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세마스포츠 대표 "이젠 스포츠 지적재산권 보호"

노우래 2023. 5.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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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초청, 슈퍼 매치 시리즈 ‘대박’ 주인공
금속공학 전공에 광고 모델, 배우 이색 경력
비인기 종목 확장 "스포츠도 지적재산권 보장"

국내 스포츠 마케팅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성환 세마스포츠마케팅 대표다. 2002년 회사를 만든 이후 스포츠 마케팅에 한 획을 그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국내로 초청했고, 현대카드 슈퍼 매치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8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산업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의 이력이 흥미롭다. 스포츠와는 관련이 없는 홍익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20대 시절엔 광고 모델과 배우로 활동했다는 점도 특이하다. 맥도널드,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롯데백화점 등 다양한 광고를 찍었다. 이후 종합상사와 일본계 기업에서도 일했다. 학창 시절부터 연기와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했다. 임권택 감독이 연출하는 작품의 오디션도 봤다.

이성환 세마스포츠마케팅 대표는 "스포츠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면서 "앞으로는 스포츠 선수들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이 대표는 한국 영화계의 역사인 태흥영화사에서 4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배우를 시켜주는 줄 알았다"며 "마케팅 등 영화에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고 웃었다. 태흥영화사에 다닐 때 서편제, 태백산맥, 장군의 아들 등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 영화계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인맥을 만들었고, 미국 할리우드처럼 투자를 받아 영화를 성공시키는 파이낸싱에도 눈을 떴다.

이 대표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매니지먼트사를 창립한 주인공이다. 세계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을 초청해 펼치는 현대카드 슈퍼 매치 시리즈가 대표적인 성공작이다. 스포츠 마케팅의 교과서로 불린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국내로 불러들여 테니스 빅매치를 성사시켰다. 이 대표는 "공짜표는 없었고, 표는 4시간 만에 매진이 됐다"며 "이렇게 좋은 성적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미소를 머금었다.

이 대표는 테니스 대회에 그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이 함께 한 코리아투어,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 등 최정상급 체조 선수들이 펼치는 세계체조갈라쇼, 댄스스포츠갈라쇼, 스노우보드 시티 점프, 메달리스트 온 아이스, 미셸 위(미국) 성(性) 대결 등 파격적인 이벤트로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든든한 광고주가 있어서 가능한 프로젝트였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표는 골프 쪽에서도 큰 일을 했다. 처음 스포츠 마케팅 시장에 뛰어든 것도 ‘골프여제’ 박세리의 매니지먼트를 맡으면서다. 이 대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등 다양한 대회도 유치했다. 이 대표는 "박세리는 스포츠 선수도 영화배우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면서 "평생 잊지 못할 파트너였다"고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국내 스포츠 이벤트 분야에 부분 인수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스포츠 이벤트 개최를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최소 비용만 받은 뒤 일정 부분의 권리를 넘겨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스타 섭외와 행사 운영 등의 노하우를 확보한 이 대표는 2004년 11월 우즈를 초청하는 행사를 치렀다. 제주 라온GC에서 우즈,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최경주, 박세리가 참가한 가운데 세기의 샷 대결을 벌였다. 그는 "그때는 돈만 들고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비판적인 시선이 많았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넘어설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되돌아봤다.

이 대표는 골프 선수들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박세리, 신지애, 최나연, 양희영, 홍순상 등이 그를 거쳐 간 스타들이다. 현재는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을 비롯해 박성현, 안나린, 유해란 등이 이 대표의 관리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남다른 마당발을 앞세워 필리핀 리조트 기업 솔레어 리조트앤카지노를 ‘고객’으로 모셨다. 고진영과 박성현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후원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서로 간의 신뢰가 있어서 가능했다"면서 "계약식 때는 필리핀 대통령도 함께했다"고 떠올렸다.

이성환 세마스포츠마케팅 대표의 아들인 이병호는 미국 주니어 골프 무대를 주름잡고 있는 유망주다.

이 대표의 골프 사랑은 남다르다. 2005년생인 아들 이병호를 골프 선수로 키우고 있다. 초등학생으로 국내 무대를 휩쓴 이병호는 2018 대한골프협회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같은 해 7월 미국 텍사스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2019년 지역 주니어 골프랭킹(TJGT 13~18세)에서 1위에 올랐고, 2020년 미국 텍사스 주니어 골프투어에서 외국인 최초로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다. 193cm의 큰 키를 이용해 300m 이상을 보내는 장타가 돋보인다. 지난해 주니어 프레지던츠컵에 국제팀 선수로 뛰었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을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병호는 처음엔 텃세에 고생하다가 이제는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미국 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고 아빠 미소를 보여줬다.

이 대표는 사업 영역을 더 확장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2003년생 100m 육상 선수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와 2004년 테니스 주니어 세계랭킹 1위 제라드 캄파냐 리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대표는 "스포츠는 열린 시장이다.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면서 "가수나 작가처럼 스포츠 선수들도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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