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반도체 신화 이루겠다'...이재용, 美서 글로벌 제약사 연쇄 회동
미국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제약사 CEO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며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기 위한 행보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미국 동부 지역을 방문해 글로벌 빅파마,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션 회사 등 바이오 시장 선도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났다. 4월 말 윤석열 대통령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찾은 후 계속해서 해외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호아킨 두아토 J&J(존슨앤존슨) CEO, 지오반니카포리오 BMS CEO, 누바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과 각각 만나 바이오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기업과의 미팅에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배석했다.
이들 기업과는 인연이 돈독하다. 창립 140여년의 J&J는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제약 분야 3위, 바이오 분야 6위인 기업이다. 삼성과는 2016년 CDMO(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파트너십을 지속하고 있다. BMS는 2013년 삼성에 의약품 생산 첫 발주를 해 바이오 사업 토대를 마련해준 ‘첫 번째 고객’이었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의 누바아페얀 CEO는 모더나의 공동 설립자로, 삼성과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생산계약을 통해 국내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기여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지난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삼성에 모두 매각했으나, 삼성 제품의 유럽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 측은 “바이오 업계 리더들과 연쇄 회동을 한 것은 산업 전반에 걸쳐 글로벌 협업을 한층 강화해 바이오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회장의 폭넓은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이 글로벌 빅파마들과 협업을 확대해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제약사 CEO들과 미팅 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북미 판매법인 직원들을 만나 글로벌 공급망 현황을 점검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출발점은 중요하지 않다, 과감하고 끈기 있는 도전이 승패를 가른다”며 “반도체 성공 DNA를 바이오 신화로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바이오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으며 직접 챙겨오고 있다. 이 부회장은 앞서 “삼성은 정보기술(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은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연이어 설립하며 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비교적 짧은 사업 기간에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1위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6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제품을 판매 중이며 지속해서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2년까지 바이오 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생산 기술·역량 고도화, 연구개발(R&D) 역량 내재화를 통해 바이오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간다는 목표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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