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연씨, 어디서든 보고 있겠죠?” 1주기 추모전 개막
“우리 수연씨가 이 자리엔 없지만, 어디서든지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배우 안성기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 강수연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 열린 고인의 1주기 추모전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 개막식에서다.
한국 영화계 최초의 ‘월드 스타’로 불린 배우 강수연은 꼭 1년 전, 뇌출혈로 인한 심정지로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별세했다. 그의 나이 56세였다.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10년 만의 복귀를 앞두고 날아든 비보였다. 추모전 개막식에는 강수연과 작품을 함께한 배우 안성기·박중훈을 비롯해,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 임순례·배창호·윤제균·이장호 감독, 홍정인 메가박스중앙 대표 등 문화·영화계 인사가 참석했다.
배우 유지태가 사회를 맡은 개막식은 강수연·안성기 주연 로맨스 영화 ‘그대 안의 블루’(1992)의 동명 주제곡을 가수 김현철·배우 공성하가 함께 부르며 시작했다. 이 노래의 작곡자인 김현철은 무대를 마친 뒤 “강수연님이 여기 어딘가에 앉아 계실 것만 같다”고 말했다.
영화인들은 각자 기억하는 이야기로 강수연을 추모했다. 고인과 영화 3편을 함께 찍은 박중훈은 “강수연은 내가 직접 본 사람 중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동시에, 실제 생활에선 검소한데 어려운 곳에는 선뜻 마음을 쓰는 통 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문소리는 영상을 통해 “언니는 (배우라는 직업에) 굉장히 큰 책임감을 갖고 임했던 것 같다.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 텐데, 절대 약한 소리를 한 적이 없다”고 돌이켰다. 후배 배우 정우성·이정재·이정현·김아중·최희서 등이 영상으로 추모인사를 전했다.
유족 대표로 무대에 오른 동생 강수경씨는 “이번 추모전은 우리 가족뿐 아니라 언니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남을 것 같다”며 행사를 기획한 추진위원회 등에 감사를 표했다. 이번 추모전은 임권택 감독, 김동호 전 이사장, 배우 박중훈·예지원 등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 주최로 마련됐다.
이날 추모집 『강수연』(사진)도 발간됐다. 313쪽 분량의 추모집에는 영화감독·평론가 정성일이 쓴 에세이 겸 배우론을 시작으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설경구·김현주의 손편지, 소설가 정세랑의 추도사, 고인의 사진 수십장 등이 수록됐다. 특히 책에는 “강수연은 영리한 배우였다”는 임권택 감독의 추모사도 실렸다. 강수연은 1989년 임 감독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 영화의 비구니 역을 위해 그는 삭발은 물론, 촬영 6개월 전부터 절에 들어가 살기도 했다.
9일까지인 이번 추모전은 강수연의 대표작 상영, 배우·감독이 참여하는 관객과의 대화 행사 등이 함께 진행된다. 앞서 6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처녀들의 저녁식사’ ‘달빛 길어올리기’가 상영됐고, 9일까지 메가박스 성수에서 ‘씨받이’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아제아제바라아제’ ‘경마장 가는 길’ ‘그대 안의 블루’ ‘송어’ ‘주리’ ‘정이’가 상영된다.
남수현·나원정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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