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우승 이끈 김상식 감독 “더는 농구와 연 없을 것 같았는데…” [KBL]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오랜만에 눈물을 많이 흘렸다.”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안양 KGC는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서울 SK와 7차전을 연장 접전 끝에 100대 97로 승리했다.
정규리그에서 37승 17패로 1위를 차지한 KGC는 챔피언결정전까지 석권하는 통합 우승으로 2022-2023시즌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지난 2월에는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슈퍼리그(EASL)까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너무 감격스럽다. 오늘 전체적으로 선수 교체를 평소보다 빠르게 했는데 나가는 선수들마다 자기 역할을 다해줬다”며 “마지막에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을 텐데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끝까지 뛰어줘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김 감독은 2005년 SBS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안양 KT&G 감독대행, 2008년 대구 오리온스 감독, 2014년 서울 삼성 감독대행 등을 역임했다. 2019년에는 남자 국가대표 감독에 선임돼 2021년까지 국가대표를 이끌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비운의 감독’이라 불릴 정도로 팀의 상황이 좋았던 적이 거의 없다. 코치를 맡다가 감독이 경질되면서 감독 대행을 맡은 게 대부분이다. 국가대표 감독 시절에는 국가대표 선수 차출과 관련해 KBL, 구단의 불편한 시선을 받으며 쓸쓸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감독은 “그동안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추스르는 과정이 반복됐다.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에는 제주도에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KGC 구단에서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라면서 “마지막으로 모든 걸 태우자는 각오로 임했는데 이 순간까지 왔다. 너무 기분이 좋다. 구단과 선수들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올 시즌 KGC를 우승 후보로 꼽은 인물은 거의 없었다. 팀을 정상으로 이끈 김승기 감독이 고양 데이원으로 떠나고, 주축 선수였던 전성현마저 자유계약(FA)으로 고양 데이원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 감독은 “솔직히 이번 시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우리 팀은 김승기 전 감독과 전성현이 떠나면서 중위권 팀으로 평가받았다”며 “그래도 선수들과 함께 해보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선수들에게 질책보다 칭찬을 했고, 초반 8승1패를 거두면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돌아봤다.
이어 “정규리그 때 위기도 찾아왔지만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이겨낼 수 있다’고 독려했다. 전술적으로도 조금씩 변화를 줘 극복해냈다”며 “결국 우승은 차지했지만, 역시 감독이란 직업은 정말 쉬운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상식 감독은 경기 종료 약 3초를 남긴 상황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양희종을 교체 투입했다. 팀이 3점차로 리드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인데다 양희종이 부상 때문에 제대로 뛸 수 없지만 팀을 위해 헌신한 베테랑에 대한 예우였다.
김 감독은 “양희종이 후배들을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면서 격려도 잘 해줬다. 희종이가 몸 상태가 좋지 않지만 그래도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에는 당연히 코트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교체로 뛰게 해줬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을 보좌한 최승태, 조상민 코치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그는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 오늘도 망설이지 말고 얘기하라고 했다”라면서 “나 혼자 생각보다는 코치 둘이 얘기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웬만하면 코치들 생각을 들어준다. 서로 의논을 많이 했다. 두 코치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공을 전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7개월 동안 긴 길을 계속 달려왔다. 시즌 중에도 코치들과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며 “지금은 그저 쉬고 싶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하다”고 웃음을 지으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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