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초등생도 1시간 만에 깍두기 담그는 밀키트, 포장 쓰레기 문제 해결이 급선무
밀키트(Meal kit). 코로나19를 거치며 부쩍 많이 접하게 된 단어죠. 식사를 뜻하는 밀(Meal)과 상자·세트를 뜻하는 키트(kit)의 합성어로,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및 조리법으로 구성돼 간편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상자·세트를 말해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외식이 어려워지고,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집밥을 선호하는 추세를 타고 밀키트 소비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급속 성장한 밀키트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죠.
밀키트란 뭘까
손쉽게 한 끼 식사를 만들 수 있는 밀키트는 HMR(Home Made Replacement·가정간편식)의 한 갈래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내 식품 분류에 따르면 HMR은 바로 또는 간단히 섭취할 수 있도록 판매되는 가정식 스타일의 완전·반조리 형태의 제품이며, 즉석섭취식품·즉석조리식품·신선편의식품·간편조리세트로 나뉘죠. 예를 들면 즉석섭취식품은 바로 먹을 수 있는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류, 즉석조리식품은 가공식품만으로 구성돼 가열 등 단순 조리 후 먹을 수 있는 냉동만두·국·탕, 신선편의식품은 세척 등 단순 처리된 샐러드고, 간편조리세트가 바로 밀키트예요.
1인 가구, 맞벌이 증가 등에 따른 식사 행태 및 문화의 변화로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0~2018년 기간 연평균 16.1% 성장했어요(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2020년 자료). 코로나19 발생 이후 비대면 문화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에 따라 가정 내 집밥 수요가 크게 늘며 가정간편식 수요도 함께 증가했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돼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식을 위해 음식점을 방문하는 대신 집밥 비중이 늘고, 외식 부문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년 가까이 웃도는 고물가가 밀키트 시장의 급성장 요인으로 꼽혀요. 1인 가구부터 가족 단위 소비자들까지 가성비가 확보된 밀키트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게 된 거죠.
어린이 밀키트도 있다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밀키트 시장 공략에 나서며 새로운 제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찌개·반찬 등 흔히 먹는 집밥 메뉴는 기본이고 야식·간식 밀키트, 특급호텔·유명 맛집·셰프의 요리를 담은 프리미엄 밀키트, 파티나 캠핑장에서도 활용 가능한 일품요리 밀키트 등이죠. 그중에는 어린이·청소년의 취향을 고려한 밀키트 제품도 있는데요. 김민솔·안수민·유은서·이유민 학생기자가 지난 2021년 밀키트 브랜드 ‘꾸오레킷’을 론칭한 포밀의 정상희 대표를 만났습니다.
“꾸오레킷은 이탈리어로 사랑을 뜻하는 ‘꾸오레’와 밀키트의 ‘킷’을 합한 이름이에요. 정성과 사랑을 담아 만든 키트를 뜻하죠. 밀키트 시장이 커지면서 일반적인 요리 밀키트는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꾸오레킷은 책과 밀키트를 컬래버레이션해 어린이들이 책을 기반으로 요리할 수 있도록 주니어 밀키트 메뉴를 개발합니다. 요리도 하고 책도 읽으며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게요.”
정 대표는 요즘 계속 문해력 이야기가 나오며 어린이·청소년 등 어느 한 세대뿐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적 문제로 나타나는 상황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어릴 때 책을 안 읽다 보니 어른이 돼도 계속 책을 안 읽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문해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책을 잘 안 읽는 어린이에게는 요리를 활용해 독서에 흥미를 돋우고,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에게는 색다른 독후활동으로 요리를 제안하죠. 작가가 책을 쓰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는데, 그런 부분을 요리에도 입혀 어린이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치고자 합니다.”
“저는 브로콜리·피망·파 등을 먹지 않는데요”라고 운을 뗀 수민 학생기자가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의 사용 여부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죠. 정 대표는 “사용하는 식재료는 메뉴마다 그때그때 다 다르다”며 “편식 또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 중 하나”라고 답했어요. “성장기 어린이에게 편식은 건강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죠. 깍두기 밀키트를 개발한 이유기도 해요. 김치를 싫어하고 안 먹는 어린이가 많기 때문이죠. 둘째 아이가 학생기자단 여러분 또래인데, 맵다고 김치를 싫어했어요. 밀키트를 개발하고 같이 깍두기를 만들면서 조금씩 먹기 시작했죠. 본인이 만들면 싫어하는 요리도 한번쯤 먹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거부감이 사라진 거예요. 지금은 잘 먹죠. 그런 걸 보면서 책을 읽고, 요리하는 경험이 그 정도 선입견은 깨줄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밀키트는 맛도 있어야 하지만 영양성분도 챙겨야 할 것 같다”는 은서 학생기자의 말에 정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죠. “맛은 개인차가 큰 부분이고 어린이는 특히 더 그런 부분이 있어 맛 자체보다는 건강을 위주로 고려해요. 편식을 피하고 몸에 좋은 영양소를 첨가할 수 있는 재료를 연구하고 재미와 교육적인 정보 등을 추가하죠.”
유민 학생기자가 “밀키트는 편하긴 한데 가격이 조금 비싼 것 같다”고 하자 정 대표는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죠. “장을 보러 가면 딱 필요한 만큼만 재료를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요리하는 것보다 버리는 재료가 더 많다고 요리를 포기하기도 하죠. 반면 밀키트는 요리에 딱 필요한 양으로 구성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재료를 낭비할 일이 없어요. 다만 키트로 구성하다 보니 비싸게 느끼는 소비자들이 있기에 제조 시 버려지는 재료를 최소화하고 분량·가격 등을 고려해 최종 값을 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어른 만큼 먹는다”고 한 수민 학생기자는 어린이용 밀키트가 일반 밀키트에 비해 양이 적은지 물어봤죠. 정 대표는 “깍두기의 경우 며칠은 두고 먹을 수 있고, 벚꽃 팝콘도 4인 가족이 충분히 먹을 양”이라며 미소를 지었어요. 어린이가 요리할 수 있을 정도로 난도를 쉽게 만들었을 뿐 분량이 적은 건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연령대에 따라 난도를 설정해 유치원생도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칼로 써는 과정이 있거나 불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는 초등학생 이상으로 잡는 식이죠.
“다양한 식재료가 들어가는 밀키트의 유통기한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나요?” 은서 학생기자의 질문에는 “신선 식재료가 들어가는 경우 보통 7일 이내로, 식품위생법에 따라 정해진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어서 민솔 학생기자가 “밀키트는 재료가 각각 포장돼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며 환경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어요.
사실 밀키트는 각각의 재료를 요리에 필요한 만큼만 정량 포장하기에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는 줄어드는 반면, 포장 쓰레기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죠. 정량 기준을 맞추고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장용기 등을 많이 쓰는 데다 보냉재의 경우 재활용이 안 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맞아요. 아마 모든 밀키트 업체가 포장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아까 예를 들었던 벚꽃 팝콘 밀키트의 경우 4인분 구성이다 보니 재료마다 1인분씩 4개 포장이 나오거든요. 조리하기 쉽도록 정량 기준에 맞춰 개별 포장을 하기 때문이죠. 이걸 하나로 줄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어요. 분량 계량 문제가 있으니 눈금을 넣거나 하는 식으로요.”
“앞으로 개발하고 싶은 밀키트는 뭔지 궁금하다”고 말한 유민 학생기자는 어린이 밀키트의 대중화를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게 있다면 알려달라고 했죠. 정 대표는 먼저 대중화 관련해 “지금 소년중앙 학생기자단 여러분과 인터뷰하는 것처럼 언론 취재도 하고, 가족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연다”며 “유치원·학교 등에서 단체 활동할 때 활용할 수 있는 구성도 기획하고 있다”고 답했어요.
이어 “앞으로 만들고 싶은 밀키트는 지금 2~3가지 정도 생각 중”이라고 했죠. “같은 메뉴라도 내 입맛에 맞게 맵기를 조절한다든지 이런 부분에 자유도를 주는 구성, 레시피가 없어도 만들 수 있는 밀키트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지금은 책을 보고 밀키트를 만드는데, 밀키트를 먹어보고 어린이가 직접 책을 써보는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가 요리해서 보호자에게 주는 밀키트도요. 아이는 직접 만든 요리를 보호자에게 맛보여줄 수 있으니 좋고, 보호자는 아이가 싫어하던 요리도 맛있게 먹으니 좋고, 이런 기쁨이 교차되는 순간을 만드는 데 밀키트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밀키트로 직접 요리해보니
인터뷰를 마친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밀키트 요리에 나섰습니다. 정 대표가 추천한 깍두기를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어린이 깍두기 밀키트에는 무, 파프리카 가루, 소금, 양념장, 플라스틱 칼, 용기와 함께 워크북이 들어있었죠. 각자 비닐을 뜯어 무를 꺼내 플라스틱 칼로 썰기 시작했어요. 칼질이 서투르다 보니 처음엔 잘 안 썰린다는 푸념이 나왔는데요. 이내 여러 번 손을 움직여 칼집을 내고 힘을 줘 누르는 식으로 무를 조각내는 법을 터득했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던 수민 학생기자가 “하얗고 네모나서 꼭 치킨 무 같아요” 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죠.
“우리 집은 밀키트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한 민솔 학생기자는 “사실 밀키트에 대해 특별히 생각해본 적 없었다”고 했죠. “오늘 취재하며 생각해 보니 음식을 만드는 번거로움과 복잡함을 빼고 음식의 맛과 재미만 넣었다면 계속 활용해볼 만하겠어요.”
어느새 양푼에는 소금에 절인 무에서 나온 물이 고여 있었죠. 물은 따라 버리고, 파프리카 가루와 양념장을 넣고 열심히 버무렸습니다. 김다영 포밀 마케터는 “파프리카 가루는 깍두기에 색을 더하고, 양념장은 김치 맛이 나게 해요. 양념장에도 고추를 넣지 않아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요. 무·양념장·파프리카 가루 모두 국내산 재료로 만들었죠”라고 설명했어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솔(서울 명지초 5)·안수민(서울 동호초 5)·유은서(서울 경복초 4)·이유민(경기도 위례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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