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살이] 얄미운 상사 마음은 사실 이렇게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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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이 기자]
▲ 영화 <회사원> 스틸 컷 상사 관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
ⓒ 쇼박스 |
직장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사람, 바로 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를 계속 다닐 생각이라면 보다 윤택하고 마음 편하게 다녀야 하지 않을까. 이를 위해 직장 상사 관리는 필수다. 이 말을 순간 아부나 정치를 떠올린 사람도 있겠지만, 요즘 시대에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수법이다.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 원활한 나의 직장생활을 위해 나만의 상사 관리 노하우를 발굴해야 한다. 상사의 성향은 천차만별, 하지만 관리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근 이십 년 가까이 상사와 부대끼며 터득한 '상사 관리 노하우'를 앞날이 창창한 직장인 후배들에게 공유해 본다.
직장에서 상사 될 날이 아득하게 느껴지겠지만, 생각보다 금방이다. 금세 당신도 '역지사지'의 놀라움을 깨달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나를 위해 상사될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 보자.
외국어보다 어려운 상사의 언어
팀장에게 보고를 다녀온 남자 후배가 울었다.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닭똥 같은 눈물이었다. 보고서나 품의서를 들이밀면 팀장은 불통의 빨간펜 선생님이 된다. 유독 그 후배와 마찰이 잦았고, 결국 후배는 자의 반 타의 반 타 팀으로 옮겼다.
'귀가 있으니 들어는 보겠다. 그러나 난 내 할 말만 할 거야'라는 상사가 여전히 많다. 듣는 법도 연습하고 노력해야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사가 되었다고 갑자기 듣는 법을 배우지는 않는다. 간혹 트렌드를 의식해 직원들과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지만, 그저 술 한 잔 따라 주며 훈계하는 자리가 될 뿐이다. 견고한 불통이 하루아침에 말랑말랑한 소통으로 둔갑할 리 없다.
'어차피 상사는 귀머거리야!'라는 생각으로 입과 마음을 닫으면 울화통 터지는 쪽은 바로 자신이다. 상사 언어 사용법을 숙지해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숨 쉬면서 회사에 다닐 수 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상사별 업무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짧고 간결한 스타일인 두괄식 보고를 선호하는 상사가 있고, 구구절절 설명을 바라는 사람도 있다. 가르치는 듯한 말투에 기겁하는 상사도 있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면 반색하는 이도 있다. 혼자 할 말 다하고 결론 내는 최악의 상사도 존재한다.
먼저 상사별로 성격(성질, 기질, 마음씨 등), 개성이 모두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품의서나 보고서의 글자 몇 개만 바꾸거나 앞줄 맞추기에 집착하는 상사도 있고, 보고서를 보면 습관적으로 기겁하며 싸악 갈아엎는 상사도 있다. 모든 이들의 공통점은 결코 부하 직원의 성향에 맞추지 않는다는 사실.
상사가 취하는 모든 행동이 곧 언어다. 더럽고 치사해도 이를 파악하며 맞추는 게 내 마음 관리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다. 앞서 언급한 후배의 팀장은 조직에서 유명한 불통 상사였다.
팀장이 혼자 흥분해 몰아붙이면 팀원들은 앵무새처럼 일단 '네'를 반복했다. 적당히 문서를 수정해 팀장의 화가 가라앉으면 찾아가 문제를 해결했다. 후배는 앉은 자리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했다. 상사와 다른 언어로 소통했기 때문에 팀장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미디어 전문가 마샬 맥루한은 "훌륭한 커뮤니케이터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한다"라고 했다. 말만이 언어가 아니다. 상사의 안면 근육 언어나 몸짓 언어까지 알아채야 갖가지 상황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
상사의 신뢰가 싹트는 중간보고
신입 시절에는 팀장이 팀원들의 모든 업무를 정말로 기억할 줄 몰랐다. 팀원들의 업무와 마감 기한까지 빼곡하게 정리된 팀장 다이어리를 우연히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 탱자탱자 노는 줄만 알았는데, 일 시킨 걸 깜빡해서 재촉하지 않는 줄만 알았는데, 무서운 사람이었다.
상사가 지시한 일은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일정에 맞춰야 한다. 상사는 문득문득 자신이 지시한 업무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알면서도 재촉하지 않고 언제 보고 하나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팀원들은 '팀장은 머리 나쁘니까 기억하지 못하겠지? 찾을 때까지 기다리자!'라고 여기곤 하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자 신뢰를 잃는 지름길이다.
중간보고는 상사를 안심시키는 일종의 청심환이자 신뢰를 싹 틔우는 지름길이다. 일정을 맞추기 어려우면 중간에 상사에게 알려야 한다. 결전의 날이 되어서야 '바빠서 아직 못했는데요?'라고 말하면 '그렇구나!'라며 미소 지을 상사는 아무도 없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보고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상사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개개인을 상대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칠 여력이 없다.
중간보고를 위해 찾아와 얼굴 들이미는 횟수가 쌓이는 만큼 직원에 대한 신뢰도 차근차근 쌓인다. 그다음부터는 상사가 믿고 맡기는 사람의 범주에 들게 된다. 알아서 찾아와 이러쿵저러쿵 얘기(보고)하면 상사는 일단 안심한다. 시킨 일을 마무리하기 전까지 '(얼굴 보기 싫겠지만) 최소 3번(초안, 중간, 마무리)은 마주하자'라는 등의 기준을 세워도 좋다. 남보다 딱 한 번 더 한다는 생각이면 충분하다.
▲ 상사관리 MBC 예능 <무한상사>에서 상사에게 조언하는 장면 |
ⓒ MBC |
TFT로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덕분에 최 과장은 차장으로 특진했다. 표창장과 보너스, 성과급, 주변의 축하까지 듬뿍 받고 일 년이 흘렀다.
"팀장님 제 평가가 왜 B+이죠? 그동안 계속 A랑 S만 받아서 특진까지 했는데, 저는 앞으로 이 이상 열심히 일을 못 할 거 같은데요."
"그래서 작년에 평가도 잘 주고 특진도 시켜줬잖아."
"그건 팀장님이 시켜준 게 아니라 제가 성과를 냈으니까 당연한 거죠."
팀장은 최 차장이 TFT에서 일할 때 항상 배려해 주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줬다. 이에 대해 고맙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이제 와서 원망만 듣는다며 서운해했다.
조직에서의 공은 기본적으로 함께 나눠야 한다. 누구 혼자만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공을 치하하는 대표나 임원의 말에 '운이 좋았습니다'라는 우답(愚答)을 내놓지 말고, 모든 공은 일단 직속 상사에게 돌리는 게 좋다. 그다음 동료들과 나누는 센스를 발휘하면 된다.
기업은 개인이나 팀의 실적이나 공 따위가 아닌 회사의 이윤 창출을 더 중요시한다. 단합하고 협력해서 회사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해야지 최 차장처럼 '난 특별하고 대단해'라는 마음은 독이 될 뿐이다.
한 대형 건설사 사장이 인터뷰에서 CEO 취임 이후 성과에 대한 자신의 역할은 5% 정도라며, 모든 공을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모든 공은 결국 사장에게 돌아간다. 영리한 처사다.
"팀장님, 상무님께서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허공에 흩어지는 이런 메아리 같은 말이라도 현명한 처사다. 속으로 '그래, 내가 엄청나게 도와줬지!'라는 상사가 있을까. 오히려 '내가? 난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기분은 좋지 않을까.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 의욕과 열정이 넘치던 한 후배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후 '이제 칭찬은 언감생심 욕이나 덜 먹자'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칭찬은 아부가 아니라 상사에게 주는 돈 안 드는 당근이다.
상사를 불쌍히 여겨 칭찬도 하고 가끔은 야근하는 상사를 향해 "뭐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라는 빈말을 내던지면 어떨까. 요즘 상사는 이 말에 힘을 내 더 열심히 일하지, 퇴근하는 부하직원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지 않는다.
차장 시절에 야근하는 내게 다가와 "차장님, 혼자 일 다하지 마시고 저도 껴주세요"라고 말하던 후배를 잊을 수 없다. 지금은 서로 다른 회사에 다니지만,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다.
결국은 나를 위하는 일
팀원 시절, 일에 허덕일 때 팀장은 늘 한가해 보였다. '참 얄밉다'라고 생각한 적도 많다. 여기저기 일이나 토스하고 보고나 받고 회의나 설렁설렁 참석해서 말로 때우다 퇴근하는 사람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내가 팀장이 되니 '역지사지'의 대단함과 놀라움을 새삼 느낀다.
상사는 스트레스에 찌든 삶에 빠져 시간적, 심적 여유가 늘 부족하다. 현재 처한 상황에 몰두하는 삶을 하루하루 살아간다. 그래서 자신과 잘 맞는 (사실은 맞춰주는,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편하고, 말 안 해도 수시로 찾아와 에너지 손실을 줄여주는 직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 칭찬보다는 욕 먹는 양이 점점 늘어나는 시기이기에 직원의 작은 칭찬에도 입꼬리가 자동으로 승천하는 사람이다.
상사를 위해서가 아닌 미래를 위해 나를 위해 상사 관리에 조금만 신경 써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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