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단통법 10년, 스마트폰은 더 비싸졌다

김준엽,산업1부 2023. 5. 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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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10년 만에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게 단통법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통법이 시장 경쟁을 둔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단통법 시행 이전 1000만건이 넘던 번호이동 건수가 지난해 453만건까지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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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산업1부 차장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10년 만에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2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통신비 인하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지시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6월까지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다. 이 안에는 단통법 관련 개선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통법은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고, 이용자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기 위한 차원에서 도입됐다. 논의를 촉발한 건 2012년 ‘갤럭시S3 17만원’ 대란 사태였다. 이통 3사가 갤S3에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쏟아부으면서 출고가 99만4400원짜리가 17만원에 판매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전까지 잘 몰랐던 이용자들도 보조금 지급 구조를 알게 된 계기가 됐다. 정보에 밝은 일부 이용자만 보조금 혜택을 받는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때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 모두 경쟁에 혈안이 돼 있던 때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 시장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까지 제조사만 3곳이 있었다. 한국 시장 규모로 볼 때 3곳의 제조사가 모두 이익을 내려면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마케팅이 필요했다. 또 스마트폰 사양이 해마다 비약적으로 향상되던 때라 소비자들도 폰을 바꾸는 데 적극적이었다. LTE 경쟁을 펼치며 점유율 1%에도 민감했던 이통사들은 실시간으로 점유율 변화를 지켜보며 보조금 경쟁에 몰두했다.

단통법 도입 이후 10년간 시장은 서서히 식어갔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던 팬택과 LG전자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철수했다. 처벌을 감수하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도 있었지만 과거처럼 활발하지는 않았다. 스마트폰 가격은 계속 올랐다. 올해 출시한 삼성전자 갤럭시S23 울트라 출고가는 159만9400원이었다. 애플 아이폰14 프로맥스 1테라바이트(TB) 모델은 250만원에 출시됐다. 스마트폰 가격이 비싸지고 성능 개선 폭은 미미해지면서 과거 2년 주기였던 교체 시기는 3년 이상으로 길어지고 있다. 모든 게 단통법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단통법이 시장 경쟁을 둔화시키는 데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 단통법을 폐지하면 다시 경쟁이 활발해질까. 시장 상황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에 확신할 수는 없다. 이통 3사가 과거에 과열 경쟁을 한 배경에는 서비스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 끌어올리기가 깔려 있었다. 3G에 비해 비쌌던 LTE 요금제에 가입시키기 위해 고가의 단말기를 미끼로 쓰는 전략이었다. 다른 통신사의 저가 요금제 가입자를 끌어오기 위해 스마트폰에 많은 보조금을 쓰고,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통사들 입장에선 가입자를 뺏고 빼앗겨도 결국 요금제 ARPU가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5G는 이미 시작이 5만원 이상인 요금제이고, 다른 통신사 가입자를 빼앗아 와도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과거처럼 가입자 쟁탈전을 벌일 모멘텀이 약하다. 단통법 시행 이전 1000만건이 넘던 번호이동 건수가 지난해 453만건까지 떨어진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단통법을 둘러싼 논의는 스마트폰 가격과 요금제를 포함해 가계통신비 전체를 얼마나 내릴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은 제도는 시장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 모든 사용자에게 동등한 혜택을 주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단통법이 결국 모두가 비싸게 휴대전화를 사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준엽 산업1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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