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낭비하지 말 것... 토트넘 감독 대행의 무리수

이준목 2023. 5. 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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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6일 팀은 승리했지만, 손흥민의 재능은 낭비당했다

[이준목 기자]

손흥민(토트넘)이 오랜만에 팀 승리에 기여했다. 다만 득점이나 공격포인트로서가 아닌 수비적인 활약이었다. 토트넘은 한 달여만에 승리를 챙겼지만 손흥민의 장점을 살리지 못한 변칙적인 활용 방식은 못내 아쉬움을 남겼다.

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지난달 8일 브라이턴전(2대1 승) 이후 한 달여간 무승(1무 3패)에 그쳤던 토트넘은, 5경기만에 승점 3점을 추가하며 17승6무12패·승점 57점으로 6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라이언 메이슨 감독 대행은 팰리스전에서 4-4-2라는 의외의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전임자인 스텔리니 대행의 경질을 부른 뉴캐슬전(4-3-3)에서 1-6의 대참패를 당한 이후 또다시 포백을 시도한 경기였다.

또한 메이슨 대행은 최전방 투톱에 부동의 에이스 해리 케인의 파트너로 손흥민이 아닌 히샬리송을 배치했다. 히샬리송은 올시즌 고작 리그 1골에 그치고 있었고, 손흥민은 10골을 넣으며 7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바 있다. 이날 손흥민은 4-4-2의 왼쪽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토트넘은 벤 데이비스, 클레망 랑글레, 크리스티안 로메로, 에메르송 로얄로 포백을 구성했고, 골키퍼는 프레이저 포스터가 맡았다. 그동안 부진한 플레이로 팀 수비 붕괴의 원흉으로 지적되었던 에릭 다이어, 손흥민과 호흡이 맞지않던 이반 페리시치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뉴캐슬전과 같은 수비 참사는 없었다. 토트넘은 12경기 만에 무실점 승리이자 메이슨 감독 대행 체제에서 첫 승리를 거두는데 성공했다.

손흥민도 팀의 무실점에 적지않게 기여했다. 윙어였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좌측면으로 배치되어 팰리스의 역습 상황에서 강하게 전방 압박을 하거나 전속력을 다해 아군 진영으로 되돌아가 수비에 가담하며 동료들을 도왔다. 공격 상황에서는 중앙으로 좁혀 들어가 해리 케인, 히샬리송과 함께 자유롭게 움직임을 가져가며 기회를 노리기도 했다. 후반 44분 아르나우트 단주마와 교체될때까지 89분간 그라운드 전 지역을 누비며 성실한 플레이를 펼쳤다.

다만 수비와 팀플레이에 치중하느라 공격적인 면에서는 이전의 에너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총 35번의 볼 터치와 91%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으나, 유효슈팅은 단 1번에 그쳤다. 손흥민은 후반 30분에야 상대 수비 뒷공간을 완벽하게 뚫어낸 뒤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잡았지만 샘 존스톤 골키퍼 선방에 막혀 유일했던 찬스를 날렸다.

오히려 수비면에서 4번의 리커버리와 2번의 인터셉터가 더 돋보였다. 심지어 세트피스 상황에서 키커 역할도 팰리스전에서는 페드로 포로가 주로 담당하고, 손흥민이 뒤로 빠지는 모습이 나왔다. 팰리스전에서의 손흥민은 수비형 윙어의 움직임에 가까웠다.

경기는 무실점으로 승리하며 나름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과연 메이슨 대행이 손흥민을 활용하는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 EPL에서만 103골을 넣었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까지 차지한 검증된 공격수다. 올시즌 그토록 부진했다는 평가에도 끝내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경질된 이후에는 오히려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팰리스전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케인의 유일한 골을 제외하면 토트넘의 공격은 답답했다. 케인이 페드로 포로의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하며 이날의 결승골이자 올시즌 26호골을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209골째를 기록한 케인은 웨인 루니(208골)를 넘어 역대 통산 득점 2위로 올라섰다. 히샬리송은 여전히 침묵했고 벤치 공격자원이 시원치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을  수비적인 미드필더로 활용한 것은 토트넘의 화력은 더욱 떨어뜨렸다. 콘테 시절의 실수를 반복하는듯한 장면이다.

전임 콘테 감독은 손흥민을 부동의 주전으로 중용하기는 했지만, 정작 전술적인 면에서는 손흥민의 공격력을 오히려 억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손흥민은 그간 뛰어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팀 사정이나 감독의 전술에서 따라 수비가담-연계- 플레이메이킹 등 여러 가지 역할을 맡느라 희생해야 했던 경우도 많았다.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감독의 전술이나 기용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일도 있지만, 이타적인 성향의 손흥민은 항상 감독이 원하는 역할에 맞추기 위하여 노력하곤 했다.

손흥민에 앞서 한국축구의 아이콘이었던 박지성은, 네덜란드 리그와 한국대표팀에서는 '크랙'으로 활약했으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후에는 공격적인 장점을 어느 정도 희생해가면서 조연의 역할에 더 충실했다. 이로 인하여 '수비형 윙어의 창시자', '저평가받은 슈퍼 스타'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박지성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는 자신보다 더 공격적 재능에서 뛰어난 동료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가장 잘할수 있는 역할에 '선택과 집중'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토트넘에서는 해리 케인을 제외하고 손흥민보다 더 위력적이라고 할만한 공격수는 없다. 심지어 손흥민은 토트넘만이 아닌 EPL 전체를 둘러봐도 레전드의 반열에 오른 득점원이다. 이런 손흥민이 언제까지 팀 전술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 자신의 장점을 희생해야하는 것일까.

또한 손흥민이 전형적인 스타일의 윙어가 아니며,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손흥민은 윙어로 많은 시간을 뛰었지만 찬스메이킹이나 측면플레이보다는 역습상황에서 중앙으로 침투하여 마무리하는 역할에 최적화된 플레이스타일이다. 호날두나 메시도 커리어 초기에는 윙어로 시작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수비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집중하기 위하여 중앙(스트라이커-제로톱)으로 포지션을 이동하며 장수할수 있었다.

손흥민 정도 되는 선수에게 문전에서 한참 먼 거리에서 볼을 잡게 하거나, 수비가담을 위하여 전방보다 후방 스프린트에 힘을 쏟게하는 상황은 아무리 봐도 재능 낭비에 가깝다. 손흥민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더 이상 전술실험의 희생양이 아닌 공격수 손흥민으로의 포지션 정착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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