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4년 후 되돌릴 수 없는 것”

2023. 5. 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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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방한으로 이승만 대통령과 최초의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첫 정상회담 이후 70여년 동안 한국의 12명과 미국의 13명 대통령이 70여 차례 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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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방한으로 이승만 대통령과 최초의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당시 아이젠하워는 취임을 한 달여 남긴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이었다. 1960년 6월 아이젠하워가 다시 한국을 찾은 것이 사실상 미국 대통령의 첫 한국 방문이었다. 그러나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물러나고 의원내각제로 전환된 직후라 허정 국무총리가 맞이했다. 1961년 11월에는 방미한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과 존 F 케네디 대통령 간 회담이 열렸다. 윤보선 대통령이 현직이었을 때다.

첫 정상회담 이후 70여년 동안 한국의 12명과 미국의 13명 대통령이 70여 차례 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11차례로, 미국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5차례로 가장 많았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발전돼 왔다.

지난달 26일 미국 백악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공동성명과 별도로 6개의 합의 문서가 채택됐다. 특히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대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로 자화자찬하고 있다. 확장억제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도 아니다. 워싱턴 선언의 주요 내용인 ‘핵협의그룹’과 ‘전략핵잠수함 한국 기항’이 그동안 미국이 신뢰성 있게 제공했다는 확장억제와 비교해 획기적이거나 실효적인 확장억제 조치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과연 확장억제를 공동성명이 아닌 별도 선언으로 채택할 만큼 한·미 모두에 무엇이 그리 중요한 것인지 궁금하다.

일부에서는 확장억제를 별도의 워싱턴 선언으로 뽑아낸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등에 대해 언급조차 할 수 없어 이를 대신해 안보 성과를 돋보이게 하려고 형식상 선언으로 포장한 것이라고도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 내 핵무장론, 전술핵 배치 등의 신경 쓰이는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두 가지 모두 합리적 의심임에 분명하다. 국내 정치적으로 현 정부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미국이 과연 단순히 한국 내 핵무장론 차단이라는 이유만으로 워싱턴 선언을 해줬다고 보는 것은 미국의 외교술과 협상을 너무 쉽게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워싱턴 선언에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미국이 원할 때 우리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단어와 문장들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미사일방어(MD)체계의 정식 편입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대중국 통합억제력이라는 직접적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이다. 워싱턴 선언이 단순히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나 방미 성과를 위한 포장, 그리고 핵무장론 차단만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성명과 선언은 외교적으로 구속력에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공동성명은 기록적 의미가 강하며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공동선언은 목적과 관심을 같이하는 사안에 대해 같이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으로 가장 격이 높은 정상회담에서라면 다르다. 공동성명이라고 하더라도 최고지도자 간의 도의적 구속력을 가진 정치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양국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정상회담을 통한 공동선언이라면 합의문에 따라 조약에 준한 구속력을 가질 수 있다. 워싱턴 선언으로 우린 지금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석열정부가 집권한 지 1년이 됐다. 4년 후 많은 것을 되돌릴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다음세대를 위한 바른 불가역이라면 내가 먼저 앞장서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 보인다. 4년 후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평화가 아닐까?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군사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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