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섭의 금융라이트]'1000% 폭등주'는 어떻게 폭락했나

지난달 SG증권發 주가폭락 사태
통정매매와 차액결제거래(CFD)
주가조작 의혹 사실로 밝혀질까?

편집자주 - 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지난 몇 년간 주식시장에서 상승세를 그리던 일부 종목들이 지난달 갑자기 폭락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금융당국과 검찰은 조사에 나섰습니다. 이번 사태가 주가조작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의혹 때문이죠. 통정매매와 차액결제거래(CFD) 등 다소 익숙지 않은 용어로 얽혀있는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드립니다.

사건의 시작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특정 몇 개 종목이 주목을 받으며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습니다. 이 기간 1000% 이상 오른 것도 있습니다. 가스업체, 소프트웨어 회사, 항만물류업체, 금융지주사 등 업종도 다양했죠. 이상하리만큼 높은 상승세에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세력이 있다’거나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는 식의 얘기가 나돌았습니다.

2023년 4월24일 해당 종목들은 장이 열리자마자 갑자기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수십여분 만에 하한가를 찍더니 3~4일간 연달아 폭락을 거듭하기 시작했죠. 시장에서 증발해버린 시가총액만 약 7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가가 이 정도로 크게 떨어지려면 뚜렷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회사가 부도에 빠졌다거나 극복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발생했다거나 등 이죠. 하지만 해당 종목들은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주가하락 폭 키웠던 CFD

표면적인 원인으로는 차액결제거래(CFD·Contract For Difference) 시스템이 꼽힙니다. CFD란 말 그대로 ‘차액’과 관련된 거래를 말합니다. 여러분이 100만원짜리 A주식에 투자하고 싶다고 가정해볼까요? 100만원이 워낙 큰돈이라 여러분은 선뜻 투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B증권사에서 ‘40만원만 내면 투자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이게 CFD의 본질입니다.

수익을 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만약 A주식이 110만원이 됐다면? 여러분은 본래 주식가격에서 차액에 해당하는 10만원을 얻습니다. 실제 A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오르면 상승분을 얻는 금융상품인 셈이죠. 그런데 거꾸로 주가가 90만원으로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지불했던 40만원 중 10만원을 B증권사가 가져갑니다. 만약 주가가 60만원이나 빠졌다면, 당연히 40만원을 모두 잃고 20만원을 추가로 납입해야 합니다.

지난달 24일 주가 하락 폭이 컸던 것도 CFD와 관련이 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는 당연히 반대매매에 돌입하겠죠. 외국계 증권사였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논란이 됐던 종목들은 SG증권을 통해 CFD 계약이 맺어져 있었습니다. 주가 종목이 떨어지니 SG증권은 절차에 따라 매도를 시작했습니다. 매도 물량이 쏟아지니 다시 주가가 내려가고, 이는 다시 매도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죠.

불거진 통정거래 주가조작 의혹

여기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주가 폭락은 드문 일이지만 시장경제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만 반드시 범죄라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해당 종목들이 이토록 주가가 높아지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석연치 않다는 점입니다.

바로 통정매매 의혹이죠. 통정매래란 미리 시간과 가격을 정하고 특정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입니다. 거래량이 많으면 주식시장에서는 좋은 종목으로 여겨져 주가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이용한 기법이죠.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점에서 자본시장법상 엄격히 금지돼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이익의 1~3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됩니다.

시장에서 통정거래를 의심하는 이유는 바로 해당 종목에 투자할 사람들을 특정인들이 모은 정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투자자문업체 대표였던 라덕연씨에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증권계좌를 맡겼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중에서는 유명가수 임창정씨와 박혜경씨의 명단도 있었죠. 라 대표 측에서 몰래 신용거래까지 받는 바람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는 게 투자자들의 주장입니다.

반면 라 대표는 통정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라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주식은 기본적으로 매수하고, 팔기를 원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일부 매도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