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기업, 금리 높아도 빌린다…은행, 대기업 대출 30% 증가
높은 금리에 가계는 서둘러 빚을 갚아나가고 있지만, 기업은 오히려 대출을 늘리고 있다. 경기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 돈을 빌려서라도 경영 자금을 계속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은행 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7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최근 원화 대출 실적을 종합해 보면 지난달 말 이들 은행의 대출 잔액은 1432조4562억원으로 직전 달보다 17조6309억원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4%(55조5359억원) 증가한 규모다.
가계대출은 지난해 1월 이후 16개월 내리 감소하고 있지만, 기업대출이 늘며 전체 대출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달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동월 대비 9%(59조5220억원) 증가한 720조778억원이었다. 한 달 새 5조4030억원이 불었다.
금리 상승기에도 기업의 은행 대출이 늘어나는 이유로는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는 대신 은행을 택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화 긴축 기조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올라가면서, 금융권 대출이 상대적으로 쉬운 대기업은 회사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회사채보다 은행 찾는 기업
당분간 기업은 회사채 대신 은행 대출을 더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와 은행채,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저당증권(MBS) 등 신용등급 AAA의 우량 채권 발행이 계속되면서 일반 회사채는 채권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추가 발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분기 은행채 발행과 맞물리며 수급 이슈가 단기적으로 (금리 상승 등)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지난 4월 신용등급 AA- 회사채(무보증, 3년물) 금리(최종호가수익률)는 4.072%로,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1월(5.487%)보다는 낮지만, 1년 전인 지난해 4월(3.631%)보다는 0.441%포인트 높았다. 신용등급 BBB- 회사채(무보증, 3년물) 금리도 4월 10.458%로 지난해 같은 달(9.471%)보다 1%포인트 가까이(0.987%포인트) 높다.
어려운 경기에 중소기업도 은행에 손을 벌렸다. 지난달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대출 포함) 잔액은 605조403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32조4790억원) 증가했다.
은행권도 가계대출보다는 기업대출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전세 사기’ 사태 등 부동산 시장이 부진해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업은 자금 조달이 계속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 수요에 맞춰서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불어난 대출의 건전성이 관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대출은 3건 중 2건꼴로 변동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대출금리는 연 5% 이상 6% 미만인 경우가 신규대출의 44.5%로 가장 많고, 연 6% 이상 7% 미만을 적용받는 대출도 9.9%를 차지한다(3월 기준).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올해 2월 말까지 대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09%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월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의 건전성은 기업 경기에 달렸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를 보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의 5월 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3.8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이 향후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14개월째 100을 밑돌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전망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침체 강도가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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