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들고 올까봐" 학교서 가방도 못 든다…美주말 총기난사 속출

서유진 2023. 5. 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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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부터 주말 사이 미국 전역에서 잇달은 총기난사 사건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처럼 총격 사건이 끊이질 않자 미국의 한 소도시에선 학생들이 무기를 소지하지 못하도록 '책가방 금지령'에 나서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6일 오후 3시 36분쯤 미 텍사스주(州) 댈러스의 외곽 소도시인 앨런에 소재한 대형 쇼핑몰(프리미엄 아울렛 매장)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미국 텍사스주의 앨런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6일 총격사고가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졌다. AP=연합뉴스

현지 경찰은 은색 세단 승용차에서 내린 한 괴한이 사람들을 상대로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주말을 맞아 쇼핑을 즐기던 시민 수백 명이 일제히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등 큰 혼란도 일어났다. 용의자는 출동한 경찰과 교전 끝에 사살됐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7구의 시신을 발견했고, 9명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며 "이후 2명이 추가로 숨졌다"고 설명했다. 부상자 중에는 5살 어린이도 있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날 오전 1시 30분쯤엔 텍사스주 휴스턴의 주택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16세 고등학생 1명이 숨졌다. 숨진 남학생은 졸업 파티를 즐기던 여러 명의 학생 중 한 명으로, 파티에 참석한 한 여학생의 아버지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서로 총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을 쏜 여학생의 아버지는 경찰에게 정당방위를 주장했다고 AP는 전했다.

같은 날 오전 3시 30분쯤 캘리포니아주 치코의 한 아파트에서도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인근 아파트에서 파티를 하던 중 누군가 총기를 난사해 17세 여성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경찰은 범인 체포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6일 현지 경찰이 미 캘리포니아주 치코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앞서 5일 밤에는 미시시피주에서 파티 총격사건이 있었다. 한 식당에서 멕시코인들의 기념일인 '신코 데 마요' 파티가 한창인 가운데 한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19세 남성 1명이 숨지고 최소 6명이 다쳤다.

신코 데 마요는 1862년 5월 5일 멕시코군이 푸에블라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상대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미국 총기폭력 기록 보관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4명 이상이 부상·사망한 총기 난사사건만 최소 198건에 달한다.

어린이 희생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지역에선 극단적인 대책에 나서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미시간주 플린트시는 초·중·고 공립학교 학생들의 책가방 소지를 금지하기로 했다. 시 교육청이 마련한 규정에 따르면 도시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핸드백 크기의 가방보다 큰 가방은 학교에 들고 갈 수 없다. 해당 지역의 11개 학교가 대상이다.

시 교육청은 이번 조치를 통해 학교 내 총기 관련 사건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이 지역의 한 고등학교에선 총기와 관련한 위협 때문에 이틀간 휴교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후 시 교육청은 긴급회의를 소집해 올해 여름방학 시작 전까지 책가방 소지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케블린 존스 플린트시 공립학교장은 "학생들이 총기를 분해해 책가방에 숨겨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며 "안전 관리를 위해 책가방 소지를 금지하고 안전요원 배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플로리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1학년 아이가 에어소프트 건(공기를 이용해 연질의 탄환을 발사하는 총)을 학교에 가져온 후, 남은 학기 동안 학생들의 가방 사용이 금지된 적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책가방 대신 옷 밑에 숨기는 등 다른 방식으로 총기를 반입할 수 있다"며 이같은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NYT는 전했다.

서유진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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