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적은 누구인가?

김광욱 2023. 5. 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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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의 세계-46 일본의 주적

[김광욱 기자]

2016년 이후 바뀌어 2022년 우리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했다. 이 점을 일본의 2022년 방위백서에서도 미리 예정된 사항으로 취급하여 주목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남북관계의 변화를 일본의 방위를 위해 중요한 변수로 적용시키면서 관심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방위백서는 한국과의 정치, 경제, 군사적 거리를 의식하면서, 한국에 대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다. 일본 방위백서는 일본 방위를 위해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데, 특히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국의 적이 누구인지는 일본의 적개념과도 관련되어, 방위백서에서 중요한 관심사항이 된다.

민주주의의 적

민주주의 국가의 성격은 그 나라가 어떤 나라를 자기의 적대세력 또는 우호세력으로 삼고 있느냐로 국가의 정체성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은 해외에 미국 민주주의를 전파, 이식시키고, 민주정부의 수립을 지원하여, 마침내 그 나라를 우호국으로 삼는다는 것은 윌슨대통령(1913~1921) 이래 강조해온 대외정책의 특징이다. 이러한 대외정책은 미국의 도의와 위신을 확립할 수 있는 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안전보장에 중요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염두에 두면, 일본이 적대세력으로 경계하는 국가라면 북중러가 대표적인 예가 된다. 방위백서에서도 이들 국가군에 대해서는 특별히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2021년 4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정책을 조율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방위백서에 반영시키고 있다.

일본의 적대국

미국의 동맹으로서 일본도 북중러를 경계한다. 한국에 대해서는 정권에 따라 거리감을 두고 다른 입장을 표시해 왔다. 일본 방위백서는 역대 한국 정부를 크게 좌우로 나눠 보수정권에는 가깝게, 진보정권에는 멀게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해 가깝게 상대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 정부와의 거리는 역사문제와 영토문제, 북한과의 관계 등을 기준으로 설정한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북한의 핵무장과 미사일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어떠한 입장에 있는가에 따라 거리를 두려 한다.
  
방위백서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문재인 정부와는 얼마큼 차이를 두고 있느냐에 대해 확인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미국과 일본의 방위개념과도 일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 침해하는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규정하는 윤석열 정부와 구별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적이라는 대상을 전방위로부터의 위협을 설정하고 있었으나,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주적을 북한으로 강조하는 표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과 한 목소리

미중신냉전에서의 대립은 구미를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와 중러와 같은 권위주의로 두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중간지대를 무시한다. 애써 중간지대를 설정하려 한다면, 이를 적으로 간주하면서 자기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대중정책에서 일본이 미국과 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중국을 개방시키고 시장주의로 이끄는 길은 중국이 선택했다 하더라도, 미국과 함께 중국의 시장주의 선택과 그 후 경제번영에 영향을 끼쳤다는 자부심이 있다. 일본 자신도 2차대전 패전후, 미국의 도움으로 성장을 지속했는데, 일본은 그 수확한 파이의 일부를 중국의 번영을 위해 떼어주었다는 자부심이라 할 수 있다.

북중러에 대한 경계

북중러에 대한 경계의 내면에는, 오늘날 한국이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과 일본의 도움이 아니었냐며 북중러에 대한 경계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기대와 요청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을 포위하는 다중, 다층포위망을 구축하며,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쿼드(Quad),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이어, D10도 그 중 하나다. G7에 더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연합으로 연대를 잇자며, 구축을 요청했는데,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한미동맹, 미일동맹에 더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프레임도 대중포위망을 구축하는 구조 속에 한반도는 대만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전쟁의 화약고로 번질 위험성을 안게 되었다.

일본이 보는 미중대립이란 1965년 미일무역수지가 역전되어, 미국에서 일본 상품에 대한 경계가 나타나는데, 구체적으로는 1980년대 미일자동차 무역마찰로 시작하는 상황의 데자뷰로 인식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중대립의 규모와 속도는 확전일로로 크고 빠르게 치닫고 있고, 일본 자신도 대중제재에 가담하고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 것이다. 미국에서 일본 상품에 대한 경계는 자동차에서 시작했지만, 그 다음에 반도체와 하이테크 등으로 확대되는 과정도 비슷하게 재연되고 있다.

아세안 끌어들이기

세계경제에서 성장이 가능한 지역으로 아세안을 주목하고 있다. 1977년 8월 당시 후쿠다 수상은 마닐라에서 아시아 외교구상을 발표하는데, 그 내용은 후쿠다 닥트린이란 외교원칙이 된다. 2차대전시 일본의 침략에 의한 피해의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인데, 아세안과의 대등한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전쟁의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던 시기, 성장기 일본이 동남아로 진출하는 데에 대한 반발을 의식하면서, 아세안의 자주성과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피해가려 했다.

70년대와는 다르게, 아세안에게 중국은 최대 무역파트너가 됐다. 동남아국가에서 2022년 8월 여론조사에서도 정치, 전략상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로 중국을 꼽은 회답이 54.4%, 미국은 29.7%, 일본은 1.4%로 나타났다.

오늘날 아세안 국가에서 경제적 이익을 위한 한중일의 경쟁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세안에서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해진 미국을 의식하면서, 일본은 방위력에 보테야 하는 것이 구미와의 관계강화와도 연결된다는 판단이다.

대한민국은 적인가 우군인가

북중러를 경계하는 일본은 한국이 북중러에 가깝게 서는 것을 꺼려해, 이를 방위백서와 외교청서 등에 반영해 왔다. 해방후 한반도에 주둔한 미소는 한반도를 우호국으로 삼아, 한반도가 적대세력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 했는데, 일본도 미국 편에 서면서 안전보장을 위해 이와 같은 대외정책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한반도에 대한 경계는 통일을 이룬 한반도가 어떠한 정체성을 띠는가에 대한 우려에서 온다. 분단체제는 일본의 경계 대상이 되지 않지만, 통일 한반도는 일본의 경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통일 한반도가 한국이 중심이 되는가 아닌가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만일 북한을 중심으로 한 통일 한반도가 형성된다면 일본의 적대세력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과 일본이 진행 중인 정상 간의 교류를 통해 친밀감을 표시하려는 의도에는 위와 같은 안전보장관을 공통분모로 두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역사적으로 거슬러 살펴볼 때, 이는 미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한반도에 개입할 공간을 마련하여, 한반도에서 분쟁을 일으킬 계기를 제공한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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