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군 지사면의 고인돌군과 고인돌 채석장 탐방
[이완우 기자]
전북 임실군 지사면 덕재산에서 오수천 방향으로 뻗어 내린 계산리 옥산마을 앞 산줄기의 능선에 수백 미터 간격을 두고 여러 기의 고인돌이 있다. 산과 들에 신록이 물결치는 5월 초순의 계절에 이들 고인돌군을 찾아가 보았다.
▲ 임실 천제단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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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실 고인돌 채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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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줄기 능선 길을 풀숲 헤치며 한참 가면 고인돌 채석장이 있다. 바위에 구멍을 내어 나무쐐기를 박아 넣고 물을 부어 팽창하는 압력으로 고인돌 부재로 쓸 암석을 떼어냈다. 겨울철에는 바위의 절리를 따라 구멍을 내고 물을 부어서 얼음을 얼려 암석을 떼어내는 방법도 활용했다. 고인돌 채석의 흔적과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다.
▲ 임실 북방식 성곽형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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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근에 거북등 고인돌이 있다고 하는데 풀숲이 우거져서 찾을 수가 없었다. 숲길을 내려오니 무덤 옆에 덮개돌이 조개껍데기 모양인 조개형 고인돌이 있다. 토사에 일부분이 묻혀 있는데 드러난 모양이 가로 2m, 세로 1.5m, 높이 60cm의 크기이다.
▲ 임실 조개형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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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숲길을 내려와 임도에 이르렀다. 경작지인 밭 경계에 군장형 고인돌이 있다. 덮개돌이 무슨 모양인지 잘 분간이 안 되고, 안내판이 없어서 아쉽다. 고인돌 옆에 농사용 대형 물통이 있고 경작지에 산짐승의 접근을 막으려고 설치한 그물이 덮개돌을 에워싸고 있다.
▲ 임실 군장형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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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를 따라 한참을 내려오면 덮개돌이 담뱃잎 모양인 담뱃잎바위 고인돌이 있다. 가로 2.2m, 세로 1.3m, 높이 50cm의 크기이다. 이 고인돌에는 몇 개의 별자리 구멍인 성혈이 파였다고 하는데 이끼가 끼고 풍화된 표면에서 성혈은 잘 보이질 않는다. 별자리가 파인 고인돌은 이 지역에 큰 규모의 집단이 거주했고 농경 단위가 커서 천체 관측도 필요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 임실 담뱃잎 고인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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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줄기는 계속 오수천 방향으로 흘러내려 천변 제방을 저만치 앞두고 멈추는데 지사면 계산리 서원뜸이다. 가까운 곳에 현계서원이 있어서 서원뜸 또는 선뜸이라고도 한단다. 산기슭이 끝나는 곳의 농로 옆에 무성한 덤불에 덮인 바위 몇 개가 쌓여 있다. 마을 사람들은 고인돌이라고 알고 있다. 예전에 한 어린아이가 이 바위들 틈에서 제법 훌륭한 마제석검을 발견했다는데 그 유물의 행방은 알 수가 없다고 한다.
▲ 임실 서원뜸 고인돌 추정 바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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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관광 누리집(https://tour.jb.go.kr/)에는 이 지사면 고인돌군이 고조선 시대의 산촌 농경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학술적 자료로 중요하다고 설명되어 있다. 임실군 지사면은 고인돌 밀집 지역으로 고인돌 30여 기가 오수 분지의 하천 가까운 구릉지와 산 능선 이곳저곳에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고조선 문화 영역에 남아 있으며 벼농사와 청동기 문화로 부족 국가 수준의 정치 집단 형성을 의미한다. 고인돌은 그 지역의 지배자가 권력의 강대함을 보여주어 집단의 통합을 위한 목적에서 제작되었다. 고인돌 제작에는 수백 명의 인력이 장기간의 공사 끝에 완공되기 마련이었다.
고인돌 제작은 고인돌의 부재인 바위를 채석하고 운반하며 무덤 위치에서 조립하는 3단계의 과정으로 밧줄, 지렛대와 통나무를 활용하여 힘들게 진행되었다. 채석에는 나무 쐐기에 물을 부어 팽창 압력을 이용하였고, 운반에는 통나무를 여러 개 늘어놓고 그 위에 돌을 올려놓아 밀어서 운반했다. 이 무거운 바위를 채석하고 운반하며 조립하는 과정은 장엄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남방식 고인돌은 지하에 구조물을 설치하고 지표면 가까이에 덮개돌을 올려 놓으니 무거운 덮개돌을 조립하는데 북방식 고인돌의 축조보다는 힘이 덜 들었을 것이다. 북방식 고인돌은 기둥 돌을 세우고 기둥 돌 주위를 흙으로 쌓아 언덕의 빗면을 임시로 만들었다. 빗면을 따라 덮개돌을 밀어 올리고 덮개돌이 위치를 잡으면 언덕을 만든 흙을 파내어 고인돌의 구조를 완성하였다.
▲ 임실 지사면 고인돌군 산능선 앞 농경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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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인 고조선 시대의 무덤 양식으로 고조선 영역을 나타내는 유적이라고 한다. 임실군 오수면 지사면의 산줄기 능선에서 6기의 고인돌과 고인돌 채석장을 탐방하였다. 섬진강 상류 하천의 충적지인 이곳 구릉에 터 잡아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청동기 시대를 상상해 본다. 고조선의 역사가 섬진강 상류 고인돌군 유적에서 힘차게 살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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