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같은 듯 다른 '핵우산'과 '핵공유'의 결정적 차이점
프랑스, 美 핵우산보다 자체 핵무장 선택
동맹국간 분쟁시 위험해질 수 있는 핵공유
편집자주 - [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 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일요일마다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며, 40회 이후 책으로도 출간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이 일단락됐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는 단연 '핵우산(nuclear umbrella)' 이었는데요. 이번 양국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일명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한층 강화된 핵우산을 제공한다고 천명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미국의 다른 동맹국들도 향후 안보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강화된 핵우산 제공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안보 불안감이 각국의 자체 핵무장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요. 과거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기간 동안 소련의 핵공격 위협에 놓였던 영국, 프랑스 등의 핵무기 개발 열풍이 다시 불어닥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한편으로는 아시아 일대 미국 동맹국들도 유럽의 나토국가들처럼 미국과 핵공유(nuclear sharing) 방식의 방어체계를 수립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핵위협이 갈수록 커지는 동북아시아 상황에서 단순히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죠.
이번 시간에는 이처럼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미래를 둘러싼 핵우산, 핵공유 등 핵무기 억제전략 전반의 역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핵우산과 핵공유의 의미 등을 함께 다뤄보겠습니다.
◆뉴스(News) : 바이든, 한국에 핵우산 제공 재확인…한국은 독자 핵무장 포기먼저 뉴스부터 살펴보죠. 지난달 26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간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을 창설하기로 합의하고 이 내용을 워싱턴선언을 통해 발표했습니다. 핵협의그룹은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과 관련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기획 및 실행에 한국도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체입니다.
이번 선언으로 미국이 그동안 동맹국인 한국에 제공을 약속해온 핵우산은 한층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데요. 여기서 핵우산이란 핵 보유국이 핵전력이 없는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유사시 핵전력을 제공한다고 약속함으로써 핵위협을 가하는 적성국가에 전략적인 억지력을 발휘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로인해 '확장 핵억지(extended nuclear deterrence·END)' 전략이라고도 불립니다.
미국은 현재 유럽 내 나토 동맹국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 호주 등 비 나토 동맹국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 중입니다. 핵우산 개념은 1960년대부터 등장한 개념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담해 자체 핵무장을 포기한 동맹국들의 안보 불안을 해소해주기 위해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외교적인 핵안보 제공 약속을 거듭 천명하면서 이어져왔는데요.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도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여론에 대해 언급하면서 더욱 주목받은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에서 가진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및 청중과의 대담에서 "우리나라에도 독자적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며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이른 시일 내에, 1년 안에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핵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고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경제학과 정치·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며 "워싱턴선언에는 미국 행정부의 의무만 들어간 게 아니라 대한민국도 독자 핵개발을 안 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존중하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죠.
다만 강화된 핵우산이 어떤 형식을 취하게 될지를 두고 양국은 물론 미국과 동맹국들간 논의가 계속 진행될 전망입니다. 일각에서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이 나토식 핵공유 방식과 비슷하게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 가운데 미국 정부는 핵공유 방식은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비슷해 보이지만 전략, 외교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두 용어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역사(History)1 : 2차대전 전후 영·프의 독자 핵개발에 등장했던 '핵우산' 개념먼저 핵우산이란 개념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의 안보 연구기관인 핵위협방지구상(NTI)에 따르면 핵우산이란 용어가 국제사회에 정식 등장하게 된 것은 1968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 255호로 정립된 '적극적 안전보장(PSA: Positive Security Assurance)' 개념을 통해서입니다.
핵보유국이 핵이 없는 동맹국의 핵안보를 대신 지켜준다는 개념으로 1960년대 당시에는 주로 미국이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동맹국들을 지켜준다는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한마디로 적성국가가 동맹국에 핵공격을 가하면, 미국도 여기에 응대해 핵공격으로 적을 무력화시켜주겠다는 약속인 것인데요.
이 개념의 등장에는 2차대전 전후 프랑스의 핵개발 역사가 얽혀있습니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점령됐다가 다시 독립하게 된 프랑스는 이미 핵무기 개발을 완료한 상태인 미국, 영국과 달리 핵무기를 1기도 보유하지 못한 상태였는데요. 냉전 초기 소련의 핵위협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제안을 매우 불안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1958년 프랑스 제5공화국의 대통령이 된 드골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때도 핵무기 보유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프랑스가 주도국가가 되지 못한 외교적 굴욕을 겪었다고 하는데요. 그는 "미국이 과연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라며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강조했고, 1960년 결국 프랑스는 독자적인 핵개발에 성공하면서 핵보유국이 됐죠.
비록 당시 소련과 비교하면 핵전력이 약하긴 하지만, 소련의 핵공격이 있으면 반격을 통해 소련의 일부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핵무기가 존재한다는 것으로 적의 핵전략을 억지시킬 수 있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 전략은 '비례억지전략(deterrence by the weak of the strong)'이라 불리게 됐고, 이후 핵개발에 나선 국가들의 기본적인 안보전략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자칫 전세계 모든 국가의 핵무장을 부추기는 무한 군비경쟁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았고,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의 대리전으로 불리던 베트남전이 진행되던 상황에서 3차대전 발발 우려까지 키우게 됐죠. 결국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이 동맹국에게 제공하는 핵우산이란 개념이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역사(History)2 : 그리스·튀르키예 분쟁시 문제가 된 나토식 핵공유이 핵우산이란 개념의 등장과 함께 냉전시기 유럽지역에 도입된 보다 강화된 핵우산 정책이 핵공유 프로그램이었는데요. 유럽 내 비핵국가들의 안보 요청에 따라 직접 유럽 일부 국가에 미국의 핵무기를 배치하고 유사시에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하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나토 회원국인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터키) 등 5개국에 미국의 전술핵무기 240여발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있죠. 평시에 해당 핵무기는 핵을 보유하지 않은 동맹국에 배치되며, 핵전력의 특성에 따라 미국 공군이나 육군이 관리합니다. 최종 발사권한은 미국 대통령이 갖고있죠. 일부 전술핵무기는 전시에 동맹국의 전투기에 장착되며 함께 운용하게 됩니다.
비핵국가 입장에서 확실히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가 자국에 배치되기 때문에 적성국가에 대한 핵 억지력은 확실히 확보될 수 있지만, 이러한 나토식 핵공유 역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는데요. 바로 1963년, 같은 나토 회원국이자 핵공유 형태로 미국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키프로스 분쟁으로 무력충돌을 할 때 일어났습니다.
양국은 분쟁이 격화되자 핵공유 형태로 자국에 배치돼있는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장악하려고 시도했고, 자칫 나토 동맹국들끼리의 핵전쟁이 벌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죠. 이후 핵공유 형태로 해외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에도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이 있어야만 사용될 수 있도록 '무기활성화코드(Permissive Action Link·PAL)' 장치가 탑재됐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군사적 긴장감 고조 속 독자 핵개발 원하는 국가 증가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해협 위협 등 전세계적인 안보위험이 높아지면서 대대적인 핵전쟁 우려에 휩싸인 많은 국가들에서는 핵우산이나 핵공유보다 자체 핵개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요.
핵우산과 핵공유로 인해 안보를 보장받는다고 해도 결국 자국이 아닌 다른나라의 손에 국가의 운명을 맡긴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핵무장이 가능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까지 자체 핵무장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핵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자체 핵무장에 대한 찬반여론은 각국마다 엇갈려있는데요. 개발과 무기 생산, 그 이후 유지비용까지 막대한 재원이 계속해서 소모되는 사업인만큼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1990년대 초 냉전붕괴 직후, 전세계적인 안보위험이 크게 낮아졌던 시대처럼 다시 평화의 시대가 찾아오기 전까지 자체 핵무장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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