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접기 알려주는 유튜브, 불법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종이접기'. <기자말>
[최새롬 기자]
▲ 단단한 컵 |
ⓒ Unsplash의 NordWood Themes |
▲ 연약한 종이 |
ⓒ Unsplash의 A. B. |
코로나로 일주일 동안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종이를 접고 있을까 궁금해서 카페를 검색했는데, 카페는 무려 20년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2003년도에 개설). 게다가 진위를 의심할 수 없도록 완벽한 이름 <종이접기 카페>으로 명실상부했다. 회원은 무려 7만 명이 넘었다. 내 주위에 어느 누구도 종이접기를 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종이를 접고 있다니!
카페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종이접기 작품을 올리고 함께 감상하는 것이다. 여러 날 작품을 감상하며 몇 가지 룰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 사진을 올릴 때는 창작자명과 작품명, 그리고 사용한 종이 스펙을 기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 불법 유튜버를 언급해서는 안 된다.
불법 유튜브라니, 무슨 뜻일까? 유튜브를 보고 접을 수 있는 것이 혁신적인 종이접기 교육인 줄 알았는데(물론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긴 하다) 그건 종이접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진입하는 통로였다. 바로 나잖아…! 콧물이 나는 순간이었다.
종이접기 도면에도 저작권이 있다
이것은 종이접기에 대한 흔한 오해와 관련이 있다. 첫째, 종이접기는 무명의 누군가로부터 대대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온 것이 아니라 대부분 창작자가 있다. 지금도 창작자들은 새로운 종이접기를 개발하고 있다.
둘째, 따라서 도면에는 저작권이 있다. 종이접기 작가나 창작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셋째, 놀라운 점은 종이접기 도면은 사실 딱 1장이라는 점이다. 종이접기 방법을 한 스텝씩 설명하고 접는 것은 초보자들의 방법이었다...!
한 장의 도면에 모든 선이 들어가 있어 도면 사진과 작품 사진으로 충분하다는 것. 심지어 종이접기는 대칭인 경우가 많아, 한 장짜리 도면에서 반을 생략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접는다.
▲ 작품명: 두루미, 창작: 마시코 료스케 오리스트, <도쿄대 수재들의 리얼 종이접기>에밀, 2021 |
ⓒ 마시코 료스케 |
문제의 도면을 살펴보자. 이것을 CP라고 부르는데 한 장의 도면에는 접는 순서나 방법이 기술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전개도를 해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가장 처음 접어야 할 줄기와 그 다음을 구분할 수 있다. 도면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으며,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부터 각도에 관한 수학과 점을 잇는 가짓수 등 수학 이론에 대한 글도 많았다.
▲ 작품명: 고양이, 창작: 가쓰카와 히가시 오리스트, <도쿄대 수재들의 리얼 종이접기>에밀, 2021 |
ⓒ 가쓰카와 히가시 |
이것은 뜨개질 도면이나 악보를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종이접기 도면에는 이렇다 할 비밀스러운 기호는 없다. 아직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이미 충분히 암호처럼 보이지만, 종이를 처음 접는 가짓수는 2개뿐이라는 사실이 힌트가 되어준다. 삼각형으로 접기거나, 직사각형으로 접기. 그것을 접고 나면 그다음 스텝을, 또 그다음 접기를 선택해 나가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약한 종이가 알려준 사실
코로나로 격리되어 앓는 동안 알게 된 것은 아픈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휴지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종이접기 '도면'이 한 장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저런 동물을 접은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몰라도 그만인 앎인 것 같지만 도면을 보고 접기를 시도해보려는 일이 새롭게 반가운 것은 비로소 종이접기 고급자로 가는 길을 하나 알게 된 것 같기 때문이다.
▲ 종이접기 과정 |
ⓒ Unsplash의 Joshua Dixon |
삶은 언제나 조금씩 변하고 움직인다. 바닥이 불안정하고 물을 담을 수 없다면 당신은 지금 컵이 아니라 종이에 가깝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날들을 요즘이라면, 한 없이 가볍고 무게도 없고, 그다지 쓸모도 없어 보이는 종이를 반 접어보자.
한 장의 어지러운 전개도에 뜻을 알 수 없는 선이 모여 고대의 생물이 되기도 하고 기사가 되기도 한다. 이 사실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알게 된 이상, 세상이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처럼 눈이 밝아질 것이다.
구겨지고, 접히고, 아주 작아지는 연약한 종이가 알려준 사실 하나.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 "과거사 정리없이는 미래협력 없다는 인식 벗어나야"
- 아동학대 신고, 검찰의 무리한 기소... 결말은 비극이었다
- 돌리고 돌리는 전화... 도대체 담당자가 누구입니까?
- 스물네 살 '우리 애기'...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태어나줘"
- 이 세상을 살릴 '착한' 지렁이, 한번 믿어 보시죠
- 일 언론 "기시다, 본인 의지로 조기 방한... 윤 대통령에 호응"
- "기시다 총리, 과거사 거론 안할 것... 이전 성과조차 부인해"
- 얄미운 상사 마음은 사실 이렇게 단순합니다
- 내가 목회자 시국선언 참여한 이유... 정치구조 뿌리째 바꿔야
- [오마이포토2023] 한일정상회담장 앞 '독도는 우리땅' 플래시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