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일 간격 한일정상회담…양국 현안·과거사 폭넓은 합의 도출(종합)
1시간 42분 동안 정상회담 진행해
후쿠시마·북핵 등 현안 뿐만 아니라
과거사 인식 있어서도 진전된 입장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서울에서 총 1시간 42분 간의 소인수 회담과 확대 회담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 합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과거사 인식 계승 등 양국 간 다양한 현안에 합의를 이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7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3월 도쿄에서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댄지 52일만의 일로, 일본 총리의 양자 차원의 방한은 지난 2011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의 방한 이후 12년만의 일이다.
두 정상은 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후쿠시마에 한국 전문가 시찰단 현장 파견 및 검증 △히로시마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공동 참배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G7 정상회의 도중 한미일 정상회의 별도 개최 △과거사 관련 일본 내각의 역대 인식 계승 및 통석(痛惜) 표명 등을 밝혔다.
尹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
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 고려"
기시다 "자국민과 한국 국민의 건강에
악영향 주는 형식의 방류는 안하겠다"
후쿠시마(福島) 오염수 방류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국 측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달 중순 일본 히로시마(広島)에서 개최될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과정에서 한일 정상이 히로시마 평화공원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다는 점과, 회의 도중 한미일 정상회의를 별도 개최해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3국 간의 안보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방안도 발표됐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는 올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의장 자격으로 나를 초청해준 바 있다"며 "히로시마 방문 계기에 우리 두 정상이 히로시마 평화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프놈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와 관련해 실현 방안에 대해 당국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도발 행위가 이어지고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가 보이는 가운데, 일미동맹과 한미동맹, 그리고 일한미 안보 협력을 통해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 중요성에 대해 의견이 일치함을 확인했다"며 "G7 정상회의에서 일한미 정상회의를 개최해 논의를 더욱 심화시켜가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이어 "보름 후에는 히로시마에서 윤 대통령을 맞이하게 된다"며 "피폭지 히로시마에서 평화공원을 방문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윤 대통령과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북핵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위한 한미 핵협의그룹(NCG) 창설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에 일본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자 간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라면서도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시다, 강제노역 지칭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들고 아픈 경험, 가슴 아파"
尹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함께 찾아 참배하기로 의견 일치"
이날 한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과정에서는 기시다 총리에 의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 진전된 입장이 표명됐다.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하게 말씀드린 바 있다. 이와 같은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며 "한일 간에 다양한 역사와 경위가 있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온 선인들의 노력을 계승해 미래를 향해 한국 측과 협력하는 것이 일본의 총리인 나의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옛 일제 치하 강제동원 노역 문제를 가리켜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아픈 경험을 한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두 달 전 도쿄에서 열렸던 정상회담 당시 밝혔던 입장보다 진일보한 통석의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도 강제동원 노역 문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해법에 대해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대법원의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尹 "수도권 뿐만 아니라 양국 지방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
기시다 "경제계 교류가 힘있게 부활
두 달도 안됐는데 역동적이라 기뻐"
두 달 간격으로 서울과 도쿄에서 한일 양자 정상회담이 열리고, 양국간 당면 현안부터 대북 안보 협력, 과거사 문제까지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한일 관계는 12년 만에 정상적인 궤도로 복귀하는 수순을 밟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진전된 한일 관계에 따라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항공편 확대 증편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에도 합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나와 기시다 총리는 한일 양국 간의 인적 교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해,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간 항공 노선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도록 나아가자고 했다"며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우정과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의 교류가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민간, 특히 경제계의 교류가 힘있게 부활하고 있다"며 "양국의 미래 세대간 교류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한국과 제네시스 프로그램을 통한 대면 교류를 전면적으로 재개하고 교류 인원 수를 작년도 대비 2배로 늘릴 방침을 결정해 윤 대통령께 공유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셔틀외교의 복원에 12년이 걸렸지만, 우리 두 사람의 상호 왕래에는 두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한일 관계의 본격적인 개선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시다 총리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두 달이 되지 않은 사이에 벌써 다양한 대화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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