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부작용 수차례 경고…증거금률 상향 등 예상 개선책 실효성 의문
“증거금 상향되면 증권사가 수수료 인하 카드 제시 예상”
CFD도 투자자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할 필요 여부 등 살펴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거론되는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제도를 두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다. 당초 주가 조작 조사를 마무리한 후 CFD 제도 보완점이 있다면 들여다보겠단 입장이었다. 그러나 CFD 관련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제도 보완에 돌입한다고 방향을 틀었다. 언론 보도와 조사 요청이 있기까지 주가 조작의 징후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난과 함께 통계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CFD 제도 개선을 등한시했다는 책임론 등이 불거져서다. 다만 유력하게 거론되는 제도 개선안으로는 CFD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걸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CFD 제도 신속 점검'으로 입장 선회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와 머리를 맞대고 CFD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현재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최근 제기되는 CFD의 제도상 보완 필요사항을 우선 검토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보완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CFD 자체의 결함이 주요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이번 사태가 개별 종목의 불공정거래 탓에 일어나지 않았느냐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당국을 향한 여론의 비난이 거세져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편법으로 시장을 교란해 극소수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는 반면, 그에 따른 피해와 폐해는 시장 전체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이번 CFD 사태의 본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한투연 측은 CFD 문제점으로 ▲주식양도세 절세를 위한 편법 이용 ▲매수를 해도 외국인으로 표시돼 신분 세탁용으로 이용 ▲보유하지 않는 매매 특성으로 5% 지분 공시 회피 ▲반대매매에 취약한 구조 ▲익명에 의한 주가 조작용으로 악용될 소지 ▲깜깜이 공매도로 시장 교란 등을 제시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이번 사태는 2019년 금융당국이 CFD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5000만원 등으로 완화한 후 3년 만에 CFD 투자자가 8배로 증가한 와중에 작전 세력이 CFD를 악용해 발생한 만큼 예고된 참사에 가깝다"면서 "자본시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CFD 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레버리지, 익명성, 반대매매
CFD는 투자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5만원짜리 주식이 6만원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5만원을 내서 주식을 사야 1만원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최대 레버리지 비율 2.5배인 차액결제거래는 5만원의 40%에 해당하는 증거금(2만원)만 내면 1만원을 벌 수 있다.
CFD는 악용되기 쉬운 구조다. 익명성 때문이다. 신용융자의 경우 레버리지 비율은 같지만 자기 명의로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에 투명성이 있다. CFD는 다르다.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거래소에 주문을 넣는다. 계좌 소유자가 직접 주문을 실행하는 게 아니다. 수급상 표기도 외국인으로 나온다. 이번에 관련 매매 물량이 SG증권 명의로 집계된 배경이다. 투자자들이 익명성을 악용해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일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CFD는 신용융자와 달리 만기도 없다. 이번에 무더기 하한가 종목 8인방을 주가 조작 일당이 3년간 꾸준히 시세조종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반대매매가 즉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 역시 골칫거리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떨어질 때 투자자가 증거금을 더 넣지 않으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버리는 것이다. 신용융자의 경우 투자자에게 이틀간 증거금을 보충할 말미를 주지만, CFD는 반대매매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CFD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개인 투자자가 입는 피해가 크다"면서 "특히 코스피200 등에 포함된 대형 종목에서 갑자기 반대매매로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지수가 흔들리는 등 지수 왜곡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반복된 위험 경고에도…
시장에서는 CFD 관련 우려가 수차례 나왔다. 정의정 대표는 "2020년 코로나19로 코스피가 1457까지 내려갔을 때도 CFD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고, 2년 전 '빌 황' 사태 때도 CFD가 증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라며 "비상벨이 두 번이나 울렸는데도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넘어간 탓에 이번 사태가 터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빌 황' 사태는 2021년 미국에서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CFD 등 파생상품으로 보유 재산의 5배인 500억달러(약 63조원) 상당을 주식에 투자했다가 파산한 사건이다.
대우증권 대표이사 출신의 홍성국 민주당 의원은 2021년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높은 레버리지 매매 수단인 CFD가 반대매매를 일으켜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출신의 이용우 민주당 의원 역시 CFD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지적하며 반대매매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용우 의원은 "CFD는 급락장에서 반대매매 위험이 높고, 반대매매에 따른 연쇄효과로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2019년에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CFD 거래가 늘고 있는데 통계와 감독의 사각지대라, 주식 대량 보유나 공매도 보고 의무를 회피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위험관리 소홀…대책 실효성 논란
금융당국이 CFD 시장 규모를 키워 놓고 위험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CFD에 투자할 수 있는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한 탓에 이번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위는 2019년 CFD 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상품 잔고 5억원,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재산가액 10억원 이상이었던 요건을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원, 연소득 1억원 이상 또는 재산가액 5억원 이상 또는 전문성을 갖춘 경우로 변경했다.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에 실제 개인전문투자자 등록건수는 2019년 3300건에서 2020년 1만1626건, 2021년 2만4365건으로 급증했다. CFD 계좌 잔고 규모도 2019년 8000억원에서 2020년 4조7000억원, 2021년 5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CFD 제도 보완책으로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혁신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필요한 자금을 과감히 공급할 수 있는 투자자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기 때문에 현격히 강화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본다.
CFD 보완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상 만기나 반대매매 시점, 공시 강화 외에는 건드릴 부분이 마땅치 않다. 유력한 개선안으로는 ▲CFD 증거금 최소 비율(현행 40%) 상향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 강화 ▲CFD 만기 도입 및 잔고 공시 등이 거론된다.
'빌 황' 사태 당시 금감원은 2021년 행정지도에서 최저 증거금률을 1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그랬는데도 CFD가 SG발 폭락 사태의 진원지로 거론됐다. 증거금 상향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거금을 상향해도 범죄에 악용되는 부문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른 신용공여 법정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로 증권사들은 자체 한도를 따로 둬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는데 CFD도 투자자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할 필요가 있는지 등 심층적인 보완책을 내놔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거금이 상향되면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증권사가 수수료 인하 카드를 들고나올 수 있다"면서 "현재 이슈가 갈무리되고 나면 증권업계의 수수료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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