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불고기와 오므라이스

전석운 논설위원

불고기는 해외에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표 음식 중 하나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불고기(bulgogi)를 ‘얇게 썬 소고기 혹은 돼지고기를 양념한 뒤 구워 먹는 한국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불고기를 가장 성공한 한국 요리 수출품이라고 평가했다. 육식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일본에 불고기를 전파한 건 한인 교포들이었다. 6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육식금지령을 지켜야 했던 일본인들에게 한인들은 이 메뉴를 ‘야키니쿠’(구운 고기)라고 소개했다.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야키니쿠는 쌈과 된장찌개 등이 곁들여진 한국식 불고기로 통용되고 있다. 도쿄, 오사카 등에 진출한 외식사업가 백종원의 ‘새마을식당’ 인기 메뉴도 불고기다.

불고기는 지역별로 서울불고기,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가 3대 불고기로 꼽힌다. 서울불고기는 육수가 자작하고 채소와 당면이 들어가는 국물불고기다. 언양불고기와 광양불고기는 불판이 아닌 석쇠로 구워낸다. 언양은 미리 재운 고기를 사용하고, 광양은 주문을 받으면 바로 고기에 양념을 발라 석쇠에 올린다. 불고기는 고구려시대 ‘맥적’이라는 구이 요리가 기원이다. 고려시대 설야멱, 조선시대 너비아니 등으로 이어졌다.

오므라이스는 오믈렛과 라이스의 합성어다. 프랑스 계란 요리인 오믈렛 안에 밥을 넣은 것으로 128년 전 일본에서 개발됐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음식이지만 일본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요리사의 실력을 알아보려면 오므라이스를 주문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종류와 수준이 다양하다. 일제 때 한국에 전파된 오므라이스는 웬만한 학교 앞 분식집마다 메뉴로 내놓을 만큼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만찬 메뉴로 불고기를 내놓았다. 지난 3월 16일 도쿄에서 오므라이스를 대접받은 것에 대한 답례였다. 정상들이 수십년 동안 양국 국민들에게 친숙해진 음식을 나눠 먹다 보면 양국 간 거리도 조금씩 좁혀질 것이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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