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례" 비판 쏟아진 바이든 불참…英대관식, 손녀가 대신 갔다

임주리 2023. 5. 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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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74) 영국 국왕이 지난 6일(현지시간) 70년 만에 열린 대관식을 통해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 즉위를 공식 선포했다. 전 세계의 시선이 쏠린 '세기의 대관식'인 만큼 참석자 면면도 화려했지만, 장외에서 반군주제 시위가 열리는 등 군주제에 대한 논란도 이어졌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 이후 70년 만에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번 대관식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등 주요 영연방국 정상은 물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주요 외국정상 100여 명이 참석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필리프 벨기에 국왕,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일본 왕세제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친왕 등 외국 왕족 수십 명도 초대받아 자리를 빛냈다.

영국의 최우방인 미국에선 조 바이든 대통령 대신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손녀 피네건 바이든과 함께 대관식을 찾았다. 그는 파란색 원피스를, 피네건은 노란색 원피스를 입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한다는 해석(BBC)이 나왔다. 질 바이든 여사는 올레나 젤란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과 나란히 앉아 대관식을 지켜봤다. 행사 직후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왕과 왕비의 머리에 왕관이 차례로 씌워지는 순간을 경험하는 일은 정말 초현실적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대관식에 참석한 질 바이든(오른쪽) 여사와 손녀 피네건 바이든. 각각 파란색과 노란색 원피스를 입어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대관식 직후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의 대관식을 축하드린다"며 "미국과 영국의 지속적인 우정은 양국 국민 모두를 위한 힘의 원천"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다만, 영국 내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불참을 두고 "최우방에 대한 결례"란 비판도 나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축전을 보내는 형식으로 대관식을 축하했다. 시 주석은 축전에 "양국이 함께 노력해 국민 우호를 증진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확대하고,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로 양국과 세계를 더욱 복되게 하길 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중국에선 한정(韓正) 국가부주석이 대관식에 참석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밖에 "찰스 국왕 부부는 프랑스의 친구"(마크롱 대통령), "우리는 그(찰스 3세)의 성공을 기원하고 양국의 훌륭한 협력을 더욱 기대한다"(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이번 대관식은 영국 군주제가 지속가능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증명했다"(폰데어라이엔 위원장)는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한국에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해 대관식 전날 버킹엄궁 환영행사(리셉션)에서 찰스 3세 국왕과 대화를 나눴다. 한 총리는 찰스 3세 국왕이 "한국은 방위산업이 강하지 않느냐" "북한은 (최근) 어떤가" 등의 질문을 했다고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리셉션은 조를 나누어 각 방에 7~8명씩 대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는데, 한 총리는 첫 번째 방에서 대기하며 질 바이든 여사, 한정 부주석 등과 함께 인사를 나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이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황금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왕실 현대화' 숙제 안은 찰스3세


찰스 3세의 '세기의 대관식'은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에서 군주제와 관련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치러졌다.

이날 런던 등 영국 곳곳에선 반군주제 시위가 벌어져 50여 명이 체포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영국 국왕을 헌법상 국가원수로 삼는 영연방 국가들에서 탈퇴 움직임이 이는 등 영국 군주제는 세계적인 논란거리다. 지난 4일 영연방 12개국의 원주민 지도자들은 식민 지배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특히 중남미 국가 벨리즈·자메이카·앤티가바부다 등에선 탈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과 가까운 영연방국 호주에서도 랜드마크인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대관식 기념 점등 계획이 취소되며 갑론을박이 일었다. 호주는 이날 주요 건물들에 영국 왕가를 상징하는 보라색 조명을 켰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예외였다. 오페라하우스를 관할하는 뉴사우스웨일스주(州) 정부는 전기를 아낀다는 이유를 댔지만, 지난 3월 이곳에서 치러진 주총선에서 노동당이 정권을 잡은 결과란 해석이 나왔다. 노동당은 군주제 대신 공화제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맞아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조명을 점등했다. 오페라하우스는 주요 기념일에 관련 조명을 밝히곤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찰스 3세 국왕이 '왕실 현대화'란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왕실은) 이번 대관식을 통해 군주제를 현대적으로 다듬어 왕실을 둘러싼 서사를 재구성하려 했다"면서도 찰스 3세가 '인기 없는 국왕'이기에 이런 과제 수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 꼬집었다. 찰스 3세의 차남 해리 왕자와의 갈등 등으로 불거진 왕실 내 분란도 그의 숙제로 남았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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