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실업률 54년만 최저…'금리 인하'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
미국의 지난달 신규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다. 미 경기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고용시장 호조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등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발표한 4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25만3000개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18만개를 크게 웃돈다. 지난 3월 증가 폭(16만5000개)도 뛰어넘었다. 실업률은 전망치(3.6%)를 밑도는 3.4%로 1969년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에도 미 고용시장이 견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전문사무서비스(4만3000개), 보건의료(4만개), 레저·접객업(3만1000개) 순으로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도 금융업 일자리 또한 2만3000개 증가했다.
우선 미 경제의 연착륙 신호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견조한 고용시장이 서서히 둔화하면서 임금 상승 압력은 줄고, 가계 소비 여력을 뒷받침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줄인다는 의미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저성장과 다소 완화된 고용시장, 인플레이션 하락이 연착륙 시나리오”라고 했다. 모건스탠리도 “올해 중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 증시도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든 것에 안도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1.65%)과 S&P500(1.85%), 나스닥지수(2.25%)가 전장보다 크게 올랐다.
문제는 물가다.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은 소비 지출 여력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4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대비 4.4%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0.5% 증가해 시장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기 위해선 수요가 약해지고 고용시장이 지금보다 약해져야 한다”고 말했는데, 고용 지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난 셈이다.
그럼에도 6월 FOMC에선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골드만삭스는 “고용지표의 깜짝 증가가 Fed의 다음달 금리 동결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은행 위기로 인한 신용 경색 우려가 있는 데다가 이미 금리가 높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7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따르면 다음달 Fed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율이 90%를 넘는다.
다만 금리 인하 시점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오히려 탄탄한 고용지표가 인하 시점을 시장의 기대보다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볼빈 웰스 매니지먼트의 지나 볼빈 대표는 “고용 보고서는 6월이나 7월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이제 인하 기대는 9월로 미뤄졌다”고 평가했다.
10일(한국시간) 발표되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다음달 나오는 5월 고용 지표를 봐야 Fed의 금리 향방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를 여전히 웃돈다면 연내 금리 인하를 택하긴 어렵다는 진단이 많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거나, 은행 불안에 따른 자금 경색이 심각해지는 등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금리는 연내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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