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수급난 풀려도 안심 못해"…車반도체 공급협력 강화

정현진 2023. 5.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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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TSMC, GM-글로벌파운드리 계약 등 잇따라
전기차·자율주행차 공급 속도에 반도체 수요 증가 대비

코로나19 기간 중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올들어 대부분 해소되면서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앞다퉈 반도체 공급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단 반도체 수급난 재개를 막아 생산지연 및 감소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반도체를 많게는 4배 이상 탑재해야하는 전기차·자율주행차로의 전환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상황에도 대비해야하는 상황이다. 반도체 공급망 확보 및 사수가 지상과제로 떠오르면서 메이저 차량 제조사들도 반도체 기업들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에 직접 나서고 있다.

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혼다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 TSMC와 직접 차량용 반도체 조달과 관련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혼다는 반도체 업체와 별도의 계약없이 부품업체 등 거래처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를 조달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혼란에 따른 생산 타격을 겪고 난 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의 필요성을 깨닫고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혼다는 TSMC와의 협업으로 2025년 이후 TSMC로부터 조달하는 반도체를 혼다 차량 시스템에 도입하고 첨단 반도체 개발 협력도 검토한다. TSMC 외에도 다른 반도체 업체와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2월 글로벌파운드리와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파운드리가 뉴욕 북부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모두 GM이 활용할 수 있도록 생산라인을 독점 제공한다. 더그 파크스 GM 부사장은 "이러한 계약이 업계 최초"라면서 "미국에서 핵심 기술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고 수요를 맞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위한 협력은 반도체 업계 내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독일 반도체 기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인 인피니온이 대만 파운드리 업체 UMC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이다. 둘 다 반도체 제조업체지만 인피니온이 생산하는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의 생산능력을 증대하기 위해 UMC와 손을 잡았다. MCU는 전자제품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으로 수급난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부품이다. UMC는 인피니온의 기술 eNVM(임베디드 비휘발성 메모리)을 활용, 싱가포르 팹에서 4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MCU를 제조한다.

자동차 업계와 반도체 업계가 함께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주목, 협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코로나19 기간 중 겪었던 반도체 수급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공급망 이슈로 부품 조달이 어려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잇따라 생산 중단을 겪어야 했던 만큼 반도체 수급 이슈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화하면서 생산과 공급이 원활해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에 따라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연기관차에 반도체가 200~300개 정도 들어갔다면 전기차에는 500~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탑재된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은 계약 소식을 전하며 "모빌리티의 전동화, 디지털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반도체의 안정적 조달의 중요성이 한층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스 GM 부사장도 "향후 수년간 GM의 반도체 사용이 두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22년 699억달러(약 92조5000억원)를 넘어섰으며 2029년 148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1대가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의 평균 금액으로 계산해보면 2022년 854달러에서 2029년 1542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수요가 급감하면서 그야말로 업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주저앉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1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차량용 반도체 매출은 13.8%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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