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과거사 거론 안할 것... 이전 성과조차 부인해"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4월 24일(현지시각)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 국빈 방문해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 도발로 인한 안보 문제 그리고 IRA와 반도체 법 등 의제가 있었다. 방문 직전, 미국 CIA의 도청 의혹이 터지면서 더 주목받았다.
한미 정상회담 후 여야의 평가는 극명히 갈렸다. 국민의힘은 역대급 성과라며 극찬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빈손 외교라며 혹평했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인터뷰 중인 김홍걸 무소속 의원 모습. |
ⓒ 이영광 |
-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대해 여야 평가가 정반대던데 의원님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저는 떠나기 전부터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보고 이미 기대할 게 없겠다고 (생각) 했어요. 그러니까 일본에 저자세 외교를 하고 일방적으로 양보만 한 건 미국에서 내준 숙제를 먼저 하고 가야 되는 입장이라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봤는데 사전에 대만 문제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를 미리 얘기하고 일본이 더 이상 사죄할 필요 없다는 얘기까지 국민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하는 걸로 봐서 이미 미국이 원하는 것을 또 다 내주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또 핵 공유나 전술핵 재배치 얘기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나 미국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미국이 그런 것에 응할 가능성은 전혀 없고 윤 대통령 체면 살려주기 위한 립 서비스 정도는 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봤는데, 결과가 결국 그렇게 나온 것이죠."
- 그래도 대통령 지지율은 오른 것 같은데.
"지지율이 1%p 정도 올랐으니까 과거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비교를 해보자면 올랐다고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고요. 그나마 국빈 방문이고 여러 이벤트가 있어서 지지율에 약간의 도움은 됐지만, 뉴욕타임스도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노래 부르고 어디를 방문하는 것보다 과연 우리의 이익 지켰는지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지켰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라고 했지 않습니까. 결국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는 해외 방문은 대통령 지지율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가 없죠."
- 그래도 대통령실에서는 미국에 가서 환대받고 왔으니 성공한 거라고 하는 거 같아요.
"대통령이 환대받으면 대통령 자신은 기분 좋겠지만, 국가적으로 오는 이익이 전혀 없는 거죠. 다시 말해서 상대가 의전을 너무 화려하게 해주면 오히려 그걸 걱정해야 해요. 왜냐하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상대를 화려한 의전으로 대접해 주는 대신에 실리를 미국이 다 챙기겠다는 속셈이었고요.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면에서 아주 노련한 정치인답게 이번에도 성공한 거죠."
- 윤 대통령이 방미 중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 선언했죠. 이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한마디로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윤 대통령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는 안 하죠. 결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근데 이미 미국 측은 사전에 한국과 실무 협상할 때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다 받아냈고 정상회담은 일종의 요식 행위였을 뿐이기 때문에 별로 대수롭게 생각을 안 한 거죠."
- 너무 선물 보따리를 빨리 공개한 건가요?
"그렇죠. 일본 방문하기 전에 이미 일본에 카드를 우리 카드를 다 보여주니 일본 가서 받아온 게 없지 않습니까. 협상하기 쉬운 상대인데 쉬운 상대에게 양보를 많이 해주는 경우가 없죠. 미국 경우도 마찬가지인 거죠. 국내에서는 그렇게 강경하고 불통이고 양보 안 하는 대통령이 외국만 나가면 그냥 퍼주기에 바쁘니까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거고요.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라고 하는데, 영업사원은 가서 세일즈만 해야 되는데 세일즈하는 사람이 물건 주인의 허락도 안 받고 마음대로 조건도 상대방에게 유리하게, 또 팔지 말라는 물건도 팔아버리면 그 사람을 영업사원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건 배임을 저지르는 사람이죠."
- 이번에 워싱턴 선언이 나왔는데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보수층에서조차도 실망스럽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죠. 그러니까 IRA나 반도체 법 같은 경제적 이익에 대한 부분이 없었던 건 대다수의 국민들이 다 실망하는 부분이고요. 보수층에서는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를 바랐는데 그건 고사하고 오히려 우리가 핵무장 절대 안 하겠다고 했죠. 그건 잘했다고도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핵에너지 관련 지식재산권을 존중한다는 부분이죠. 그건 결국 미국 측 웨스팅하우스 같은 원자력 원천 기술을 가진 회사들이 제기한 문제 받아들여서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하는 얘기처럼 들리고요.
또 최소한 핵 개발은 아니더라도 핵폐기물이 굉장히 앞으로 심각한 문제가 될 텐데 그걸 재처리해서 분량이라도 줄여야 하거나 재활용이라도 해야 되는 입장인데 우리는 그것조차 미국의 동의를 못 얻어냈잖아요. 그러니까 핵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 의미 있는 합의를 한다고 그랬는데 결국 미국의 요구를 들어준 건 있어도 얻어온 거는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죠.
나토의 핵 공유와 비슷한 합의를 하고 왔다고 그랬는데 나토는 오랜 기간 장관급 핵 기획 회의를 했던 거고요. 우리가 앞으로 하겠다는 건 얼마나 의미 있는 건지도 의심스럽지만 일단 차관보급에서 핵 협의를 하겠다는 거죠. 그러니까 기획과 협의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거죠."
-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측 입장은, 유럽은 35개국이 하는 건데 우리는 1:1로 했으니 우리가 좋은 거라고 하던데요.
"다자 합의가 더 효과적인지 양자 합의가 효과적인지는 그때그때 다를 수가 있으니 100% 그 말이 틀린 건 아니죠.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실은) '핵 공유'라고 하지만 미국에서 바로 다음 날 핵 공유 아니라고 얘기했지 않습니까. 이 세상에 자기가 가진 핵을 남들하고 공유하는 나라는 없어요. 그 중요한 걸 어떻게 남하고 같이 씁니까? 유럽하고는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 어떤 상황에서 하자는 것을 깊이 있게 논의해 왔는데 과연 우리도 그렇게 할지도 의심스럽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북한이 도발해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났을 경우에 북은 핵으로 응징한들 그게 과연 큰 의미가 있느냐죠. 북이 핵을 쓸 일이 없게 만들어야지, 한반도가 남북이 다 잿더미로 변하는데 과연 핵으로 응징한 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이 뭐냐고요."
-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 개발 않는다고 윤 대통령이 선언했어요. 이에 대해 민주당 일각은 비판하잖아요. 핵 개발 안 하더라도 카드로서는 남겨뒀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 같아요. 이게 한미 정상회담 깎아내리기 위한 지적 아니냐고 하는데.
"민주당은 핵 개발 자체에 찬성하지 않고 또 핵 개발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우리처럼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는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하는 순간 유엔의 제재를 받게 돼서 완전히 경제가 순식간에 파탄 날 수가 있는 거예요. 인도, 파키스탄과 달리 북한이 유엔 제재를 심하게 받는 것은 물론 미국이 주도한 탓도 있지만 다른 나라들은 NPT를 탈퇴해서 국제적으로 했던 약속을 어기고 핵 개발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만큼 심한 제재를 안 받은 거예요.
한국은 NPT 탈퇴를 하는 순간 국제적으로 핵기술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그걸 어긴 나라가 되기 때문에 미국이 '한국은 우리와 우방국이니까 예외로 봐주자'라고 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핵 개발에 대한 국내 여론이 있는 것을 대통령이 영리하게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한국 내에서 우리도 독자 핵으로 무장해야 된다는 여론이 강하니 국민들을 달래려면 내가 미국에서 이러이러한 것을 좀 받아내야겠다'라고 미국과 협상에 써먹어야 되는데, 왜 좋은 카드를 왜 스스로 포기하냐는 거죠."
-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들어갈까봐 우려했는데 그건 빠졌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아직은 안심할 수가 없는 게 지금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비밀리에 이미 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지난번 언론에 보도 난 것처럼 그게 미군이 우리 측에 맡겨놨던 포탄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포탄이 배에 실려서 유럽으로 가는 게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근데 '만약에 계속 이런 이런 조건이 맞으면 지원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대통령이 하는데 그거 자체가 살상 무기 지원하기 위해서 사전에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고요.
지금 정부 여당분들은 입만 열면 북한의 위협에 관해서 얘기하는데, 그렇게 안보에 대해서 걱정하는 분들이 어째서 우리도 넉넉하지 않은 그 비축 포탄을 외국으로 보내자는 데 동의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또 한미 군사동맹은 어디까지나 한국이 위협당하면 미국이 도와주고 미국이 위협당하면 한국이 도와준다는 상호방위조약인데 대만이나 우크라이나는 거기에 전혀 해당이 안 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나서야 할 이유가 없는 거예요."
- 미국 CIA의 도청 논란 문제도 있었잖아요.
"이 문제도 굉장히 부끄러운 일인데 미국 NBC 앵커가 우리 대통령한테 '친구가 친구를 도청하기도 하느냐'라고 질문하고 '한국이 왜 저렇게 도청당한 피해자인데도 미국 정부를 감싸주지 못해서 안달을 하나' 하고 해외 언론들이 아주 어리둥절하게 보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유엔 사무총장이라든가 멕시코 대통령도 미국 측에 항의했고, 과거 오바마 정권 때 이런 일이 났을 때 프랑스나 독일의 정상들도 강력하게 항의를 한 적이 있잖아요.
물론 이번에 일어난 사건 때문에 미국이 공식 사과 하거나 또는 앞으로 이 도청 문제가 근절되거나 이러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이걸 가지고도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 체면이 많이 깎였으니까, 당신들이 우리 정부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뭔가 양보를 좀 해야 된다'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 그것조차도 해내지 못한다는 것은, 외교 협상력이 빈약하다는 말도 부족하고 아예 협상할 의지조차도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서 주권 국가로서 부끄러운 거죠."
-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과 중국이 반발하는 건 어떻게 보세요?
"여당 인사 중에는 '북한이 세게 반발하는 거 보니까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성공적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라고 하는데 오히려 북한이 뭔가 두려움을 느꼈다면 세게 반발하지 않고 조용히 자기들끼리 대책을 강구했겠죠. 그리고 북한의 반발은 대내 선전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의 반발은 상당히 걱정되는 부분이 많이 있는 거죠. 우리와 중국은 경제적으로 워낙 깊이 얽혀 있고 또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인데 중국이 한국을 대하는 태도가 앞으로 더 안 좋아진다면 우리 국익에는 굉장히 타격을 줄 수가 있다고 봐야죠."
▲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언급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박2일간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7일 오전 총리 공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후 열릴 윤석열 대통령과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2023.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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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켰고, 기시다 총리도 7일 오후 방한합니다.
"반도체 수출 규제 해제나 화이트리스트 복귀가 사실 당연히 해야 될 걸 한국 측의 양보 받아내고 한동안 기다렸다 해줬다는 것은, 우리가 먼저 고개를 숙인 셈이 돼버렸다는 거고, 사실상 반도체 수출 규제는 일본 업체에 타격이 갔지만 한국 업체에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요.
기시다 총리가 서둘러서 G7 정상회담 이전에 오는 건 한편으로는 한미일 군사협력을 사전 조율하려는 의도도 있고요. 나중에 한미일 3 정상이 만났을 때 합의할 부분을 미리 조율하려는 뜻도 있어요. 다른 한편 한국 역사상 미국이나 일본에 저자세로 나온 대통령이 없으니까, 윤 대통령 같은 사람이 있을 때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자기네 국익 챙겨야 하고 그러려면 윤 대통령 체면도 살려줘야 하니까 서둘러 방한해 립 서비스라도 해주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얘기가 있었지 않았나 싶어요."
- 박진 외교부 장관이 3월에 했던 말이 '우리가 물컵의 반을 채웠으니,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는 거였습니다. 이번 한일회담에서 뭔가 있을까요?
"기시다 총리로서는 과거사 문제 얘기하는 순간 자민당 내에서 보수 세력 내에서 공격당할 가능성이 많고 자기 지지율이 하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므로 전혀 사과나 반성이라는 말을 전혀 하지 않을 것이고 아예 과거사 문제를 거론도 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요. 제가 일본 방문을 최근에 했었고 일본 대사관 측과도 접촉을 해봤지만 일본 정부의 공식적 입장은 과거사 문제는 65년 한일 협정 때 끝났고 강제 동원은 없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 일본 정부에게 과거사 문제는 논의할 이유가 아예 없다고 봐야죠."
- 윤 정부나 국민의힘은 김대중 오부치 선언과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과의 관계 개선 노력에 대해서 비교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을 자신들이 계승하는 거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전혀 상황이 다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그 당시 일본과 관계 개선을 획기적으로 해내셨던 건 '일본 측이 과거를 직시한다' 하는 표현을 쓰고 '사죄와 반성'이라는 표현 쓰면서 과거사 문제 해결하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우리도 거기에 화답해 '앞으로 그럼 미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가자'라고 했던 것인데 아베 정권 들어 '강제 동원 없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도 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나오면서 아예 아베 정권 이전 사람들이 만들어 냈던 성과조차도 부인한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제가 보는 것은, 이미 아베 정권에서 일본 측이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거예요. 요즘은 일본인들이 '김대중 오부지 시절 한일 관계가 좋았었는데 그렇게 좋은 관계로 갔으면 좋겠다'라고 과거 회상하는 말은 해도, '김대중 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 말하는 일본 정치인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일본 측에서 일방적으로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파기해 버렸는데 우리만 김대중 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우리끼리만 떠들어봐야, 아무 의미가 없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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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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