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1000㎜ 넘는 폭우, 태풍도 제쳤다…연휴 역대급 봄비

정은혜 2023. 5. 7.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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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기간 남부 지방에서는 5월 일일 강수량 기록을 경신하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봄비가 그친 뒤 월요일부터는 전국에 맑은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최고 1000mm 이상 비가 내린 한라산에서 6일 올려다본 하늘이 맑게 개어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전국은 중부 지방부터 차차 개기 시작해 8~9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은 날씨가 이어지겠다. 8일 전국 최저기온은 4~11도, 낮 최고기온 17~24도로 오전 기온이 평년보다 3~4도 가량 낮겠지만 9일부터는 최저·최고기온 모두 평년 수준을 회복해 맑고 따뜻하겠다. 다만 남부 지방은 7일 밤까지 비가 오고 8일에도 제주도와 경상권 해안에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돼 시설물 피해와 풍랑에 유의해야 한다.

연휴에 쏟아진 비로 남부 지방에서는 5월 일일 강수량 기록을 경신한 곳이 속출하며 가뭄 해갈에도 일부 도움이 됐다. 5일 기준 전라권에서는 순천(166.5㎜)·부안(131.8㎜)·해남(115㎜)·군산(107.6㎜)·광주(95.7㎜)가, 경상권에서는 남해(258.3㎜)·진주(255.1㎜)·밀양(120.4㎜) 등에서 5월 하루 강수량 기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주에서는 지난 4일 하루 강수량이 287.8㎜로 5월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고 한라산에는 나흘간 10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당시 사흘간 누적 강수량 946.5㎜를 쏟아냈을 때보다 강수일수와 양이 많은 수준이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식수원인 부황제의 저수율이 5일 100%에 도달해 물이 넘치고 있다. 보길도에는 전날부터 이틀간 268.5㎜ 이상 비가 내렸다. 사진 완도군

덕분에 극심한 가뭄을 겪던 남부지방의 댐 저수율은 올랐지만 피해도 잇따랐다. 광주와 전라권 식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 저수율은 이날 오전 8시 기준 34.8%, 30.1%를 기록해 20%를 밑돌던 일주일 전보다 상황이 좋아져 당국은 이 지역 제한 급수 위기는 사실상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제한 급수를 겪고 있던 전남 완도군 보길도 등 도서 지역 식수원도 25%에서 63%까지 차올라 제한 급수는 일단 순차적으로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 보길도의 식수원인 부황제의 저수율은 한때 100%를 돌파해 물이 흘러넘치기도 했다.

피해도 있었다. 전남지역에서 728ha의 농경지가 침수와 도복(벼 쓰러짐) 피해가 있었고, 제주도에서는 6일까지 항공편이 결항됐고 도 내에선 벽 무너짐, 낙석 사고 등 수십건의 크고 작은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

5일 오전 전남 강진군 군동면 국도 23호선에 토사가 쏟아져 내려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전남소방본부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봄비는 한반도 서쪽에 형성된 2개의 저기압이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나흘간 영향을 줬다. 3일부터 서해 북부 해상서 남동진한 저기압이 한반도 남쪽에서 비구름대를 형성해 많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5일 낮부터는 상하이 부근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당초 예상보다 더 커지며 서해 남해 상에서 북동진해 남부 지방에 많은 비를 이어갔다. 반면 중부지방은 이 기간 한반도 동쪽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을 남부 지방보다 강하게 받아 비구름대 형성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어졌고, 예보된 수준보다 폭우가 짧게 지나갔다.

7일 오후 2시 20분 현재 한국 중남부와 일본 사이 바다로 비구름대가 통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 기상청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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