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5% “연금·노동개혁 시급”… 20~40대 연금, 50대 이상 노동 지목
경제·산업정책 평가 국민 1000명 설문조사
국민 38.7% 최우선 과제로 ‘경제 활성화’
‘성장동력’ ‘일자리 창출’에 방점
국민 3명 중 2명은 윤석열정부에서 추진하는 4대개혁 가운데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20~40대는 연금개혁을, 50대 이상은 노동개혁을 시급하다고 봤다. 지역별로는 TK(대구·경북)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연금개혁을, 광주·전남·전북에서 노동개혁을 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국민일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윤석열정부의 경제·산업정책 1년의 평가 및 향후 과제를 설문조사했다. 7일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5.6%는 연금개혁(33.1%)과 노동개혁(32.5%)이 가장 중요한 개혁이라고 답했다. 이어 규제개혁 18.0%, 교육개혁 16.4%였다.
개혁 정책의 무게감이나 속도를 두고 연령층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20대의 42.1%, 30대의 38.6%, 40대의 32.6%는 연금개혁을 첫손에 꼽았다. 국민연금 재정 고갈 시기가 빨라지고 있어 개혁을 더는 늦춰서는 안 된다는 미래세대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오는 2041년부터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2055년이면 바닥을 드러낸다고 추산한다. 지역별로 TK(47.5%)에서 연금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답변이 압도적이었다.
이와 달리 50대 이상은 연금개혁 대신 노동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50대의 32.8%, 60대 이상의 37.9%가 노동개혁을 1순위로 봤다. 강성 노동조합을 겨냥한 정부의 강경 대응 기조 등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노동개혁에 보다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역은 광주·전남·전북(52.4%), 강원·제주(46.6%)가 대표적이었다. 일자리 창출, 노동생산성 제고의 중요성을 감안해 노동개혁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담긴 것이다.
일자리 문제의 해법으로는 ‘민간투자 촉진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확충’(31.6%)이 가장 많았다. 신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24.2%), 노동개혁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23.0%),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14.2%), 구직정보 제공을 위한 고용 플랫폼 구축(7.0%)이 뒤를 이었다. 규제개혁의 성공 요건으로는 ‘산업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려는 정책 당국의 노력’(43.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윤석열정부가 집권 2년차에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은 ‘경제 활성화’(38.7%)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어 외교·남북관계 안정(23.0%)과 정치개혁(22.0%), 사회통합(13.9%), K-콘텐츠 등 한류문화 확산(2.4%) 등이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 동안 ‘워스트(가장 나쁜) 정책’으로 고물가 등 민생정책(35.0%)을 지목하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잘못한 정책 없음(20.3%), 저임금 일자리를 양산하는 고용정책(13.7%), 답보 상태에 빠진 노동개혁(11.3%)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른바 ‘3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력 저하 등의 위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민 불안감을 증폭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의 경제·산업정책 중 가장 잘한 정책을 묻는 질문에는 절반가량(50.7%)이 ‘없다’고 대답했다. 선진적 노사 문화 정착을 위한 노동개혁(16.0%),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12.2%) 등의 답변이 나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전기요금 추가 인상 보류, 유류세 인하 연장 등 정부 차원에서 물가 인상 요인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낮았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위기감이 강했다. 20대의 경우 절반에 육박하는 49.9%가 윤석열정부 2년차 최우선 과제로 ‘경제 활성화’를 꼽았다. 40대(37.8%), 60대 이상(31.2%)과 비교해 10% 포인트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초점을 맞춰야 할 세부대책에서도 세대별 온도차를 보였다. 20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 증대’(39.7%)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30대와 40대에선 ‘산업경쟁력 강화 및 미래 성장동력 확보’라는 응답이 각각 40.1%, 41.9%로 가장 많았다. 이와 달리 60대 이상에선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선진 노사문화 정착’(32.6%)을 최우선 과제로 골랐다. 재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언급하며 규제 혁신과 미래산업 육성을 강조했지만, 청년층 불안을 달래기에 부족했던 것 같다”면서 “정부가 더 일관성과 진정성을 보여야 할 분야”라고 분석했다.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정부 정책으로는 ‘민간투자 촉진’(31.6%)과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24.2%), ‘노동개혁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23.0%) 등이 차례로 거론됐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14.2%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신산업 육성에선 정부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정부에서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융합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실장은 “민간이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려운 신규 산업에 대해 정부의 과감한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정부 경제·산업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는 지역·연령별로 갈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TK(대구·경북) 또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60대 이상에서의 ‘긍정’ 응답률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호남권과 40대에서는 ‘부정’이 유독 강했다.
이날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경제·산업정책 전반 종합 평가’에 대해 광주·전남·전북(66.4%)과 경기·인천(63.8%)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이와 달리 TK에선 긍정이 49.6%를 기록했다. 대전·충청·세종(43.9%)과 함께 전체 지역에서 두 군데에서만 긍정이 부정을 앞섰다. 부울경에선 긍정(46.9%)보다 부정(47.4%)이 근소하게 많았다.
연령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긍정적이라고 본 연령대는 60대 이상이 유일했다. 긍정(61.2%)이 부정(32.2%)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40대에선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75.2%에 달했다. 20~30대에서도 부정이라는 답변이 60%대에 달했다. 이번 조사로 매겨본 윤석열정부의 경제·산업정책 종합 성적은 ‘긍정’ 4점, ‘부정’ 5.5점이었다.
또한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 대통령의 경제외교 성과를 평가하는 항목에서 보수와 진보 지지층의 성향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체 지역 가운데 TK와 부울경에서만 ‘긍정’ 응답률이 ‘부정’을 넘어섰다. 여기에서도 60세 이상 연령대에서 긍정(64.1%)이 부정(29.2%)을 큰 폭으로 웃도는 모습을 보였다. 40대에서는 부정 평가한 응답률이 72.7%에 이르러 극과 극을 오가는 온도 차이를 나타냈다. 경제외교 종합 평가에서는 ‘매우 긍정적’ 32.1%, ‘긍정적’ 9.9%과 ‘부정적’ 5.5%, ‘매우 부정적’ 48.3%로 나뉘었다. 부정(53.8%)이 긍정(42%)보다 11.8% 포인트 높았다. ‘보통’이라는 답변의 비율은 4.2%였다.
김혜원 양민철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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