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아버지 보며 로봇의 꿈을 키운 대학생입니다

김경우 2023. 5. 8.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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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통한 소방관들의 더 나은 삶을 바라며 다시 열정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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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우 기자]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음식을 배달해주는 로봇. 별의별 종류의 로봇이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지만 왜 아직도 불은 온전히 사람이, 밤을 새가면서,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고 꺼야 할까?

로봇을 공부하고, 만드는 학생으로서 이런 현장에서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또는 더 활용할 여지가 없는지 궁금했다. 최근 대형 화재가 많이 발생했는데, 그 중 특히 대전 지역에서 3월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와 4월 2일 발생한 대형 산불은 소방관을 비롯한 수많은 인력들이 밤을 지새워가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두 현장에 직접 출동했던 대전소방본부 구급팀장 김남산 소방령의 목소리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김남산 소방령.
ⓒ 김남산
 
- 산불과 공장 화재, 종류가 다른 두 현장에 출동하셨습니다. 두 화재 다 하루 만에 진화되지 않고 진화에 긴 시간이 소요된 큰 화재였는데 진화 활동 중 어려웠던 점을 꼽자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두 화재 모두 초기 강풍과 거센 화염으로 연소확대 속도가 빨라, 화세가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먼저 한국타이어 화재의 경우 화염으로 샌드위치패널로 붕괴위험이 있어 현장접근이 어려웠으며, 소방헬기로 인한 소화수 진압도 박공지붕으로 소화수 침투가 곤란하였습니다. 특히 타이어 제품의 특성상 다량의 유독가스, 고온의 연기 및 다수의 화재 잔해물 낙하 위험성 상존으로 소방대원의 투입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째로 산직동 화재의 경우 산불 화재의 특성상 헬기로 인한 진화가 필수적인 상황이었으나, 낮에서 밤으로 화재가 이어지다 보니, 야간시간 운행제한으로 헬기 투입이 어려웠고, 진화인력 투입도 안전상 방어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야간에 헬기가 뜨지 못해 오히려 불길이 확산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야간에는 온전히 인력에 의존하는 것으로 아는데, 현장에서 가장 필요했던 기술은 어떤 걸까요?
"야간에 진화인력이 산에 오르다 보니 경사가 심하거나 장애물이 많아 화점에 쉽게 다가갈 수 없어 화재가 장시간 이어졌는데, 드론이나 로봇을 이용해 화점을 빨리 찾고, 소화수(소화약제)를 이용해 진압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이제까지 다양한 종류의 소방 로봇들이 도입되었습니다. 앞으로 개발될 소방 로봇은 최소한 어떤 조건을 갖춰야 현장에서 도움이 될까요?
"건물 내 화재현장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주행능력과 장애물을 회피하면서 화점을 찾거나 인명을 검색하는 기능이 필수적이라 여겨집니다.

- 이제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추가로 개발되면 현장에 도움이 되겠다 싶은 기술들이 있을까요?
"지금 제가 맡고 있는 업무가 구급업무입니다. 현재 소방출동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다양한 사고현장에 출동하여 응급처치 후 응급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급 현장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것이 들것 이송인데, 환자를 실은 주들것을 구급차에 실고 내릴 때 구급대원들이 허리 부상을 많이 얻습니다. 들것이 접혀져 구급차 안에 들어가고 나갈 때, 또는 주행할 때 로봇기능이 활용된다면 현장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김남산 소방령님은 내 아버지이다. 학업 때문에 아버지와 나는 현재 떨어져 살고 있다. 현장에서 밤을 샌다는 소식을 가족 단체 톡방에서 들었을 때 갑자기 중고등학교 때 생각이 났다.

'맞다, 나, 10여년 전부터 재난 구조 로봇 만들겠다고 얘기하고 다녔었지?'
 
▲ 가족 대화방 본문 속 '가족 단톡방' 의 캡처본입니다.
ⓒ 김경우
 
2015년 열린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에서 활약하는 우리나라 로봇들을 접하고, 그 이후 고등학교 때는 그 로봇을 만든 회사로 견학 가서 연구원들 면담도 했었다. 결국 지금 내 전공인 전자공학을 중학교 때 정했다.

전자공학을 전공해서, 화재나 재난 현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보자는 꿈을 갖고, 이 학과에 왔다. 아직 어디에 내놓기는 부끄럽지만 로봇을 만드는 작은 프로젝트를 하면서 교과서적인 전공 지식 외에도 로봇 기술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 그동안 내가 꿈을 정했던 중학교 때보다 로봇이 훨씬 대중화되었고, 이젠 국가 중점 산업으로도 키운다고 한다.

요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당 서빙 로봇이나, 물류 센터에 배치돼 인력 소모나 노동자의 부상 위험을 줄이고 분류 효율을 높이는 자율 주행 물류 로봇도 물론 필요하다. 다만 소방 분야에서 로봇을 개발한다면 보여주기식 로봇이 아닌, 진짜 구조 현장에 도움이 될 로봇 개발이 필요하겠다.

우리나라 과거 뉴스들을 찾아보면 이미 2011년에 소방 정찰로봇과 무인 방수로봇을 현장에 시범적으로 배치했다. 그런데 이런 로봇들은 현장으로부터 선택되지 못했다. 당시에도 분명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듣고, 피드백을 반영해서 만든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쉽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동안 기술이 많이 발전했고, 이를 실질적으로 현장에 적용할 방법도 보인다는 것이다.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면 ①계단을 오르내리는 능력, ②장애물을 회피하는 능력, ③화점을 찾거나 인명을 검색하는 기능, 총 세 가지를 필수적으로 여기고 있다. 이 중 두 번째, 세 번째 요소부터 살펴보면 그동안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센서도 많이 보급되어 가격이 내려갔고, 관련 기술도 인공지능을 접목하여 빠르게 향상된 점을 고려하면 조작 인력 부족으로 짐만 되는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화점을 찾고 인명을 검색하는 기능은 좀 전의 자율 주행과 연결하여 로봇이 스스로 지도를 그리고 동시에 자기 위치를 추적하는 SLAM 기술의 발전 및 보급으로 구현할 수 있다. 추가로 일반 바퀴형 로봇으로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쉽지 않다. 무한궤도나 보행형 로봇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가슴속 뜨거운 꿈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는데, 다시금 가슴 속 불을 지필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만든 로봇을 통한, 소방관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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