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인터뷰] 후배 양성 위해 험로 걷는 '철인'

배중현 2023. 5. 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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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전 코치, 경희대 야구팀 감독 부임
선수 시절 1014G 연속 출전 '철인'
프로야구서 잔뼈 굵지만 홀연히 대학야구행
"경희대 하면 다 오고 싶어하는 팀으로"
최근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최태원 경희대 감독. 프로야구 대표 철인이었던 최 감독은 지난4월부터 모교인 경희대 야구를 이끌고 있다. 수원=배중현 기자


최태원(53) 전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는 선수 시절 '철인'으로 불렸다. 1995년 4월부터 2002년 9월까지 KBO리그 기록인 1014경기 연속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타고난 성실함 덕분에 2003년 은퇴 후 여러 구단에서 수비·작전·주루 코치 등을 역임했다.

선수부터 코치까지 누구보다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그지만 지난 4월 홀연히 KBO리그를 떠났다. '철인'이 향한 곳은 모교. 최근 경희대 수원캠퍼스에서 본지와 만난 최태원 코치는 "후배들을 성장시키는 것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고심 끝에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최태원 코치는 이제 경희대 감독으로 불린다. '꽃길'은 아니다. 오히려 '험로'에 가깝다. 경희대는 대학리그 강팀이 아니다. 현재 24명의 선수 중 6명이 재활 치료 중이다. 경기를 뛸 수 있는 야수가 11명. 선발 라인업을 꾸리기 쉽지 않다. 지난해 8월엔 전임 김도완 감독이 물러난 뒤 사령탑 자리가 한동안 공석이었다.

선수 은퇴 후 여러 팀에서 코치로 경험을 쌓은 최태원 경희대 감독. IS 포토


최태원 감독은 "내가 4월에 계약했으니 최소 7~8개월 정도 감독이 없는 상태였다. 모교 상황을 들어보니 좋지 않았다"며 "솔직히 어려운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삼성과 계약 종료 후) 방송사에서 해설위원 연락도 왔었고, 처음에는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꿨다"고 돌아봤다. 경희대는 지난해 감독 1차 공고를 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최 감독은 올해 초 2~3차 공고에 지원해 계약이 이뤄졌다. 우연한 계기로 아먀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최태원 감독은 "지난 1월 필리핀 클라크로 재능기부를 다녀왔다. 대학교 7개와 고등학교 1개 등 총 8개 팀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 값진 경험이었다"며 "내가 1군에서만 생활했던 게 아니지 않나. 2군 생활도 많이 했고 3군도 경험했다. 눈높이를 낮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경험이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최태원 감독은 "우리 때는 운동만 잘하고 열심히 하면 됐다. 그런데 지금은 단체로 모여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학습권 보장 때문에) 오전에 수업 있으면 오후에 훈련하고, 오후 수업이면 오전에 나눠서 해야 한다. 열악하다"며 "이렇게 하니까 대학 야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전문대나 사이버대학교는 그나마 괜찮은데 4년제 대학은 훈련을 많이 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 시절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철인'이었던 최태원 감독. 위 사진은 연속 경기를 기념하는 현판식에 참여한 최태원 감독의 모습. 아래 사진은 미국 메이저리그 대표 철인 칼 립켄 주니어로부터 받은 축하서신을 공개하며 웃고 있다. IS 포토

최근 경희대 야구부 학생들은 강원도 홍천에서 대학 야구 U-리그 경기를 마치고 바로 수원으로 복귀, 시험을 보고 다시 홍천으로 돌아갔다. 최태원 감독은 "시험 때문에 왕복 5시간을 왔다 갔다 했다. 다음 날 선수들 얼굴이 다 부어있더라"며 "교수들 전화번호가 없어서 '혹시 시험에 조금 늦을 수 있어서 양해해달라'고 메일까지 보냈다. 만약 시험에 늦으면 경기를 포기하려고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최태원 감독은 선수 시절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큰 사랑을 받았다. 타석에선 끈질기게 승부했다. 1997년엔 삼진(49개)보다 볼넷(51개)을 더 많이 골라내기도 했다. 그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2스트라이크를 먹고 쳤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지만, 그러면 집중력이 더 좋아졌다. 상대편에서 (2스트라이크 이후)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정신 차려'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더라"며 "낮 경기 나한테 잘못 걸리면 투구 수 10개는 기본이었다"며 껄껄 웃었다. 

'철인'의 욕심은 또 다른 '철인'을 만드는 게 아니다. 최태원 감독은 "조금만 아파도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 난 아프면서 야구했지만 지금 선수들은 나와 다르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선수들이 사회에 나가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예의를 갖추라고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야구에 대한 예의, 선후배에 대한 예의, 구성원에 대한 예의 등이다. 때론 조직과 팀을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인'의 소망은 소박하다. 그는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효율적으로 지도해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면서 프로에도 많이 보내야 한다"며 "다른 건 없다. 경희대 하면 다 오고 싶어 하는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원=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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