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풀자" 불황 먹고 자라는 편의점...불티난 '매운맛'

유지연 2023. 5. 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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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소비 심리가 악화하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매출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초특가 전략 및 트렌디한 상품 구성으로 ‘불황’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불경기에 잘 나가는 편의점 ‘매운맛’


편의점 GS25는 판매하는 매운맛 식품의 가짓수와 매출이 최근 3년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GS25가 운영하는 상품 중 ‘매운’ ‘HOT’ ‘스파이시’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품 수를 분석한 결과, 2021년에 117개, 지난해 142개, 올해 174개로 매년 늘었다.

GS25가 최근 3개월(2월 1일~4월 30일) 판매한 해당 상품들의 매출 상승률도 지난해 38.7%, 올해 41.9%로 직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크게 늘었다. 주요 인기 제품으로 ‘진라면 매운맛컵면’ ‘틈새라면 매운고기짬뽕’ ‘농심 매운맛 새우깡’ ‘치킨25 핫할라피뇨 치킨’ 등이 꼽혔다.

GS25는 매운 맛 식품의 가짓수와 매출이 최근 3년간 해마다 늘고있다고 7일 밝혔다. 사진 GS25

GS25는 불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매운 음식을 먹으며 해소하고자 하는 소비 심리와 이른바 ‘매운 챌린지’로 불리며 매운 음식을 즐기는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했다.


편의점에서 초특가 장보기


불황형 소비 트렌드에 맞춘 편의점 업계의 ‘초특가’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 CU는 최근 수요가 높은 인기 상품들만 따로 모아 ‘1+1’ ‘2+1’ 증정, 맥주 번들(4입·6입) 할인, 한정 기간 특가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쓔퍼세일’ 행사를 매달 1~11일 사이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행사에서는 관련 상품들의 판매량이 행사하지 않은 기간 대비 약 420% 급증했다.

품목별로 보면, 음료가 664.8%로 가장 높은 신장률을 보였고, 과자 445.8%, 안주류 383.7%, 가공식품 376.1%, 비식품 183.2%, 맥주 111.1%로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잇따른 물가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파격적 할인 혜택에 호응했다는 분석이다.

고물가에 편의점의 '초특가' 전략도 주목받는다. CU는 매달 1~11일 파격적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쓔퍼세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CU


이달 중에는 1000원 막걸리인 ‘서민 막걸리(750mL, 6도)’와 각각 400원,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400바(바나나맛)’와 ‘1000콘(바닐라맛·초코맛)’ 2종을 출시한다고 7일 밝혔다.

GS25도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달부터 전국 최저가 수준의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7일 이 업체에 따르면 행사상품 ‘신선란 15입(4000원)’은 현재까지 20만팩(300만구)이 팔렸다. 한정 수량으로 준비한 물량이 거의 동난 셈이다. 쌀 소비 장려를 위해 판매하기 시작한 ‘상록수쌀 3kg(9000원)’도 4월 한 달간 300t 이상 팔렸다.


외식 물가 상승에 편의점 ‘즉석식품’도 인기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른바 ‘슬세권(슬리퍼 신고 가는 근거리 상권)’이 주목받으면서 최대 수혜 채널로 자리 잡은 편의점이 엔데믹 이후에도 매출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불황기 소비 패턴에 적합한 상품들을 발 빠르게 제공하면서다.

외식 물가가 상승하면서 ‘가성비’를 내세운 편의점 도시락 등 즉석식품의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GS25가 지난 2월 단종 6년 만에 재출시한 ‘김혜자 도시락’은 지난달 22일 누적 판매량 400만개를 돌파했다. CU의 경우 백종원 도시락 3종의 판매 호조로 올해 1~4월 도시락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5% 신장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3월 편의점 즉석식품(도시락·김밥·샌드위치·간편식)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1월 이래 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같은 기간 편의점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9.7% 성장, 대형마트(1.2%)를 압도했고, 백화점(9.5%)보다도 높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편의점은 오히려 불황에 강한 채널”이라며 “외식 물가 상승의 대체재 성격으로 편의점 소비자의 식품 구매 빈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유통 채널 중 객단가가 약 7000원으로 낮고, 지근거리 쇼핑 채널,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징으로 가격 민감도도 낮다”고 분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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