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분58초면 판가름 난다...3차발사 초읽기 누리호 '특급 미션'
“누리호 3차 발사의 가장 큰 임무는 싣고 간 위성을 궤도에 투입하는 겁니다. 발사체 검증을 목적으로 만든 위성 모사체나 성능검증용 위성을 싣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손님(위성)을 우주에 모셔다드리는 것이지요. 연구원들에게 ‘서비스 마인드’가 생긴 것도 이전과는 달라진 점입니다.”
지난 3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만난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이같이 말하며 “다만 실제로 손님(위성)들의 탑승료를 받는 건 아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한국형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오는 24일 오후 6시 24분 우주로 비상한다. 이번 발사는 시험비행 성격이던 1~2차와 달리, 실용급 위성을 우주 궤도에 투입하는 ‘특급 미션’을 위해서다. 누리호에겐 ‘실용급 위성 발사체’로의 첫 데뷔 무대인 셈이다.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총조립동에 들어서자, 이미 결합을 마친 누리호 1·2단이 거대한 몸뚱이를 누이고 있었다. 3단 연결 부분은 검은 천으로 싸여있었다. “기술보안을 위해 가려뒀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원유진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1·2단의 경우 이미 조립과 성능시험을 완료했고, 화약류나 고체 모터 등 모든 구성품 조립도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누리호는 로켓 3개가 하나로 조립된 3단형 로켓이다. 1·2단은 누리호가 더 멀고 높이 오를 수 있도록 도움 닫기 역할을 하고, 3단은 목표 궤도까지 날아가 품어왔던 위성을 토해내는 역할을 한다. 3단은 조립동에서 300m가량 떨어진 위성보관동에 선 채 ‘손님’인 위성 맞이 준비에 한창이었다.
3단 발사체 옆엔 이틀 전 입고됐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의 주탑재위성 ‘차세대 소형위성 2호’(NEXTSAT-2)가 탑승을 준비 중이었다. 테이블엔 함께 탑승할 부탑재위성이 속속 입고 중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 민간기업 루미르·져스텍·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위성 각 1기씩 부탑재 위성으로 실린다. 이들 위성이 3단 발사체에 ‘탑승’하고, 조립동에 누워있던 1·2단과 체결을 마치면 발사를 위한 모든 조립이 완료된다.
영상레이다(SAR)를 탑재한 NEXTSAT-2는 향후 2년간 ‘여명·황혼 궤도(통과시간이 오전·오후 6시인 태양 동기 궤도)'를 임무 궤도로 하는데, 우주방사선을 관측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NEXTSAT-2의 임무 궤도를 고려해 3차 발사 시점은 앞선 발사보다 2시간여 늦어진 오후 6시 24분으로 정해졌다.
도요샛은 4기가 한 세트로 종대·편대 비행을 하며 6개월간 근(近)지구 우주날씨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루미르는 우주방사능 측정, 져스텍은 광학 탑재체 관측 영상 획득, 카이로스페이스는 기상현상 관측 및 우주 쓰레기 경감기술 실증 등의 임무를 각각 맡았다.
이들 위성은 마지막 성능 점검을 마친 뒤 누리호 3단부 페어링(위성보호 덮개) 내부에 장착될 예정이다. 가장 먼저 분리되는 주탑재위성이 3단 맨 윗부분에, 나머지 부탑재위성은 양옆에 자리 잡는다. 위성 장착이 완료되면 3단도 위성보관동으로 옮겨져, 1·2단과 결합한 뒤 점검 과정을 거친다.
조립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발사 사흘 전인 오는 21일쯤 누리호가 완전체로 거듭난다. 통상 발사체는 발사 하루 전 조립동에서 1.8㎞ 떨어진 발사대로 옮겨지고, 연료·산화제를 공급하는 ‘탯줄’ 역할의 엄빌리칼타워에 연결된다. 발사 10분 전 ‘발사 자동 운용’ 명령이 하달되면 우주로 나아갈 모든 준비가 끝난다.
이번 누리호의 총 비행시간이 18분 58초에 불과한 만큼, 발사체 자체의 성공 여부는 발사 직후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다만 이번엔 탑재 위성의 목표 궤도 투입과 임무 수행 여부가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그동안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며 많은 기술적 노하우를 축적하였지만, 아직 누리호 비행은 3번째에 불과하다”며 “3차 발사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철저히 점검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고흥=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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