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돌하르방은 누가 만들었을까’ 상상하다 거대 로봇 애니 만들게 됐죠

한은정 2023. 5.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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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극장가에서는 톱스타가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일본의 유명 게임을 영화화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지난 4월 26일 개봉 이후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죠. 올해 개봉된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입니다. 5월 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누적관객수 511만 8725명을 기록했죠. 2023년 개봉작 가운데 첫 500만 관객 돌파이자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최초로 500만 관객 동원이에요.

최근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이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지만,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운데요. 일본 애니메이션이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는 가운데 이에 대적할 한국 애니메이션 소식이 그립습니다.

이예준(왼쪽에서 둘째)·박서현 학생모델이 신주영(왼쪽에서 첫째) 그리메 대표와 신창섭(맨 오른쪽) 감독을 만나 ‘거신: 바람의 아이’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소중 친구들은 제주도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바다·바람·돌하르방·감귤 등 제주도를 떠오르게 하는 것은 정말 많죠. 아름다운 섬 제주의 문화와 역사, 신화, 자연 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곳이 있습니다. 2013년부터 캐릭터·애니메이션·모바일게임 기획 및 제작을 진행하는 콘텐트 기업 ‘그리메’죠. 대표작으로는 흑돼지 응까와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 첫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응까 소나타’가 있습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MBC에서 2개 시즌이 방영되었죠.

거신: 바람의 아이


오는 5월 18일에는 제주도의 신화, 전설과 돌하르방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극장판 애니메이션 ‘거신: 바람의 아이’를 선보입니다. 1230년 제주를 배경으로 ‘바람의 신주’를 지키기 위한 운명의 소녀 ‘영등’과 거대 로봇들의 시공을 초월한 모험을 그리죠. 제주 돌하르방 신화를 거대 로봇물로 재탄생시킨 도전이 국내 창작애니메이션 시장에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는데요. 박서현·이예준 학생모델이 ‘그리메’ 신주영 대표와 ‘거신: 바람의 아이’ 신창섭 감독을 만나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욱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신주영 대표와 신창섭(왼쪽에서 셋째·넷째) 감독으로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에 얽힌 뒷얘기와 한국 애니메이션이 더욱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여정을 듣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예준: ‘거신: 바람의 아이’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영: 돌하르방이라는 로봇을 만든 건 약간 엉뚱한 상상일 수 있는데요. 칠레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신기한 걸 보면 저게 외계인이 만들었나, 미래에서 온 사람들이 만들었나 이런 소리를 하잖아요. 돌하르방을 보고도 그런 상상을 했었어요. ‘미래 사람들이 과거로 가서 만든 로봇을 보고, 탐라(제주도의 옛 이름)의 수호신인 돌하르방이 생긴 건 아닐까?’라는 상상에서 시작했습니다. 제주도에 제일 많은 게 돌·바람이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영화의 소재로 삼았죠. 거신이 돌, 바람의 아이는 제주의 바람을 형상화한 거예요.

서현: 잘 알지 못하는 제주의 신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요.
주영: 제주도에 신화가 많거든요. 우리 영화에 나오는 바람의 여신 ‘영등’의 설정이 된 ‘영등할망신화’가 있고요. 제주도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여신 ‘설문대할망’, 농사를 잘 짓게 하는 농사의 여신도 있고 신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 바람의 여신을 선택했죠. 그 신화를 한국적인 캐릭터로 풀어본 것이 특징입니다. 이 작품을 시리즈로 제작할 예정인데, 다음 편에는 농경의 여신 ‘자청비’, 한라산에 있는 기암괴석에 얽힌 전설 ‘오백장군’ 같은 얘기들이 나오죠. 이런 소중한 문화를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업하고 있는데, 익숙하지만 잘 모르는 얘기를 흥미롭게 봐주면 좋을 것 같아요.

예준: 또 다른 관람 포인트를 꼽아주세요.

창섭: 외국 애니메이션을 보면 아름다운 배경과 자연을 많이 표현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잘 없는 것 같아요. 제주도가 참 아름다운 섬인데 그거를 잘 표현해보자 했죠. 서울에 유명한 장소로 남산·한강 등 많잖아요. 제주도도 유명한 곳이 꽤 있거든요. 억새밭을 볼 수 있는 산굼부리, 용이 출연했다는 용두암,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 물이 풍부하지 않아 비가 와야 웅장하게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엉또폭포 등을 참고했죠. 제주도의 풍경이 많이 나오니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서현: 영화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창섭: 영등이죠. 희생을 강요하게끔 태어난 아이인데 그 운명을 거스르려고 도망치거나 고뇌해요. 그래도 서로 손을 잡아주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서로 손을 잡아주면 힘든 일이 와도 같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콘셉트로 만들어 영등이에게 애정이 갑니다.

제주도의 문화를 담아내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리메’의 신주영(왼쪽) 대표와 ‘거신: 바람의 아이’ 신창섭 감독이 개봉을 앞둔 ‘거신: 바람의 아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예준: 어떻게 애니메이션 일을 하게 됐고, 회사를 설립하게 되셨나요.

주영: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거 좋아했고, 애니메이션 보며 커서 저런 걸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학교가 없었어요. 저희가 형제거든요. 제가 동생인데 형님이 먼저 애니메이션 일을 했고, 나도 한번 애니메이션 해볼까 해서 시작하게 됐죠. 각자 다른 회사에서 일하다가 이제 우리 일을 직접 해보자고 제안했고, 2013년에 회사를 설립했어요. 제가 기획 관련을 맡고, 형님은 작화·연출 쪽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현: 이번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창섭: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유아 타깃만 생각해요. 어릴 때는 국내 애니메이션을 보다 어느 정도 크면 안 봐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성인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경향이 뚜렷하죠. 물론 디즈니나 정말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보겠지만요. 그러다 보니 유아용이 아니면 제작이 힘들죠. 초등학생·중학생·고등학생이 각 나이에 볼만한 작품이 차례차례 나와야 하고 그렇게 만들고 싶은데, 지원이 안 되는 현실이 힘들어요. 그래도 한국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응원해주죠. 그분들하고 약속을 지키려고 힘들어도 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그런 분들한테 바치는 작품이죠. 유아에서 성인까지 자라는 사이, 중간인 청소년, 가족을 위한 콘텐트를 만들어 국내 애니메이션이 꾸준히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항상 갖고 있죠.

예준: 애니메이션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창섭: 우리나라는 그림 쪽을 높게 쳐주는 경향이 있어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이 감독도 하고 그러거든요. 근데 제가 볼 때 애니메이션은 영화기 때문에 연출적인 면이나 기획, 스토리 그런 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은 기본적으로 당연히 잘 그려야 하는 건데 그림만 잘 그리고 좋아서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일반 영화감독처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여러 사람이 모여 의논을 통해 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영: 요즘 친구들에게 제일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을 물어보면 바로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국내 애니메이션은 굿즈 생산을 위한 단발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저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유아기를 지나 청소년기 전까지 여러 콘텐트를 보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때 ‘아, 이런 신화가 있었구나, 이런 얘기가 있었구나’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 기반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주도의 문화를 담아내는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 ‘그리메’의 신주영 대표.


서현: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고 싶다면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요.

주영: 예전 저희 때는 회사에 들어가서 어깨너머로 배우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에요. 회사에서 가르쳐주지 않죠.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면 고등학교부터 애니메이션 학교나 애니메이션과를 가거나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다음 애니메이터가 되는 과정을 거치죠. 이밖에 학원이나 전문적인 곳에서 배우는 걸 추천합니다.

예준: 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는 소년중앙 독자들을 위한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창섭: 열심히 보고 느끼고 상상하고, 또 자기가 좋아하면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라. 하지만 중도에 포기할 것 같으면 하지도 마라. 제가 꿈꾸는 거기도 한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친구들이 있다면 국내 애니메이션 일을 꾸준히 하고, 도전해서 일본과 애니메이션의 합성어인 재패니메이션처럼 우리나라 브랜드도 잘 만들어서 세계적으로 알렸으면 좋겠어요. 또 이번 우리 작품이 제주도 신화를 다룬 것처럼, 예를 들면 신라 화랑 같은 우리 문화, 우리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거신: 바람의 아이’ 신창섭 감독.


서현: 영화 개봉을 앞두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창섭: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이 최고의 퀄리티, 최고의 작품은 아니에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든 작품이거든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K-팝이나 한국영화도 좋은 콘텐트와 더불어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응원해주면서 그 성과를 발휘했잖아요. 한국 애니메이션이 아직은 실패할 수도 있지만 계속 응원해주며 조금이라도 가서 봐주고 그러면 저희도 용기를 얻어 다시 만들고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현: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를 알려주세요.

주영: 일단은 이번 작품이 잘 개봉해서 좋은 성과를 이뤘으면 좋겠고요. 그게 계속 연결돼서 2편, 3편이 나와서 좋은 성과를 냈으면 하죠. 더 큰 바람은 시나리오 중심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됐으면 합니다. 그래서 어린이, 그다음에 청소년, 다음엔 성인들까지 볼 수 있는 수준의 퀄리티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 이번 인터뷰를 통해 오랜 기간, 여러 과정을 거쳐 수많은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있어야 애니메이션이 탄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또 돌하르방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듣고 어린이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과 응원, 긍정적인 생각이 애니메이션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앞으로도 우리 애니메이션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거신: 바람의 아이’가 개봉하면 꼭 보러 가고 싶습니다.
박서현(서울 신상도초 6) 학생모델

이예준(왼쪽)·박서현 학생모델이 신주영 대표와 신창섭 감독을 만나 ‘거신: 바람의 아이’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저는 로봇과 돌하르방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그 두 소재를 모두 다루는 영화의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서 정말 좋았습니다. 영화가 무슨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두 분의 얘기를 들으면 많은 걸 알게 되었죠. 제주도의 전설과 신화를 기본 배경으로 두었다는 게 굉장히 특색 있게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여러 사람의 힘과 열정이 모여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는 게 기억에 남아요. 영화가 개봉되면 꼭 보고 싶고, 많은 사랑을 받아 2편, 3편도 꼭 나오길 기대합니다. 여러분도 한국 애니메이션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박서현(서울 신상도초 6)·이예준(서울 도성초 4)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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