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연예단상➉] 이렇게 아름다운 할리우드 진출이라니…존윅4 견자단
지금까지 이런 할리우드 진출은 없었다. 라고 단언하고 싶을 만큼, 영화 ‘극한직업’의 대사를 흉내 내고 싶은 충동이 일 만큼 배우 견자단의 ‘존 윅 4’(감독 체드 스타헬스키, 수입 제이앤씨미디어그룹·조이앤시네마, 배급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에서의 활약은 대단하다.
이것은 영화 ‘하이랜더 4: 엔드 오브 게임’으로 지난 2000년 시작된 배우 견자단 개인의 할리우드 도전사에 있어 가장 성공적 퍼포먼스이기도 하고. 주로 빌런, 그것도 존재감 미미하게 소모되기 일쑤였던 아시아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 상에 견주어 보면 가장 돋보이는 성과이기도 하다.
영화 ‘존 윅 4’는 (어쩌면) 시리즈를 마감하면서, 팬들에게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 스토리보다는 캐릭터를 중심에 두고, 복잡하게 짜인 구조보다는 존 윅의 뜨거운 감정을 무기로, 액션 시퀀스의 향연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온 ‘존 윅’ 시리즈답게 ‘액션영화의 한계점’을 향해 돌진했고 막다른 벽이 나타나도 멈추지 않고 들이받았다. 관객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숨 돌릴 틈을 허락받지 못했고, 솟아나는 아드레날린에 심장이 얼얼하다.
4번째 ‘존 윅’은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사무라이 문화의 의복과 무기들을 활용해 극 초반 이색 볼거리를 창출했고,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온 지역의 킬러들이 존 윅 하나만으로 향해 달려드는 ‘익숙한’ 시퀀스에 마치 영화 ‘올드보이’의 복도 진격 신을 연상시키는 222계단 액션으로 액션 파워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정말이지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향하는 222계단에서 존 윅 22번 이상 구르고 바닥까지 나뒹굴어질 때는 숨쉬기 곤란하다. 견자단이 쓸 법한 쌍절곤을 키아누 리브스가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도 재미 포인트다.
그러나 ‘존 윅 4’의 가장 큰 선물은 견자단이 연기한 케인의 ‘맹인 액션’을 주축으로 한 신선도 넘치는 액션이고, 현실 무림 고수의 아우라를 빌려 전 세계가 동시에 덤벼도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존 윅과의 대등한 대결에 설득력을 얻어냈다. 꼭 극장에서 보기를 추천하기에, 나중에 OTT로 보더라도 마스터 킬러가 시각장애인일 때 가능한 ‘신선도 높은’ 액션 시퀀스의 구체적 묘사는 생략하지만. 시각장애인의 필수품인 지팡이(케인)를 이용한 액션, 눈이 보이지 않기에 쓸 수밖에 없었던 어떤 장치의 활용은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사실, 배우 견자단이 할리우드 영화에서 인상적 연기를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의 부진한 할리우드 성적표를 지운 지난 2016년 작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도, 역시나 이번처럼 눈이 보이지 않는 고수로 분해 인상적 액션을 과시했다. 이듬해 출연뿐 아니라 직접 무술감독을 맡기도 한 ‘트리플 액션 리턴즈’에서는 빠른 속도감에 짧게 끊기는 절도 액션으로 무술 고수의 저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조연이었다. ‘존 윅 4’에서는 주연이다. 그것도 세계적 스타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내러티브 상 오랜 친구이면서 실력 면에서도 승패를 예측할 수 없는 상대, 그야말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할이다.
특히나 우리가 많이 봐 온 중국 무림 고수의 느낌, 봐오던 액션을 할리우드로 공간만 옮겨 복제한 게 아니라 새로운 캐릭터의 옷을 입고 새로운 시퀀스의 액션으로 춤춘다. 맞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견자단의 움직임은 리듬감 있게 이어지다 끊어지고 상승과 하락을 유연하게 오가는 춤처럼 보인다.
영화 ‘존 윅 4’가 액션 고수 견자단의 내공에 걸맞은 가치를 영화적으로 부여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단순히 존 윅을 위협할 만한 막강 빌런이 아니다. 스포일러라 말할 수 없지만, 존도 케인도 살리고 주제 의식마저 깊게 하는 무게감을 영화 내내 케인에게 실었다.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게 흐뭇할 만큼 세계적으로 성공한 블록버스터에서 배우 견자단은 소모되기는커녕 자신도 작품도 빛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덕분에 형만 한 아우 없다는데, 시리즈 사상 최고의 액션 쾌감과 영화적 재미를 갖춘 4편을 탄생시켰다.
다시 보기 힘들지 모르는 ‘존 윅’ 시리즈라고 생각돼서일까.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을 때 ‘존 윅 4’를 재관람하고 싶다. 거의 대역 없이 90%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지나간 ‘존 윅’ 시리즈를 스스로 업그레이드시킨 58세 키아누 리브스의 숨 쉴 틈 없는 고강도 액션 연기를 다시 음미하고 싶은 이유가 하나, 과연 견자단이 아니면 누구의 몸으로 이토록 멋들어진 실감 액션이 가능할까 싶은 리얼 고수 액션을 마음에 저장하고 싶은 이유가 또 다른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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