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 왕관의 무게…찰스 3세 “섬김받지 않고 섬기러 왔다”
영국 찰스 3세(74)가 지난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거행된 대관식을 통해 공식 즉위했다. 9살이던 1958년 왕세자로 책봉된 지 65년 만이다.
이날 대관식은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가 버킹엄 궁전을 출발하는 ‘왕의 행렬’로 시작했다. 찰스 3세 부부는 백마 6필이 이끄는 황금색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에 올랐고, 육군 기마병들의 철통 경호 속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했다.
의식을 시작하기 전 찰스 3세는 “나는 주님의 이름과 그의 본보기를 따라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내가 당신의 모든 자녀와 모든 믿음과 신앙에 축복이 될 수 있기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라고 특별 기도문을 낭독했다. 성공회가 국교인 영국 국왕이 ‘모든 믿음과 신앙’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찰스 3세에게 축성 의식에 이어 황금 홀과 보주 등 왕권을 상징하는 성물을 건넸다. 대관식은 웰비 대주교가 2.23㎏ 무게의 ‘성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3세의 머리에 씌우는 것으로 정점을 찍었다. 예식을 마친 찰스 3세 부부는 대관식용 황금색 마차(Gold State Coach)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왔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이날 오후 버킹엄궁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만 명의 인파는 “신이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를 연호했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 그들의 자녀인 조지 왕자, 샬럿 공주, 루이 왕자 등도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왕실 일가와 불화를 빚은 차남 해리 왕자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선 윌리엄 왕세자와 떨어져 세 번째 줄에 앉았다.
이날 대관식에선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하려는 왕실의 노력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찰스 3세가 앉은 떡갈나무 왕좌 아래 700년 전 스코틀랜드 왕정을 상징하는 ‘운명의 돌’을 깐 것은 전통을 반영한 것이다. 처음으로 여성 사제가 성경을 낭독하고, 불교·유대교·시크교도 지도자를 초청하는 등 다양성에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했다.
선대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에는 8000여명이 초대됐지만, 이날엔 2200여명으로 4분의 1로 간소화했다. 영국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반군주제 시위대 ‘리퍼블릭’ 회원 등 52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그는 나의 왕이 아니다(#NotMyKing)”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야유를 보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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