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품격㉖] ‘파벨만스’, 스필버그 감독이 전한 ‘영화’의 힘과 추억
<편집자 주> 영화에 대한 사소한 잡담입니다. 배우, 연출, 배경에 대해 소소하게 혹은 장황하게 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오래된 영화일 때도 있고, 지금 막 극장에 걸린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두 개의 영화를, 아니면 한 명의 배우를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코너에는 기자들의 사적인 감정이 많이 포함됐습니다.
홍종선 : 너무 좋게 봤어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어린 시절 이야기 정도인가 했는데, 그 이상이더라고요. 인간과 세상, 사회와 편견, 가족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서 놀랐어요.
류지윤 : 저도 ‘작품을 사랑하는 거지 어떻게 감독까지 사랑하겠어’ 에서 감독까지 사랑해버린 아주 사랑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유명준 : 영화를 보면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지더라고요. 영화의 힘, 가족사,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 개인의 성장사. 초반에는 스필버그가 영화를 어떻게 접하고 어떻게 사랑했는지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중반에 가족사를 털어놓으며 자신이 영화 방향이 어떻게 정립했는지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가, 친구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영화의 힘이 어떻게 발휘되는지를 설명해주는, 그런 흐름으로 따라가면 봤어요.
홍종선 : 아이가 영화 필름 안에서 발견하게 된 가족의 비밀, 어른들의 이야기. 태어나 첫 번째 부딪힌 벽일지 몰라요. 또 이사 가면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내가 뭘 잘못한 게 아니라 내가 처한 환경과 조건으로 멸시당하고 따돌림당하는 건 두 번째 벽이죠. 이유는 서로 다를지라도 각자 누구에게나 성장 과정에서 벽들을 만나며 벽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의 선택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줬어요.
류지윤 : 저도 처음 카메라를 잡으면서 발견하게 되는 개인의 상처나 가족의 아픔들이 나중에는 어떻게 감독의 시각으로 가져가서 녹이는지가 인상적이었어요.
홍종선 : 아이에게는 좋아하는 일이 있어야겠구나, 그것을 통해 힘들 때도 버티는 힘이 되고 그것을 통해 친구를 사귀고 그것을 통해 사회에 자기 자리를 만들고.
유명준 : 사실 가족들 캠핑에서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친구 중 누굴 영웅으로 만들고 누굴 양아치로 만들 줄 아는 스필버그는 어릴 적부터 영화적 감각이 뛰어났고, 영화의 힘을 감각적으로 아는 사람이었죠.
홍종선 : 그러게, 완전 감각적으로 카메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아는 소년. ^^
유명준 : 어떻게 보면 기차를 부수는 장면을 찍을 때부터 사실 스필버그는 폭력적인 아이인지도. 그리고 그 힘을 진짜 폭력적으로 사용을. ^^ 스필버그 입장에서는 솔직하게 자기의 이야기를 드러낸 것이지만, 한발 물러서 보면 영화의 막대한 힘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 준 영화라고 생각해요.
류지윤 : 그 점이 가장 좋았어요. 솔직히 할리우드에서 한 획을 그은 감독인데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도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스필버그 감독만 할 수 있는 간지랄까.
홍종선 : 이렇게 한 아이의 성장을 통해 가족의 상처, 사회적 편견, 그리고 취업까지 인간이 겪어나가는 인간관계와 사회를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종국에는 예술이 무엇이냐, 예술과 인생은 병행하기 힘들고 서로 어긋나간다는 것을 할머니의 남동생 보리스를 통해 처음 질문받고 겪어나가면서 그런 갈등에 놓이는 모습을 통해 예술과 인생의 관계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그린 영화가 있었나 싶어서 좋았어요.
유명준 : 그리고 미국에서 개봉할 때 사람들이 이 영화를 ‘스필버그의 이야기다’로만 알았지, 스필버그가 감독으로 나설지는 몰랐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만큼 사람들 입장에서는 ‘파벨만스’를 통해 스필버그가 직접 자기 이야기를 할 줄 몰랐고, 그래서 더 놀랐다는 썰이.
홍종선 : 뭐든 나부터 솔직해야 서로 통하고 감동이 이는 듯. 유대인이 왜 미국 사회에서 핍박받는지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 기독교 국가인 미국인 입장에서 유대인은 예수를 죽인 살인마들이라는 거. 주인공 키가 작아선지 우디 앨런 감독의 어린 시절이었으려나 하는 생각도 든.
유명준 : 그 부분은 사실 놀랐어요. 독일이 유대인을 싫어했던 이유와 전혀 다른. ‘아 저렇게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새삼.
홍종선 : 맞아, 스필버그가 자기 자랑이 아니라 아픈 부분을 드러낸 것. 자기 자랑 없이 이렇게 멋진 영화를 완성한 것. 너무 멋짐!
유명준 : 아픈 부분을 드러내면서 과거 자기 괴롭힌 친구들도 함께 드러내는 ㅋ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그 친구들이 실제로 자기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확 만들어버리는 스필버그. ^^ 과거 한국의 모 감독이 자신이 만드는 영화의 악역 이름을 자기 괴롭힌 친구 이름을 갖다 썼듯이.
류지윤 : 그 친구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요 그래도 완전 나쁜 친구는 아니었던.
유명준 : 그 친구들이 저 영화 봤으면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긴 해.
홍종선 : ^^ 이런 게 진짜 복수라고 ‘더 글로리’에게 말해 주고픈. 상대의 방식이 아니라 전혀 다르게, 내 방식으로 상대에게 한방 날리는.
유명준 : 어쩌면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방법이기도 해요. 로건이 자신이 영웅처럼 된 영화를 보고 오히려 펑펑 우는 모습이.
류지윤 : 그 감정이 굉장히 복합적이라 저는 약간 어려웠어요. 왜 울지.
유명준 : 굴복당했다고 느껴서가 아닐까. 힘으로는 새미를 이겼는데, 오히려 새미의 영화로 자신이 졌다는. 자신이 영웅이 됐지만, 자신이 갖지 못한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진 새미를 보면서 느끼는 굴욕감, 상대적 허탈감. 뭐 그런 감정들.
류지윤 : 나의 수치까지도 품어주는 새미?
홍종선 : 내가 쩌리 취급한 놈이 나를 영웅으로 만들어, 내가 놓친 여자가 내게 와서 화해의 키스를 했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새미에게 진짜 쩌리가 된 거지. 그리고 사실 으스댔지만 로건도 마음 약한 소년이었던 거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그날 새미에게 들켰고. 그래서 다 운 뒤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지. 새미는 로건의 약함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았던 거지. 보통 녀석이 아님.
류지윤 : 그렇죠. 마음 약한 소년인 건 알겠어요.
홍종선 : 날 때린 놈에게 다른 쪽 뺨을 더 내주는 대인배가 소인배에게 주는 굴욕감.
유명준 :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영화의 힘을 감각적으로 아는 아이였던 거죠. 오히려 무서운 아이는 그 새미의 여자친구 모니카. 그렇게 저돌적으로 새미에게 들이대더니, 정말 파티장에서 쿨하게 기도하며 헤어지자는. ^^ 그러면서 끝까지 귀여움을 놓지 않은 어마어마한.
홍종선 : 모니카는 소녀가 아님, 어른임. ^^ 기독교적 세계관을 유지하며 10대 때 남친과 선을 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으른
류지윤 : 파티에서 영화 본 후 다시 새미 찾길래 살짝 기대했었는데. ^^
유명준 : 늦었어. 하지만 오히려 모니카 때문에 새미가 스필버그가 더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만약 둘이 잘 됐으면 오히려 영화적 풍성함이 줄어들었을 같았죠. 원래 거장은 아픔을 딛고 태어나는 법. 가족의 아픔, 친구의 아픔, 여자친구의 아픔. 등등 그 결정타가 어찌 보면 모니카일수도. 오히려 나중에 엄마는 행복한 모습으로 새미에게 치유의 느낌을 준 것 같은데. 더불어 그 엄마의 행복으로 인해 아버지가 새미에게 영화를 허락했으니. 가족이 좋아하는 것을 인정해야한다는 것을 엄머가 아버지에게 느끼게 해줬고, 이를 아버지는 새미에게 적용한? 그리고 그러한 아픔과 치유의 과정 속에서 모니카는 ‘작살’이 되어 마지막이자, 큰 아픔으로. ^^
류지윤 : 그런가봐요. ^^ 가족들도 인상적이었어요.
홍종서 : 새미는 천부적 재능 타고난 걸로 행운 몰빵. 이후 삶의 난관은 영화로 헤쳐나가기!
유명준 : 난관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나타난 모든 이들이 새미의 영화의 조언자였죠.
홍종선 : 그런데 은근, 영화의 본류는 아니라 하더라고 ‘이과 대 문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더라는. 아빠 엔지니어, 엄마 아티스트. 그 극명한 차이라니. 새미를 인생과 영화에 있어 성숙 성장시키는 에너지가 된.
유명준 : 사실 부모가 다 천재였던 거죠. 거기에 배니까지 그 감각을 끌어올리는 천부적 재능을 보이며 새미에게 영향을 준 거니까요.
류지윤 : 맞아요. 예술적 성향이 짙은 엄마와 과학적 사고로 바라보는 아빠 각자의 방식으로 가족을 대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홍종선 : 천재들이지. 아빠는 가족의 부양자로서 또 공대생답게 일로 직진했고. 엄마는 자녀의 양육자로서 자신의 일을 포기하고 가정에 자리를 잡고.
유명준 : 예술적 성향은 영화를 만들게 했고, 과학적 성향은 카메라를 다루게 했으니.
홍종선 : 두 사람 다 각자 고생이어도 날개 꺾인 천재, 엄마가 더 힘겨웠을 것. 그 힘겨움 속에서도 허리케인 부는 곳으로 애들 태워 가는 예술적 감성이라니!! 스필버그, 엄마에게 감사해!!! ^^
유명준 : 그렇죠. 사실 외도를 해도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은 그 날개를 배니가 다시 달아준 셈이니.
류지윤 : 그 와중에 ‘극한직업=스필버그 여동생들’ ^^
홍종선 : ^^ 나 그 여자 동생이고 싶었어!
유명준 : 아 두루말이 휴지를 몸에 칭칭 감고 연기하는 귀염둥이들. 그래도 그 여동생들이 균형을 맞춰 준 것이라 봐요. 부모가 이혼하는 그 순간에도 영화 편집하는 오빠에게 뭐라 한마디 하면서도 또 같이 편집본을 보면서 위로하는.
홍종선 : 그 아이들에게 독특한 친구 새미는 먼훗날 돌아볼 때 특별한 청소년기를 보내게 해 준 고마운 친구일 거야. 당시에는 노개런티 연기였어도.
유명준 : 앞서도 지윤이가 이야기했지만, 그래서 사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 저 영화에 등장한 이들은 이 영화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라는 궁금증도 생겼어요. 자신들이 스필버그를 만든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스필버그에게 당했다고 생각할까. ^^
류지윤 : 어렸을 때는 여동생들이 스필버그 감독 싫어했다는 글을 본 것 같아요.
유명준 : ^^ 노개런티, 연기 강요, 가족 상황에 무관심 등을 보면 그럴수도. 영화에서 혹 아쉬운 점이 있었나요?
홍종선 :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요.
류지윤 : 저는 사실 진짜 아쉬운 점 없었어요 그날 일반 시사로 피곤한 상태에서 봤는데도 그 영화를 보니 힐링이되는 기분을 느꼈어요 제 마음 속 스필버그 감독의 인생작 경신입니다, ^^
홍종선 : 하나의 방향으로 주제를 몰고 가지 않는데, 여러가지를 늘어놓은 것 같은데, 진하게 뭔가 뇌리에 마음에 남는다 말이죠. 이런 걸 명작이라고 우리는 흔히 부르지
유명준 : 전 아쉬운 것이 이 영화를 홍보마케팅적으로 전혀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 물론 영화사에서 흥행보다는 아카데미 등 상을 노려 만들었다고 하지만, 너무 알리지 않고 관도 적게 잡은 것이 아쉬움.
홍종선 : 단 하나의 아쉬움을 억지로 쥐어 짠다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어디에라도 잠시 등장하지 않은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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