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탁·인베스트먼트’ 정식업체로 오인… 허술한 규제가 피해 키웠다

김준희 2023. 5.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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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씨는 수년 전부터 투자자를 대거 모집해 불법으로 투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라씨가 운영하는 호안스탁은 미등록 투자자문사다.

라씨 역시 유사투자자문사를 신고하고 폐업한 전례가 있다.

직권말소 시 5년간 유사투자자문사를 다시 차릴 수 없지만 라씨는 정식 투자자문사를 신규 설립하고 투자자 모집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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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문사 영문상호명 기준 모호
폐업 뒤 바로 설립해도 처벌 못해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 검찰에 입건된 H투자컨설팅업체 라덕연 대표. 연합뉴스TV 제공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배후로 지목된 라덕연씨는 수년 전부터 투자자를 대거 모집해 불법으로 투자금을 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라씨가 운영하는 호안스탁은 미등록 투자자문사다.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자격’ 투자자문사들이 난립하는 가운데 ‘스탁’, ‘인베스트먼트’ 등 정식 투자업체로 오인할 수 있는 영문 상호명이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7일 기준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사 2139곳 가운데 상호명에 증권이나 주식을 뜻하는 ‘스탁’을 사용한 사례는 141건에 달했다. 상호명에 투자를 뜻하는 ‘인베스트’ ‘인베스트먼트’를 사용한 경우는 315건이나 됐다.

자본시장법 제38조에 따르면 정식 허가받은 투자자문사가 아닐 경우 상호명에 ‘금융투자’를 비롯해 증권, 선물, 파생, 집합투자, 투자신탁, 자산운용, 투자자문, 투자일임, 신탁이라는 단어를 쓸 수 없다. 또 이와 같은 의미의 외국어 문자도 쓸 수 없다.

문제는 외국어 문자 규정이 느슨하다는 점이다. 법령상 ‘파이낸셜 인베스트먼트’,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리’ 등과 ‘그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다른 외국어 문자’ 등이 해당된다. 위와 같은 구체적인 합성어를 제외하면 비슷한 의미를 가진 외국어 문자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인베스트, 스탁 등의 이름을 단 유사투자자문사가 우후죽순 생긴 것은 결국 이 같은 느슨한 외국어 문자 규정 때문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유사투자자문사가 규제망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우려를 부른다. 유사투자자문사는 전문성이나 최소 자본금 요건 없이 금융당국에 단순히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다. 금융당국의 등록 허가 후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 정식 투자자문사와는 진입 요건부터가 다르다. 유사투자자문사는 직권말소 사유인 보고의무 위반, 자료제출 요구 불이행 시에만 제한적으로 관리·감독을 받는다.

유사투자자문사 규제 조항인 직권말소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서 퇴출되는 유사투자자문사 대부분은 ‘자진 폐업’이다. 라씨 역시 유사투자자문사를 신고하고 폐업한 전례가 있다. 2014년 설립한 머니사이언스인베스트는 2019년 폐업을 이유로 직권말소됐다. 직권말소 시 5년간 유사투자자문사를 다시 차릴 수 없지만 라씨는 정식 투자자문사를 신규 설립하고 투자자 모집 활동을 했다. 금융당국이 라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 처벌할 근거는 현행법상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사투자자문사나 불법 투자자문사 모두 법망을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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