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우크라전서 시간은 러시아 편…춘계 대반격이 분수령"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3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가 준비하는 춘계 대반격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의 버티기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러시아는 시간이 자기들의 편이라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불안정한 판세를 짚었다. 신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곧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춘계 공세가 이같은 전망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미국 등 서방 동맹국들은 최근 몇 달간 우크라이나에 쏟아부은 무기와 탄약,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훈련 등이 과연 전장에서 효과를 거둘지 이번 반격을 중요한 시험대로 여기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단기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러시아군에 치명타를 입히지 못하고, 격전지를 탈환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서방 각국에 여파가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군사지원을 한 만큼 여론의 반발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선 내년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본다. 하원을 장악한 미 공화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에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재선 도전을 밝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초조함도 이런 분위기를 방증한다. 최근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리의 우방국들과 협력국들 사이에서 (춘계) 반격에 대한 기대감이 과대평가, 과열돼 있다”며 “그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경제적ㆍ군사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정치적인 영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필요 시 더 많은 동원령을 발동할 것”이라며 추가 징병에 자신감을 내보인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토머스 그레이엄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러시아 입장에선 자신들이 서방보다 더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라며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시간이 자신들의 편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러시아군, 백린탄 썼다"
한시가 급한 우크라이나 측은 국제사회에 러시아군의 만행을 강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6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군이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비인도적 살상무기인 백린탄을 민간인 거주 지역에 사용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무인기(드론)가 촬영한 것으로 산발적인 하얀 섬광과 함께 고층 건물이 불길에 타오르는 모습 등이 담겼다. 백린탄은 주변을 불태우는 소이탄의 일종인데, 맹독성 원료로 만들고 불이 붙으면 엄청난 열과 섬광ㆍ연기를 발생시킨다. 인체에 달라붙으면 물을 부어도 불이 잘 꺼지지 않고, 껐다고 생각한 뒤 돌아서면 다시 불이 붙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하지만 연막탄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로 소이탄과 달리 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되진 않았다.
러시아군의 공격과 관련, BBC는 “소이탄의 일종으로 보이나, 백린을 사용했는지는 특정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러시아 민간 용병 조직인 바그너그룹이 탄약 부족 등을 이유로 바흐무트 철수를 예고한 뒤 이같은 공격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이날 바흐무트 철수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그는 쇼이구 국방장관에게 보낸 서한에 “오는 10일 0시 이전에 바그너그룹이 지키는 바흐무트 및 인근 지역에 아흐마트 대대의 이전을 요청한다”고 썼다.
아흐마트 대대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체첸공화국 수장인 람잔 카디로프의 지휘를 받는 전투부대다. 프리고진이 이런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을 두곤 “탄약 부족 상황이 심각하다고 강력히 항의하기 위한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PAC으로 '킨잘' 요격했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지원으로 최근 실전 배치한 패트리엇 요격미사일이 러시아군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격추했다고 6일 주장했다. 미콜라 올레슈추크 우크라이나 공군사령관은 “지난 4일 밤 러시아 공군 미그(Mig)-31 전투기에서 발사한 킨잘을 패트리엇으로 요격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요격이 실제 킨잘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의문을 나타냈다. 음속의 10배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구형 패트리엇(PAC2) 체계로 요격하기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요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무기체계의 특성으로 볼 때 확률이 낮다”며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미사일을 격추한 뒤 서방의 첨단 무기 지원을 강조하기 위해 이같은 선전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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