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논문에 필요한 그림, AI가 대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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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한 기자]
뒤바뀐 판도
"화가 및 조각가는 인공지능·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확률이 낮은 직업 1위이다."
이는 한국고용정보원이 2016년에 발표한 자동화에 따른 직무 대체 확률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이다. 하지만 약 7년 전 예상과는 달리 현재 2023년에는 화가 및 작가 등의 직업군이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2022년,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인 DALL·E 2, 미드저니(Misjourney), NovelAI 등이 출시되면서 일자리 대체 예상의 판도가 뒤바뀌어버렸다. 현재 개발된 이미지 생성 AI들은 단기간에 원하는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이들이 생성해낸 이미지는 사람이 그린 것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를 결과로 보여주듯, 2022년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미드저니 프로그램이 생성한 이미지가 수상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개발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이미지 생성 AI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곤 해도 화가 등 직업군의 대체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았다. 최근 그림을 주로 하는 분야는 웹툰 정도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대학원생 선배들을 보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대학원생들이 쓰는 논문들에는 자신들의 실험을 상세히 이해시켜 줄 수 있도록 이미지(figure, scheme)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인 업체에 외주를 맡기거나 직접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제작해야 한다.
아직 돈도 없고 시간도 부족한 대학원생들에게 이미지 제작은 골칫덩어리이다. 이때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다면 어떨까?
▲ 대학원생과의 대화 디자인 프로그램을 독학한 대학원생과의 대화 |
ⓒ 김동한 |
대학원생 입장에서 논문에 삽입할 그림은 제작하기 매우 까다롭다. 우선 다른 논문이나 출처에서 이미지를 재사용하기에는 저작권에 위반된다. 따라서 이미지를 직접 제작해야 한다는 말인데,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인 업체에 외주를 맡기기에는 큰 비용이 들어간다. ARTRA, 바이오아트랩 등의 논문 이미지 디자인 업체는 이미지 견적에 따라 외주 비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고지되어 있으며, 또다른 디자인 업체인 크몽에서는 이미지 한 장당 3만 원~1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알리고 있다.
▲ fermentor 디자인 Tinkercad로 직접 디자인한 효모 배양기 |
ⓒ 김동한 |
이외에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맡기는 외주 비용은 평균 6만 원에, 최고 비용 20만 원에 육박했다. 대학원생에게는 이미지 한 장을 위해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래서 직접 이미지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Tinkercad, 포토샵, 파워포인트 등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제작할 때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특히 대학원생들은 디자인과 이미지 제작이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들고, 이미지 제작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어 프로그램 등을 독학해야 한다. 실험 외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다.
이러한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다면 어떨까. 우선, 비용과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이미지 생성 AI는 원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필요한 키워드들을 tag 또는 입력하여 이미지를 생성한다. 중요한 키워드들을 입력한 뒤, 수 초 이내, 늦어도 몇 분 이내에는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비용 또한 마찬가지다. 아직 대부분의 이미지 생성 AI들은 유료이긴 하지만, 그 비용이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Open AI에서 출시한 DALL-E 2의 경우, 15$로 credit이라는 화폐를 115개 구매할 수 있으며, 1 credit으로 이미지를 생성 또는 수정할 수 있다.
NovelAI 또한 매달 구독료로 15$를 결제하면 Anlas라는 화폐를 1,000개 구매할 수 있고, 5 Anlas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이처럼 AI를 사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대에 들어가는 비용은 외주 비용에 비해 저렴하다. 따라서, 이미지를 제작할 때 이미지 생성 AI를 활용한다면, 비용 및 시간 측면에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I의 한계
이미지 생성 AI를 이미지 제작에 활용하는 것에도 분명 한계는 있다. 현재 이슈화된 AI의 이미지 생성 기술력은 사람이나 캐릭터, 사물, 명화 등에 치중되어 있다. 논문에 삽입될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실험 과정이나 결과 등을 이미지화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지금의 AI는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확성을 요구하는 논문에 삽입되는 만큼, 이미지도 정확해야만 하는데, 아직 AI로 이러한 그림을 정확하게 도출해내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몇 년 전만 해도 사람 하나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던 AI가 실사는 물론 캐릭터로도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을 보았을 때, AI가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문제는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저작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NovelAI와 같은 몇몇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여러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을 허가 없이 학습한다. 이는 엄연한 저작권 침해다. 또한, 인공지능이 그려낸 이미지를 저작권으로 인정해야 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인공지능의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논쟁은 아직 결론 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저작권이 인정받아 이미지 제작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해당 기술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AI 발전의 시사점
인공지능 기술은 여전히 문제점들이 많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AI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개선되어 나가고 있으며, 곧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용될 것은 분명하다. 이미지 생성 AI를 정당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논문에 삽입될 이미지 제작이 수월해질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일러스트를 활용하는 다양한 분야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AI의 발전이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영리하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관련 분야들에서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AI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을 이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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