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인싸들의 성지가 된 '맨홀 뚜껑'…메텔·건담도 새겨요

전진영 2023. 5.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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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황금연휴(골든위크)에 돌입한 가운데, 연휴 동안 길바닥만 뚫어져라 보는 사람들이 생길 예정입니다.

일본 길거리를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하수구 맨홀 뚜껑이 눈에 띄곤 하죠.

그렇다면 왜 일본은 이렇게 맨홀 뚜껑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오늘은 알록달록 신기한 맨홀 뚜껑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얼마 전 일본 언론은 전국 각지의 맨홀 뚜껑을 담은 카드가 2016년 이후 누적 1000만장 이상 발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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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별 다양한 디자인으로 관광상품 노릇
카드도 발행해 수집가 관심도 끌어모아

"황금연휴 한정 임무를 발동할 예정이다. 시내를 수색해 건담이 그려진 맨홀 뚜껑을 찾고 임무 달성 보상을 받도록 하자!"

일본이 황금연휴(골든위크)에 돌입한 가운데, 연휴 동안 길바닥만 뚫어져라 보는 사람들이 생길 예정입니다. 바로 그림이 그려진 맨홀 뚜껑을 찾기 위해 나선 사람들인데요. 일본 길거리를 걷다 보면 알록달록한 디자인의 하수구 맨홀 뚜껑이 눈에 띄곤 하죠.

이는 말 그대로 '디자인 맨홀'로 부르는데요. 지역별 특색이 그대로 담겨 있어, 독특한 맨홀 뚜껑 사진을 찍기 위해 각지를 돌아다니는 마니아층도 있습니다. 이번 주 골든위크를 맞아 맨홀 뚜껑을 임의로 교체하고, 이를 찾아내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각지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시내를 수색해 건담 맨홀 뚜껑 사진을 찍어오면 임무 달성 보상으로 건담 스티커를 주는 이벤트도 열린다고 하네요.

(왼쪽부터) 골든위크 한정으로 선보이는 건담 맨홀 뚜껑 디자인과 기타큐슈시의 '은하철도999' 맨홀 뚜껑.

그렇다면 왜 일본은 이렇게 맨홀 뚜껑에 신경을 쓰는 걸까요? 오늘은 알록달록 신기한 맨홀 뚜껑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일본에서 첫 디자인 맨홀이 등장한 것은 1978년이고,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한 것은 1981년부터라고 합니다. 맨홀 뚜껑을 꾸미는 일은 원래는 하수도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시작됐다고 하네요. 그러나 이 맨홀의 활용법이나 관광 상품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는 하수도 예산 중 일부를 디자인 맨홀에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디자인 맨홀은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현지 관광명소를 맨홀에 새기는 것뿐만 아니라, QR코드도 붙여 현지 축제나 이벤트 정보 페이지로 연결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디자인 맨홀의 문양을 담은 ‘맨홀 카드’도 인기가 많습니다. 각 지방에서 나오는 맨홀 뚜껑 디자인이 들어간 카드를 보여주면 제휴를 맺은 가게 맥주를 공짜로 준다거나, 기념품을 할인해주는 행사들도 종종 있다고 하네요.

이 때문에 맨홀 뚜껑은 관광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일본 하수도 홍보 플랫폼(GKP)에 따르면 현지의 맨홀 카드를 입수하러 지방 하수도국이나 시청을 방문하는 사람의 60%는 현 외에서 온 사람이라고 합니다. 맨홀을 보고 카드를 입수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찾아온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은하철도 999 메텔이 그려진 맨홀 뚜껑은 ‘성지’로 불리며 팬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시즈오카현에서는 인기 아이돌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 캐릭터 맨홀 뚜껑을 설치했는데, 이 캐릭터 맨홀 뚜껑은 매일 팬들이 찾아와 닦아서 다른 맨홀 뚜껑과 달리 항상 깨끗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맨홀을 구경하기 위해 걸어 다니는 ‘노상관찰학회’ 등 동호회도 많은 회원 수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맨홀 카드도 수집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 언론은 전국 각지의 맨홀 뚜껑을 담은 카드가 2016년 이후 누적 1000만장 이상 발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우리나라 '당근마켓'과 같은 중고 거래 앱에서는 도쿄 오가사와라 마을 맨홀 뚜껑 카드가 한 장당 6만엔(58만원) 이상을 호가해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돌 애니메이션 '러브라이브'의 캐릭터 맨홀 뚜껑.

GKP에서는 일본이 이 디자인 맨홀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기술과 미관을 양립하고 싶어 하는 일본인의 고집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디테일에 집착하는 일본 특성과 맨홀 디자인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인데요. 맨홀 자체는 틀로 만들면 되지만, 채색은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현재 일본의 디자인 맨홀은 전국에 1만2000여 종이 있다고 합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채색해도 비가 왔을 때 바퀴나 신발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제작 과정에서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네요. 최근에는 야간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소화전을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야광으로 빛나는 디자인 맨홀도 생겼다고 합니다. 보기에도 즐거운데다가 실용성도 뛰어나니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린 관광자원인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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