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느티나무' 비리 그곳, 이번엔 6억 들인 옹벽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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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옹벽 1년도 못 버티고 주저앉아
충북 영동군이 수억 원을 들여 설치한 대형 옹벽이 건립 1년이 채 되지 않아 주저앉는 일이 발생했다. 옹벽 건립비 등으로 6억5000만원을 쓴 영동군은 이 보다 3억원가량 많은 9억2000만원을 투입해 긴급 보수를 결정했다.
7일 영동군에 따르면 영동읍 레인보우 힐링타운 안에 있는 영동와인연구소 인근 옹벽 일부가 50㎝ 정도 가라앉았다. 이 옹벽은 영동와인연구소 부지를 넓히는 과정에서 만들었다. 사면 위에 흙을 얹어 평평한 공간을 만들고, 흙이 쏟아지지 않도록 최고 높이 10.8m 옹벽을 쌓았다.
영동읍 매천리에 조성 중인 레인보우 힐링관광지는 와인터널·와인연구소·휴양문화시설·골프장 등을 갖춘 종합휴양시설이다. 2014년 착공해 올해 말 준공한다. 전임 군수 시절 2020년 이 단지 안에서 진행한 조경수 공사를 놓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한 그루에 4억원을 주고 산 ‘천년 느티나무’ 감정가가 4500여만 원에 불과했다는 감사원 감사를 계기로 조경수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와인연구소 옹벽 둘레 길이는 275.4m에 달한다. 8개월여 공사를 거쳐 지난해 7월 준공됐다. 군 조사결과 와인터널 방향 옹벽 일부가 주저앉으면서 가지런히 쌓은 절개면 블록이 뒤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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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느티나무’ 비리에 옹벽까지…악재 겹친 힐링단지
옹벽 시공 과정에서 상부에 쌓은 흙을 약한 지반이 견디지 못하고 내려앉은 것으로 분석된다. 옹벽 문제가 생기기에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지반 침하 현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 일대 지반은 역암·사암·셰일이회암 등 슬레트로 구성돼 암반 파쇄가 심하고 비탈면에 취약한 구조다. 남승훈 영동군 힐링사업소개발팀장은 “와인연구소 일대 지반이 셰일층으로 이뤄져 옹벽과 덧쌓은 흙 무게를 견디지 못한 것 같다”며 “옹벽을 떠받치고 있는 안쪽 지반 층리가 경사 15도 정도로 기울어져 있어 흙더미와 함께 지반 뒤틀어짐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옹벽 시공 전부터 사면 안전율은 기준치 이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면 안전율은 건기(乾期) 시 1.5이상 ,우기 시 1.2 이상, 지진 시 1.12 이상을 넘겨야 한다. 그러나 해당 사면 옹벽 시공 전 안전율은 1.0329로 이미 한계 상태였다. 시공 후 안전율은 0.9980으로 더 하락했다. 앞서 2019년 여름 와인연구소와 인접한 와인터널 절개지 일부가 무너지면서 이 일대 지반에 문제가 있다는 게 확인했다.
지반 침하로 인한 안전사고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충분한 사전 점검 없이 옹벽 공사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군은 옹벽 상단부를 걷어내고, 하단부에 암반층까지 앵커를 박아 고정하는 보강공사를 8월까지 한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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