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상담차·밥차 운영… 청소년 마음 돌본다

최경식 2023. 5. 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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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주다함교회 박상국 목사
생계가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주다함교회가 운영하는 ‘무료 밥차’. 매주 화요일마다 해당 지역에 있는 청소년들이 대거 몰리는 등 인기가 많다. 주다함교회 제공


지난달 28일 찾아간 경기도 시흥시 한 거리에서 낯선 차량을 발견했다. 차량 주변에 무리지은 학생들이 줄을 선 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차량의 정체를 물으니 학생들은 ‘이동상담차’라고 답했다. 시흥시에 위치한 ‘주다함교회’(박상국 목사)가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것인데, 차량 안에는 2명의 교사들이 청소년들의 고민을 진지하게 듣고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이동상담, 밥차로 청소년과 밀착

현장에서 상담을 받은 김수리(16)양은 “청소년기는 감수성이 예민해 힘든 시기라고 하는데, 나 역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제대로 하소연할 곳이 없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함께 와서 하소연하고 상담을 받았더니 마음이 다소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이 사역은 주다함교회 담임인 박상국 목사의 목회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박 목사는 여러 가지 사역 중 청소년 사역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한국사회와 교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에게 이른 시기부터 가까이 다가가야 교계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방법을 고민하던 중 청소년 이동상담차라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마침 5년 전 친분을 쌓은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첸이 차량을 기부했다.

주다함교회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시흥시 한 거리에서 청소년들을 위한 ‘이동상담차’를 운영하고 있다.


박 목사는 “해당 차량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다”며 “답답하고 아파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거나 괴로워하는 청소년들을 만나 미래를 이야기하고 다시금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줬다”고 전했다. 이어 “사모인 서승희씨는 청소년 상담 사역을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전문 상담과정을 마쳤고, 현재 나무아래 상담소를 통해 모래놀이 상담, 심리 상담 등 깊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목사의 청소년 사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 정왕동 거리에서 ‘사랑의 무료밥차’를 운영하고 있다. 손수 마련한 저녁 한 끼를 청소년들이 와서 다 비울 때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 없다고 한다.

작은 교회에 빛나는 간판을
주다함교회의 한 성도가 작은 농어촌 교회의 간판을 교체해주는 모습. 주다함교회 제공

박 목사는 농어촌에 있는 작은 교회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그곳에 교회 간판을 새로 달아주는 이른바 ‘간판 사역’을 한다. 네온이 꺼진 십자가를 LED 전등으로 교체해주던 원래 사역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목사는 “지난해 전북 순창에 있는 시골교회와 울진 화재로 전소된 성내교회, 울진호산나교회, 깨밭골교회의 간판에 새롭게 불을 밝히는 사역을 감당했다”며 “올해에도 4개의 교회 간판을 교체하기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건축 시공 사역도 진행한다. 박 목사 본인이 성전을 건축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러한 어려움을 작은 교회가 겪지 않게 하려고 시작됐다. 최근 전문가들과 함께 책임 시공을 목표로 사역을 진행한 결과, 성남에 있는 교회와 울진호산나 교회 등을 성공적으로 건축했다.

주님이 하신다

그동안 목회 현장에서 가열차게 달려왔지만, 박 목사에게도 남모르는 아픔이 많다. 한편으로는 물질적으로 난처한 상황이 있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동역자가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험난한 사역의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면 큰 두려움에 빠지기도 했다. 힘은 들어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묵묵히 사역에 매진하겠다는 목회 초반의 다짐이 크게 흔들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려움 가운데 끝내 동행해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수차례 경험했고 다시 일어나 목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주다함교회에서 항상 선포하는 표어가 있다. “내가 아니라 주님이 하십니다. 살아 역사하시는 주님이 하십니다.”

박 목사는 “이 표어를 한국교회와 성도, 그리고 지역 사회가 동일하게 외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사람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교회가 힘들어하는 이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주일학교가 없어지고 청소년 예배가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 앞에 무너지는 교회가 아니라 이럴 때 더욱 하나님이 하심을 믿는 교회와 성도의 모습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고백했다.

시흥=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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