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전 연장 혈투, KGC 간절함 통했다...MVP는 오세근

박린 2023. 5. 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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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안양 KGC 선수들이 7일 안양체육관에서 통합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에 땀을 쥐게 만든 프로농구 ‘마지막 승부’. 연장 혈투 끝에 웃은 팀은 안양 KGC인삼공사였다.

KGC는 7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7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서울 SK를 100-97로 꺾었다. 5차전까지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KGC는 6, 7차전을 내리 따내며 4승3패를 거뒀다. 정규리그 개막부터 1위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챔프전까지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KGC는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SK에 당했던 패배를 설욕하면서, 2시즌 만이자 통산 4번째 PO 우승(2012, 17, 21, 23)을 차지했다. 지난 3월 동아시아 수퍼리그를 우승하는 등 올 시즌 프로농구를 평정했다.

챔프전이 7차전까지 간 건 2009년 이후 14년 만이었다. 김상식(55) KGC 감독은 부진했던 오마리 스펠맨을 선발로 기용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별명이 ‘수퍼맨’인 스펠맨이 전반에만 21점을 몰아치며 골밑을 장악했다. KGC는 어시스트와 벤치 득점에서 크게 앞서며 53-48로 2쿼터를 마쳤다. 63-52로 달아났지만, 3쿼터에만 홀로 19점을 몰아친 정규리그 MVP 김선형을 막지 못하며 70-71로 역전을 허용했다.

4쿼터에도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가 이어졌다. KGC는 스펠맨이 내외곽 슛을 터트리면서 83-75로 달아났지만, SK 김선형을 막지 못해 4쿼터 막판 87-91로 역전을 허용했다. 패색이 짙던 KGC는 스펠맨과 오세근의 연속득점으로 종료 1분24초를 남기고 91-91 동점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돌입했고, 스펠맨이 골밑슛을 넣어 98-95를 만들었다. 98-97로 앞선 종료 31초 전에 오세근이 천금 같은 리바운드를 잡아낸 뒤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100-97을 만들었다. 스펠맨이 34점, 오세근은 20점을 기록했다. SK는 김선형이 37점을 넣으며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챔피언 자리에 오른 KGC 선수들이 김상식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연합뉴스


KG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슈터 전성현과 김승기 감독을 고양 캐롯으로 떠나 보냈다. 쉽지 않아 보였지만 김상식 감독이 부임 첫 시즌에 우승을 이뤄냈다. 선수 시절 무빙슛을 구사해 ‘이동 미사일’이라 불린 김상식은 많이 뛰며 유기적인 움직임과 패싱을 하는 ‘모션 오펜스’를 펼쳤다. 체력 소모가 많은 전술이지만, 배병준과 박지훈 등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적절하게 돌렸다. 자율적인 훈련에 선수 탓을 하지 않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했다. 특히 벼랑 끝에 몰렸던 6차전에 15점 차로 뒤지다가 대역전승을 거뒀는데, ‘포인트 센터(포인트 가드처럼 패스를 찔러주는 센터)’ 대릴 먼로를 기용해 SK의 3-2 드롭존(지역방어)을 깼다.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한 오세근. 연합뉴스


김상식표 ‘모션 오펜스’는 코트 위 선수 9명의 면면을 꿰뚫고 있는 베테랑 센터 오세근(36)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경험과 노련미가 뛰어난 오세근은 '건세근(건강한 오세근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이란 별명처럼 건재를 과시했다. 오세근은 2012년과 17년에 이어 통산 3번째 PO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하면서 양동근(전 현대모비스)과 최다수상 동률을 이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입대하는 가드 변준형(27)도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 뚱뚱했던 외국인 선수 스펠맨은 체중을 120~130㎏대로 유지했고 특히 7차전 막판 폭발적인 코트 장악력을 보여줬다.

17년간 선수생활을 마치고 올 시즌 은퇴하는 KGC 포워드 양희종(39)은 5차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깁스를 했다. 출전 엔트리에 포함돼 벤치에서 독려했고, 후배들은 수비를 잘하는 양희종을 위해 '라스트 디펜스'를 이뤄냈다. 김 감독은 종료 3초 전에 양희종을 투입해 우승 순간을 함께했다. 이날 5905명이 찾는 등 챔프전 2차전부터 6경기 연속 매진을 기록했다. 챔프전에만 총 3만7059명이 찾아 12년 만에 최다 관중을 기록했다.

주로 감독대행과 코치만 맡아왔던 김상식 감독은 ‘비운의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떼어 냈다. 김 감독은 “모션 오펜스로 팀을 추스르고도 팀을 맡지 못하는 게 반복됐다. KGC가 절 불러주기 전까지, 집에도 ‘이제 농구는 아닌가’라고 얘기하고 제주도에서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고 마지막으로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3번째 MVP이자 4번째 우승을 차지한 오세근은 “마지막 (결정적인) 리바운드를 잡는 순간 뺏기지만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GC를 우승후보라고 뽑아준 분이 한 분도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하면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기회가 되면 5번째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 노력을 엄청 많이 했던 선수라고 자부한다. 운동도 늦게 시작했고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이렇게 농구를 하고 있다. 어린 친구들도 화려한 농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도 농구를 잘할 수 있으니 기본기부터 잘 닦았으면 한다”고 했다.

안양=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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