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학폭의 피해자, 사라의 선택

데스크 2023. 5. 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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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폭력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최근 개봉한 영화 '피기'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는 스릴러 장르를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영화 '피기'는 과거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감독의 직접 연출을 통해 학교폭력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피해 청소년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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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기’

최근 학교폭력이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이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화제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최근 개봉한 영화 ‘피기’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스페인판 ‘더 글로리’로 불리는 ‘피기’는 선댄스영화제 외에도 시체스영화제와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제27회 툴루즈스페인필름페스티벌에서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페인의 어느 시골 마을, 과체중으로 고민이 많은 10대 소녀 사라(라우라 갈란 분)는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만, 헤드폰으로 음악으로 들으며 작은 위안을 받곤 한다. 그러나 사라는 학교폭력의 피해자다. 친구들은 정육점에서 부모님의 일손을 돕는 사라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웃음거리로 만든다. 수영장까지 따라와 옷과 가방을 갖고 달아나 속옷 차림으로 집으로 가는 사라를 사람들은 돼지라고 놀린다. 이런 모욕적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라는 자신을 괴롭혔던 친구가 낯선 남성에게 납치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이를 밝힐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영화는 스릴러 장르를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지적한다. 연출을 맡은 카를로타 페러다 감독은 실제로 학창시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바 있다. 2018년에는 과거의 경험을 담은 단편영화를 만들었으며 이번에는 동명의 단편을 확장해 장편으로 영화 ‘피기’를 연출했다. 영화는 과거에 받은 고통과 상처를 복수극과 호러물로 믹스 매치해 강렬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부모에게 억눌린 자식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낯선 남자의 등장과 친구들의 실종 등 주변부 서사를 빠르게 전개해 후반부에서 강한 임펙트를 주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리고 호러와 스릴러라는 장르에 기대어 10대들의 학교폭력이 무엇보다 심각하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잘 녹여냈다.


외모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린다. 사라는 과체중으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 또래 남자친구들은 뚱보, 돼지, 삼겹살이라고 부르고, 여자친구들은 정육점에서 부모님을 돕는 사라의 모습을 찍어 ‘아기 돼지 삼형제’라는 제목으로 SNS에 올린다. 심지어 수영복을 입고 수영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 남자친구들에게 돌리면서 외모를 통해 수치감과 모욕감이 들도록 사라를 괴롭힌다. 10대는 외모에 가장 민감한 나이다. 2차 성징이 일어나면서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다. 자신의 외모에 쏠리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사춘기 여학생에게 뚱보나 돼지같은 별명은 참을 수 없는 모욕감과 열등감을 안겨준다. 영화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외모지상주의 풍조를 심각하게 비판한다.


비만 혐오를 통해 여성에 대한 억압도 조명한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돼지머리, 토막 난 고깃덩이, 창자들을 등장시키고 이어서 사라의 다리, 팔, 얼굴과 입술을 차례로 비춘다. 셀룰라이트가 가득 넘쳐나는 과체중 여성의 몸과 땀은 후텁지근한 여름 날씨와 함께 불쾌감을 자극한다. 과체중의 사람을 혐오하는 일명 그로소포비아 (Grossophobia)는 특히 여성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영화는 여성의 몸과 범죄 스릴러를 결합해 여성에게 부과된 억압을 노출시킨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은 큰 사회적 문제다. 이는 청소년 시기에 당한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과 같은 학교폭력이 평생 잊혀지지 않고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 ‘피기’는 과거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감독의 직접 연출을 통해 학교폭력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피해 청소년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고통을 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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