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신세 우리사주]②‘기업 출연+근로자 투자’ 병행 방안 유도해야
근로자 매입 자사주에 회사가 추가로 자사주 무상 지급도
편집자주 -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기업 또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근로자가 우리사주를 취득하는 제도지만 현실에선 근로자의 재산 형성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근로자 부담으로 보유하는 우리사주 비중이 크다 보니 오히려 재산 손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기업공개(IPO) 때 공모가는 높지만 보호예수 기간이 끝난 후에 주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사례가 허다해서다. 공모주 시장에 자금이 몰리면서 상장사 경영진은 웃고 있지만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울상이다. 근로자 복지 향상과 기업 생산성 향상이라는 우리사주제도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맞게 근로자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사주 제도는 근로자가 주주가 되어 경영에 참여하고, 기업의 성과와 이익을 공유하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근로자가 부담해 우리사주를 취득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우리사주 제도가 근로자 재산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선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퇴직금으로 지급하거나 근로자가 매입한 자사주에 대응해 회사가 추가로 자사주를 무상 지급하고 있다. 국내 일부 대기업도 임직원이 근로소득 이외에도 주주로서 배당금을 받고 주식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도 얻을 수 있도록 회사가 우리사주조합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증권금융의 노성규 우리사주지원센터장은 "근로자가 기업의 출연과 근로자의 투자를 병행(협력출연)하는 방식으로 우리사주 취득을 유도해야 한다"며 "근로자는 기업 내부의 주주로서 경영 성과에 기여하는 동시에 투자자로서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근로자가 기업 상장이나 유상증자 때 간헐적으로 우리사주를 취득해 단기간 보유하는 것보다 노사가 사전에 협의한 계획에 따라, 수시·정기적으로 우리사주를 취득해 장기 보유하는 등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영국 기업, 다양한 제도로 우리사주 매입 지원
미국의 종업원주식소유제도는 기업연금제도 가운데 하나다. 회사가 근로자의 개인 계정에 규칙적으로 출연하고 정년퇴직 등의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개별 계정에 출연한 금액과 투자 과실을 근로자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한다. 미국의 종업원주식소유제도 가운데 대표적인 유형은 ESOP(Employee Stock Ownership Plan)다. ESOP는 근로자가 자사주 투자로 임금 소득을 보완하고 자본 분산을 달성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업원의 자사주 보유를 촉진하기 위해 ESOP신탁이 회사 신용을 담보로 외부로부터 자금을 차입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회사는 이익의 일부로 차입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영국 우리사주제도는 주식인센티브제도(SIP)와 주식옵션제도로 구분한다. 주식옵션제도는 다시 저축연계주식옵션제도(SAYE)와 자사주옵션제도(CSOP), 기업경영진보상제도(EMI) 등으로 나눈다. 주식인센티브제도의 기본 목적은 주식 취득을 통한 근로자의 재산 형성과 노사협력 증진에 있다. 근로자에게 우리사주를 배부하기 위한 별도의 기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의 우리사주제도와 유사하다. 회사가 무상으로 근로자에게 우리사주를 주거나 근로자가 매입한 주식에 대응해 추가로 우리사주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한다.
저축연계주식 옵션제도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저축을 통해 고정된 가격으로 주식을 구입할 수 있는 옵션을 주는 방법으로 모든 근로자가 제도에 참여할 수 있다. 근로자는 매월 5~250파운드까지 저축할 수 있고, 최대 2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 3년 이상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주식을 취득하거나 옵션을 포기하고 저축 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모두 기업이 적극적으로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데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와 같이 IPO 당시 근로자 부담으로 우리사주를 매입하는 것보다 장기간 보유하고 손실을 볼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현대차·NH증권 등우리사주조합에 다양한 지원
국내 상장사 가운데 일부는 회사와 최대주주가 적극적으로 우리사주조합에 자사주를 증여해 근로자 근로의욕과 주인의식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우리사주전담기관인 한국증권금융과 고용노동부는 2006년부터 해마다 우리사주 제도를 통해 근로자의 재산 형성과 노사협력을 증진한 우수기업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노사 단체협상을 통해 2019년부터 경영성과급의 일부로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했다. 우리사주조합은 2019년 현대자동차 창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사주를 지급받았고, 이후로도 매년 무상으로 지급받고 있다. 의무예탁시 발생하는 주식 관리 수수료 및 조합원 관리 수수료는 회사가 부담하고 있다. 정기적인 무상출연은 조합원들로부터의 우리사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조합원 개인출연 제도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해마다 연 400만원을 우리사주조합기금에 출연해 우리사주를 취득하는 제도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과 배당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처음 시행했고 3년간 출연한 금액은 1244억원에 이른다.
NH투자증권도 우리사주조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사주를 취득한 조합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우리사주 취득을 위해 대출한 자금에 대해 재직 기간 중 대출금 전액 상환 때까지 대출이자 일부를 지원한다. 대출이자 회사 지원분은 연간 8억원이 넘는다. NH투자증권 주가가 하락했을 때 대출금에 대한 담보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회사가 추가 담보를 제공해 주가 등락에 따른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우리사주조합은 2019년과 2020년 '우리사주 갖기 운동' 결과 2020년과 20201년에 배당금 77억원을 받았다.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엘앤에프는 우리사주제도 운영으로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지고 임직원 재산 형성에도 도움이 됐다고 판단하고 제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배정주식의 청약에만 우리사주제도를 활용해왔으나 앞으로는 재원을 다양화해 시장 매입에 의한 취득, 우리사주매수선택권의 행사, 회사 등의 우리사주 출연 등의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신입사원 입사 교육 때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목적과 운영 방법 그리고 운영 성과 등도 홍보할 계획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무상으로 우리사주를 출연한 경우 단기적으로 비용이 증가할 수 있지만 근로의욕과 주인의식을 고취해 기업의 장기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 관련 사고가 감소하는 등 전사적 운영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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