 올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변수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초기 급락했다가 급반등했던 포모 증후군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매수 행진을 이어가면서 증시 반등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금리와 신용 위험 속 투자자들이 주식 대신 국채 등 안전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증시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저가 매수의 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포모 심리 또한 미 증시를 지배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자들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긴축 완화로 선회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경기 침체와 지역은행들의 유동성 위기가 증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 투자회사 스탠포인트의 에릭 크리텐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 증시가 고금리와 경기 침체, 그리고 은행 패닉이라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누구도 갖지 못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투자자들은 전례 없는 위기 속 악재보다 호재에 주목하고 있다. S&P 500 지수는 예상보다 나은 실적과 소비 회복에 힘입어 올해 전체로 7.7%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시가총액 대장주 애플이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는 등 빅테크 실적 호조는 올해 남은 분기 대형주들의 실적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라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도 최근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증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지난주 나온 미국 4월 고용지표의 예상 밖 호조로 미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낮췄다. 이번 주 10~12일 발표되는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생산자물가지수·미시건대 소비자심리지수 등 3개의 경제 지표로 인플레이션 둔화, 소비심리 개선 등이 확인된다면 미 증시 상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 이후 소형주가 반등을 시작했다는 점도 투심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은행 위기가 시작된 지난 3월8일 이후 6.4%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S&P 500 지수는 3.6% 올랐다.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자산관리회사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액티브 투자전략 책임자인 앤 밀레티는 "소형주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때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하는 경향이 있다"며 "은행 위기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시장은 악재보다 호재에 포지셔닝을 맞추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 증시의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미 대형주들이 이미 고평가돼 있고, 경기 침체기가 본격화될 경우 이들 주식이 가장 먼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향후 1년 예상 수익 대비 주가가 현재 17.8배에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최근 10년 평균(17.3)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기관들이 미 주식을 내던지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평가에 힘을 싣는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실적 공시를 통해 올 1분기 보유하고 있던 주식 133억달러(약 18조원)어치를 매각하고 미 증시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이 기간 주식 투자의 상당 부분을 현금화하면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306억달러(약 173조원)로 2021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버핏이 변동성이 큰 증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Fed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의 그림자가 느껴지기 시작했다"며 "주가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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