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이병헌 감독 "손해 보더라도 '드림'이어야 했다"
"영화를 보고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전 홈리스 월드컵 이야기를 처음 접하고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어요.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재미와 감동도 느꼈고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어요."
2019년 1600만 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2위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스크린 복귀작으로 '드림'을 선택한 이유다. 2010년 홈리스 월드컵 한국 국가 대표로 첫 출전했던 홈리스들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를 본 후, 시나리오 작업부터 관객들에게 선보이기까지 약 10년이 걸렸다. 실패한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이 감독은 이 작품 만큼은 손해를 보더라도 끝을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누군가 고집과 아집이라고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홈리스' 축구의 편견을 깨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도 못하는 판에 홈리스가 축구를 한다는 이야기는 설득이 필요했어요. 저는 충분히 의미와 재미가 있는 이야기가 설명이 될지 알았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더라고요. 설득하는 과정에서 투자, 캐스팅 등의 부침이 있었죠. 어찌 보면 조금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경기 내용은 영화와 똑같아요.
전작 '스물', '극한직업' 등을 기대하고 '드림'을 관람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홈리스들이 사회라는 울타리 안으로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응원하는 휴머니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사용됐지만 이야기의 전형성을 상쇄시키지 못했다는 평도 많다.
"소외계층이라 코미디를 얼마만큼 허용해야 하는지도 신중해야 했고요. 처음에는 코미디 요소가 많았는데 스태프들과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걷어내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이 작품은 나의 기교로 뭔가 껴넣으면 안될 것 같았거든요. 저는 그래서 '이병헌 작품'이라는 걸 안 들키길 바랐는데 그건 어렵더라고요. 전형성이라는 건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익숙함이 젊은 세대들에게 식상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온 가족을 놓고 보면 편안하다는 의미기도 하잖아요. 그런 영화가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전형성에 겁먹지 않고 익숙한 걸 만들어보자 싶었죠."
영화가 개봉하기 전, 시사 후 혹평이 이어지자 SNS "분명 의미도 재미도 있을 거란 내 확신을 버리지 못해 다시 수많은 설득의 과정을 거쳐 수많은 사람의 노고를 빌려 완성한 '드림', 세상에 내놓고 보니 이 영화의 핸디캡은 홈리스가 아닌 이병헌 감독이었다. 얘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도 얼마큼 웃기냐 신박하냐로 평가 받는 감독이 되어 있었고, 비교 작품은 유사 장르의 다른 영화가 아닌 '극한직업'이 되어 있었다"라고 토로 한 바 있다. 이병헌 감독은 당시 SNS에 글을 쓴 이유를 설명했다.
"오전에 강아지 산책 시키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물 한 잔 마신 상태에서 썼어요. 저는 '드림'이 호평 받고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극한직업'과의 비교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오더라고요. 이 영화는 '극한직업'과 배우, 제작사들이 다 달라요. 우리들의 영화인데 저 한 명 때문에 '극한직업'이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게 미안했어요. 평소에 가지고 있는 우울감이 글을 조금 어두워 보이게 만든 것 같네요."
'드림'은 아이유의 영화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가 먼저 개봉했으나, 먼저 촬영을 마친 작품은 '드림'이었다.
"소민 역에 아이유 씨가 리스트업 최상단에 있길래 왜냐고 물었더니 '팬이라서 그렇다'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저도 팬이라 미친척하고 넣어보자 싶었고,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배우로서 첫 영화에 욕심이 있겠지만 멀티 캐스팅으로 부담을 덜고 싶지 않을까 생각하며 내심 기대했는데 타이밍이 맞은 것 같아요. 아이유 씨가 캐스팅 되면서 영화 사이즈가 커진 느낌이었죠."
'드림'은 이병헌 감독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의 전작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힘을 내요 병헌 씨', '스물', '바람 바람 바람', '극한직업', '멜로가 체질' 등 전작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범수, 소민, 홍대, 환동, 효봉, 문수, 인국 등의 이름은 '멜로가 체질'에서도 등장했던 이름이다.
"함께 했던 배우들과 고등학교 동창 같은 느낌이 있어요.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울리는 역할 있음 제의를 드리는 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스케줄 조율도 쉽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름이 겹친 이유는 사실 제가 이름 짓는 걸 귀찮아해서입니다. 이름 정도는 친구 이름 갖다 쓰고 다른 일에 더 신경 쓰려고 한 거죠. 누군가에게 방해가 되고 거슬릴 수 있다는 걸 이제 알았어요. 이제는 이름을 바꾸려고요.(웃음)"
이병헌 감독은 사회적인 메시지, 비주얼도 중요하지만 누군가 '드림'을 보며 웃음과 울림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꿈처럼 가지고 있다.
"관객 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관객들이 필요한 이야기라고 느껴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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