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자포리자 원전 인근 대피령…IAEA도 "본격 전투 가능성"
드네프로강 동쪽 기슭에 교두보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군의 다음 반격 목표로 자포리자가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근처 도시 여러곳에 대피령을 내렸다.
7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금요일이었던 5일 에네르호다르를 비롯한 자포리자주(州) 내 18개 도시에 대피령을 내렸다.
자포리자주 친러시아 행정부 수반 예브게리발리츠는 당시 “지난 며칠간 적군은 최전선에 가까운 도시에 대한 포격을 강화했다”면서 “따라서 나는 모든 어린이와 부모, 노인, 장애인, 병원 환자를 대피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발리츠키는 주말 동안 어린이 660명을 포함한 주민 약 1679명이 자포리자 원전 인근 지역에서 대피했다면서 이들은 현재 러시아군 점령 지역 베르댠스크 등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해 3월 러시아 측에 점령된 후 양국 간 운영권 분쟁은 물론 주변 지역에서 포격 등 군사 활동이 끊이지 않으면서 안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실제 우크라이나 측 공격이 있었는지 여부는 전해지지 않았다.
다만 대피령 탓에 공포에 질린 다수 주민이 주말 내 대피에 나서면서 자포리자주 여러 곳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우크라이나의 멜리토폴 망명 시장인 이반 페도로우는 대피 차량 수천 대가 한꺼번에 떠나면서 도시를 빠져나가려면 5시간이 걸렸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전했다.
페도로우 시장은 당시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공황 상태”였다면서 사재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상품과 의약품이 동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번 대피령에 이어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곧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본격적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군 당국이 사람들을 대피시키기로 결정하는 건 이들이 추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군사 작전에 대한 정보 혹은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BBC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는 1년 넘게 이 원전에 대해 걱정해왔다. 불행하게도 현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면서 자포리자 원전 내 원자로가 현재 전기를 생산하고 있지는 않아도 핵 물질은 여전히 적재돼 있다고 우려했다.
IAEA는 이전에도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이 ”점점 더 예측할 수 없고 잠재적으로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은 작년 2월 개전 뒤 러시아에 점령됐으나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원전기업이 맡고 있다.
원전 운영권을 둘러싸 다툼 속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근처에서 자주 교전을 벌였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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