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17조원어치 판 버핏 우울한 전망…이 기업은 추켜세웠다

안효성 2023. 5. 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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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마의 현인이자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92)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자본주의자의 우드스톡(유명 록페스티벌)’으로 불리는 버크셔 주주총회(주총)에서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버핏은 6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주총에서 “미국 경제의 믿을 수 없는 시간(Incredible period)이 끝나가고 있다”며 "버크셔의 사업체 대부분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버핏은 우울한 전망의 배경으로 “6개월 전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수준에서 수요가 약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수요가 서서히 줄어드는 반면 그동안 늘어난 수요에 맞춰 생산이 이뤄지며 과잉재고가 쌓였다는 것이다.

버핏은 “고용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6개월 전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버크셔는 철도와 보험, 에너지, 소매업 등 광범위한 사업을 보유 중이거나 투자하고 있어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버핏의 투자도 신중해지고 있다. 버크셔는 올해 1분기 동안 133억 달러(17조65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매도했지만 신규 주식 매수는 29억 달러에 그쳐 104억 달러(13조8000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 이어 2분기 연속 순매도다. 지난해 1분기 때는 51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FT는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지난 5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워런 버핏과 팻 이건 씨즈 캔디스 사장 겸 CEO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고금리가 버핏에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량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306억 달러로 2021년 말 이후 최대치다. 버크셔는 이런 현금 대부분을 단기 국채와 은행 예금에 투자하고 있는데 금리가 뛸수록 이자 수익도 늘어날 수 있다. FT에 따르면 보유 현금에 대한 이자 수입은 11억 달러로 1년 전(1억6400만 달러)보다 훌쩍 커진 상황이다.

버핏은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등 미국은행이 잇따라 파산한 것에 대해 “앞으로 혼란이 더 일어날 수 있다”며 “은행업에 대한 투자에 훨씬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버핏은 SVB 파산 당시 예금 전액을 보호해주기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재앙과 같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핏은 애플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애플은) 우리가 소유한 어떤 기업보다 나은 기업”이라며 “두 번째 차량과 아이폰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소비자들이 두 번째 차를 포기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제품”이라며 애플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버크셔는 애플 주식 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애플의 주가 급등으로 지난해 말 기준 버크셔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 중 38.9%가 애플로 채워져 있다.

현지시간으로 6일 버크셔 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를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버핏과 그의 파트너인 찰리 멍거 부회장에게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버핏은 “AI가 세상 모든 것을 바꾸는 날은 오겠지만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버핏은 또 AI 기술을 원자폭탄에 빗대며 “원자폭탄 개발은 엄청난 진보였지만 그로 인한 피해도 엄청났다”고 덧붙였다. 멍거는 “AI 기술에 대한 일부 과도한 기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인공지능이 아닌) 옛날식 지능이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AI 등 기술 발전으로 인한 투자 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낙관적 시각을 유지했다. 버핏은 “새로운 것이 등장했다고 기회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기회는 다른 사람들이 멍청한 일을 할 때 오는 것이고 버크셔를 운영한 58년 동안 멍청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반면 멍거 부회장은 “가치 투자자는 적게 버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달러화의 위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버핏은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다른 어떤 통화도 기축통화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버핏은 미국의 통화량 증가에 대해 “돈을 계속 찍어내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버핏은 최근 고조된 지정학적 긴장을 이유로 투자 대상 국가도 바꾸고 있다. 예컨대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는 지난해 4분기 매수 3개월 만에 대량 매도했지만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버핏은 “대만 반도체는 세계에서 가장 잘 관리되고 가장 중요한 회사”라면서도 “저는 그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버핏은 이날 현명한 인생을 사는 법에 대해 “자신의 부고 기사를 미리 써본 뒤 기사처럼 기억되고 싶은 대로 맞춰 사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투자에 대해 걱정하는 밤을 보내서는 안 된다”며 주택담보대출 외의 부채는 가급적 피할 것을 조언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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