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안타까움' 전한 기시다 총리, 일본 사과는 없었다

박현광 2023. 5. 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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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혹독한 환경서 힘든 경험, 가슴 아프게 생각"... 윤 대통령 "과거사 인식, 상대에 요구 못해"

[박현광 기자]

▲ 공동 기자회견 발언하는 기시다 총리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한일정상 공동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내놓은 발언이다.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처럼 읽혔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해당 발언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한 말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말은, 그 당시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에 대해서 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씀드린 것이다."

이는 기시다 총리가 개인적 차원에서 안타까움을 드러냈을 뿐, 일본을 대표한 총리 자격으로 사과를 한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7일 오후 만나 소인수 회담, 확대 회담 등을 거쳐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할지가 관심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방일 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채택 등 일본에 먼저 손을 내민 만큼, 그에 상응하는 호응이 있을 거란 기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1998년 10월 있었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을 뿐, 더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기시다 총리 "역대 내각 입장 전체적으로 계승"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지난 3월에 윤석열 대통령께서 방일하셨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말씀 드렸다"며 "이와 같은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으로 3월 6일 발표된 조치가 한국 정부에 의해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분들께서 과거의 아픈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서 마음을 열어주신 점에 감동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정부나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우리나라 정부와 우리나라 기업이 피해 보상을 하고 있는, '제3자 변제' 방식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간 것으로 읽힌다.

기시다 총리는 "저는 당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의 분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한일 간엔 다양한 역사와 경위가 있다. 곤란한 시기를 견뎌온 선후배들의 노력을 계승하면서, 미래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측과 협력해 나가는 것이 일본의 총리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과거사 인식,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 아냐"
 
▲ 밝게 웃는 한일 정상 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윤 대통령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 번복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 한국 내에서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강한데, 일본에선 대통령의 방침이 바뀌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라는 <요미우리> 기자의 질문에 "일단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바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바뀌지 않는다고 말씀드린다"며 "우리가 발표한 해법은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으로서 법적 완결성을 지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현재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승소자 중 10명이 판결금을 수령한 상태"라며 "정부는 남은 분들에 대해서도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충분한 소통을 해가면서 해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언론에서 한국 측의 요구를 보도한 기사들을 제가 많이 봤는데, 저는 이런 과거사에 대한 인식 문제는 진정성을 갖고 하는 것이 중요하지 어느 일방의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못박았다. 이어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현안과 미래 협력을 위해 한 발짝도, 발걸음을 내디뎌서는 안 된다는 그런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 앞에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은 참으로 참담하고 허망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기시다 총리는 한일 공동선언을 비롯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에 대한 계승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이제는 궤도에 오른 셔틀외교를 통해 진정성 있는 대화와 소통으로 난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 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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