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억 잠수함' 박종훈, 리그 최고 에이스 잡았다

양형석 2023. 5. 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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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6일 키움전 안우진과 맞대결에서 7이닝1실점 승리, SSG 4연승 질주

[양형석 기자]

SSG가 적지에서 키움을 연파하면서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승리했다. 이틀 연속 전국에 내린 비로 KBO리그가 본의 아니게 어린이날 연휴를 망친 가운데 유일하게 돔구장에서 경기를 치른 SSG는 키움을 상대로 일찌감치 위닝시리즈를 확보하며 4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19승10패).

SSG는 5회 키움 선발 안우진의 폭투로 결승점을 뽑았고 6회에는 베테랑 2루수 최주환이 시즌 5번째 솔로아치를 그려내며 홈런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서진용이 15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며 13번째 세이브를 따냈고 노경은도 시즌 7번째 홀드를 수확했다. 하지만 이날 SSG 4연승의 일등공신은 리그 최고의 투수 안우진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7이닝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낸 잠수함 박종훈이었다.

KBO리그 초기엔 흔했던 잠수함 선발

1990년대 후반부터 잠수함 선발투수가 점점 줄어 들었지만 사실 KBO리그 초창기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는 각 구단마다 잠수함 투수가 선발로 활약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선발진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잠수함 투수를 로테이션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없지 않았지만 팀은 물론이고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 역할을 하며 야구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은 잠수함 투수들도 적지 않았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잠수함 투수는 단연 현재 kt 위즈를 이끄는 이강철 감독이다. 1989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강철 감독은 1989년부터 1998년까지 10년 연속 두 자리 승수와 세 자리 수 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현역시절 '국보'로 불리던 선동열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오직 이강철 감독만이 가지고 있는 기록다. 152승으로 은퇴한 이강철 감독은 현재까지도 통산 다승 순위 4위에 올라있다.

중·장년의 야구팬이라면 1980년대 중·후반 깡마른 체격에 몸을 비틀어서 던지는 독특한 투구폼을 가졌던 잠수함 투수 한희민을 기억할 것이다. 1986년4월1일 데뷔 첫 선발 경기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화려하게 등장한 한희민은 1987년부터 1990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이상군(천안북일고 감독)과 함께 빙그레 이글스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한화는 현재까지도 한희민에 비할 만한 잠수함 투수를 발굴하지 못했다.

비록 전성기는 길지 않았지만 인천의 야구팬들은 1989년 태평양 돌핀스의 돌풍을 주도했던 잠수함 투수 박정현을 잊지 못한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1988년 프로에 입단한 박정현은 2년 차가 되던 1989년 김성근 감독의 지도를 받고 환골탈태하며 19승10패2세이브 평균자책점2.15의 성적으로 고졸출신 최초의 신인왕에 선정됐다. 하지만 1992년까지 55승을 기록했던 박정현은 잦은 부상으로 은퇴할 때까지 8년 동안 10승 밖에 추가하지 못했다.

'라이언킹'은 이승엽 감독(두산 베어스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이었지만 이승엽 감독이 등장하기 전까지 '라이언 킹'은 삼성 라이온즈의 잠수함 투수 박충식(사이버 한국외국어대학교 감독)의 별명이었다. 1993년 14승을 따내며 삼성을 한국시리즈로 이끈 박충식은 그 해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5이닝 동안 181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박충식은 통산 77승과 3.07의 평균자책점을 남기고 2003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리그에서 흔치 않은 정통파 언더핸드 선발

군산상고 출신의 박종훈은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9순위로 SK와이번스에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흔히 아마 시절에 선발로 활약했던 잠수함 투수들도 프로에 입단하면 불펜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대다수였지만 박종훈은 입단 초기부터 선발 유망주로 낙점 받았다. 그리고 박종훈은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2015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SK의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2015년 118이닝 동안 6승을 기록한 박종훈은 본격적인 '타고투저 시대'가 시작된 2016년 140이닝 동안 8승을 따내며 SSG의 선발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17년 151.1이닝을 던지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박종훈은 12승7패4.10의 성적으로 리그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로 성장했다. 박종훈은 SK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18년에도 14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기록했다.

2020년 13승을 따내며 커리어 세 번째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박종훈은 그 해 겨울 5년 총액 65억 원의 조건에 팀 동료 문승원과 함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 박종훈은 2021년 9경기 만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지만 작년 후반기 복귀해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홀드 2개를 기록하며 SSG의 우승에 기여했다. 그리고 박종훈은 올 시즌 원래 자신의 보직이었던 선발투수로 복귀했다.

박종훈은 4월 한 달 동안 4경기에 등판해 2패5.57로 선발투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두 번의 퀄리티스타트가 있었지만 지난 4월13일 삼성전에서는 3이닝3피홈런6사사구8실점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며 투구감각을 끌어올린 박종훈은 6일 키움전에서 7이닝4피안타3사사구6탈삼진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상대 선발이 리그 최고의 에이스 안우진이었기에 더욱 가치 있는 승리였다.

SSG는 지난 4일 빅리그 22승 경력의 좌완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영입하면서 커크 맥카티-김광현-엘리아스-오원석으로 이어지는 '좌완 선발 4인방'을 완성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투수들이라도 같은 유형의 투수들이 연속으로 등판하면 상대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질 수 밖에 없다. SSG선발진의 유일한 잠수함 투수이자 리그에서도 흔치 않은 정통파 언더핸드 선발 박종훈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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